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달콤한 음식이 생각난다. 겨울 식탁에도 달콤한 감, 고구마, 밤, 단호박이 올라온다. 여름 햇살을 받으며 자라고 계절이 바뀌면 익어서 맛이 가장 짙어지는 시점이 바로 겨울이다. 단호박과 밤은 그중에서도 궁합이 좋다. 단호박은 부드럽고 포근한 단맛으로 수프의 틀을 잡고, 밤은 밀도 있는 단맛으로 깊이를 더한다. 색감도 조화롭다. 고운 주황빛과 은은한 밤색이 만나면 한 그릇 안에 계절이 담긴다.
겨울을 달콤하게, 단호박·밤 수프
단호박의 영어 단어 ‘pumpkin’은 익은 큰 멜론을 뜻하는 그리스어 ‘pepon’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단호박은 익음의 미학을 보여준다. 라틴어 ‘castanea’에서 유래한 밤의 영어 단어 ‘chestnut’은 고대 유럽에서 겨울의 곡물로 불렸다. 곡식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밤가루로 빵을 만들고 수프를 끓여 먹으며 겨울을 났다. 단맛은 오랜 시간 생존 신호이기도 했다.
단호박과 밤으로 수프를 끓일 때는 굽는 과정이 중요하다. 열은 단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븐에서 구운 단호박은 수분이 빠져 농도가 짙어지고, 밤은 은은한 향이 더해진다. 구운 재료를 버터에 살짝 볶은 뒤 채수나 우유를 붓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익은 재료를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거르면 부드럽고 단단한 질감이 남는다. 소금 한 꼬집으로 단맛의 균형을 잡고, 생크림을 살짝 더하면 풍미가 깊어진다. 장식은 단순할수록 좋다. 구운 밤 조각이나 단호박 껍질을 얇게 썰어 올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과하지 않은 달콤함이 식탁 위에 퍼질 때 비로소 겨울이 완성된다. 뜨겁지 않아도 따뜻하고, 달지 않아도 충분한 맛. 겨울 식탁에는 이런 단맛이 어울린다.
‘단호박·밤 수프’ 만들기
재료
단호박 300g, 밤 100g, 양파 반 개, 버터 1큰술, 채수 400㎖, 우유 또는 생크림 150㎖,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단호박은 껍질을 벗긴 뒤 찜통에 쪄 부드럽게 익힌다.
2 밤은 삶은 뒤 껍질을 제거하고 곱게 다진다.
3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약불에서 양파를 볶는다.
4 단호박과 밤을 넣고 섞은 뒤 채수를 부어 끓인다.
5 재료가 충분히 익으면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한 번 거른다.
6 다시 냄비에 담고 우유 또는 생크림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7 소금과 후추로 간을 조절해 완성한다.
Credit Info
글·요리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
제공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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