어느덧 11월도 막바지에 다다르며 켜켜이 쌓인 낙엽이 계절의 깊이를 더합니다.
싸늘한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뜻하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르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얼핏 보면 힘없이 흩날리며 떨어지는 이 낙엽에도 흥미로운 생물학적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 떨어지는 낙엽에 순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by 웨더뉴스
어느덧 11월도 막바지에 다다르며 켜켜이 쌓인 낙엽이 계절의 깊이를 더합니다.
싸늘한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뜻하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르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얼핏 보면 힘없이 흩날리며 떨어지는 이 낙엽에도 흥미로운 생물학적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 떨어지는 낙엽에 순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낙엽, 나무가 선택한 생존 전략
가을이 시작되고 일조량과 기온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면, 나무는 겨울을 대비하는 과정에 들어갑니다.
여름 동안 활발하게 만들던 엽록소 생산을 멈추고, 잎에 남아 있는 물과 영양분의 흐름을 서서히 차단합니다.
이때 엽록소의 녹색이 먼저 사라지고, 그동안 잎속에 숨어 있었던 카로티노이드(노란색)와 안토시아닌(붉은색) 같은 색소가 드러나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단풍이 절정을 맞은 뒤에는 잎이 스스로 떨어질 준비를 갖추는데, 이는 나무가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전략입니다.
잎은 겨울철에도 계속 수분을 증발시키기 때문에, 그대로 달려 있으면 오히려 나무의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나무는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떨켜층(Abscission Layer)’이라 불리는 세포층을 만들고, 그곳에서 세포들이 분리되도록 효소가 작용하면서 잎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낙엽이 지는 과정에도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봄에 가장 먼저 돋아난 잎이 가장 늦게까지 남고, 여름철에 가장 늦게 나온 어린 잎들이 먼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잎의 ‘나이’뿐 아니라, 잎에 존재하는 성장호르몬의 양과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잎의 성숙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옥신(Auxin) 분비가 노화와 함께 줄어들면, 잎자루 끝에 에틸렌이라는 호르몬이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이 에틸렌이 바로 떨켜층(Abscission Layer)을 만듭니다.
떨켜가 형성된 잎은 양분과 수분 공급이 차단되어 생명 활동을 멈추고 줄기로부터 떨어질 준비가 완료됩니다.
따라서 늦게 돋아난 잎일수록 옥신 농도가 더 빨리 감소하여 떨켜가 먼저 만들어지고, 바람이나 비에 쉽게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낙엽의 재발견, 쓸어버리기 아까운 자연의 선물
눈 깜짝할 사이에 길을 뒤덮는 낙엽들은 흔히 미관상의 이유로 치워버리게 되지만, 사실 이 낙엽은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적으로 유익합니다.
낙엽이 잔디밭이나 숲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천연 비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도한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낙엽은 겨울 동안 땅 표면을 덮어 단열재 역할을 함으로써 잔디나 식물의 뿌리가 얼어 죽는 것을 막고 수분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보면 낙엽은 나무가 땅에 돌려주는 마지막 선물이자,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중요한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정원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낙엽을 포함한 유기물들이 분해되면서 기후 변화의 원인 중 하나인 메탄가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낙엽을 잔디밭에 그냥 두거나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 부담을 줄이는 훨씬 친환경적인 선택입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낙엽이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비닐하우스 난방에 활용하는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올수록, 우리는 자연이 조용히 준비하는 변화를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추풍낙엽의 계절, 다음 봄을 기약하며 땅으로 돌아가는 낙엽 하나하나에는 나무의 지혜로운 생존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길을 걷다 발끝에 내려앉은 낙엽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작은 잎이 지나온 계절의 흐름을 잠시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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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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