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스크립트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설정을 통해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하거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해주세요.

에코힐링 매거진

비우고, 채우며 느릿느릿 제주를 걷다

by 에코힐링 매거진

타박타박 제주도 걷기 여행
타박타박 유유자적(悠悠自適)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걷는다.
자유로운 ‘뚜벅이’가 되어 제주만의 산책 코스를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마음이 투명하게 비워지고,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 차오른다.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다

유유자적(悠悠自適) 걷기 여행의 시작점은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12개 숲길 중 7개 숲길을 연결한 5km의 ‘궤영숯굴보멍’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발음부터 낯선 궤영숯굴보멍 코스는 작은 동굴과 숯가마를 보는 코스를 의미하는데, 약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작년부터 마을 어르신이 산림휴양해설사가 되어 숲 곳곳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사전 예약 시 마을 주민이 만든 차롱 도시락도 맛볼 수 있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건강숲길 코스라고 한다. 

산책 후 출출함을 달래줄 인근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차롱 도시락 (사진제공: 쇼스튜디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멍숲길로 들어서자, 양 옆으로 초록빛 나무들이 반갑게 맞는다. 문득 나무 아래를 보니 빨갛고 동그란 작은 열매가 눈에 띈다. 백양금이다. 관상용이라 화분에서만 봤을 뿐, 땅에서 자라는 건 처음이다. 색깔 때문에 새들 눈에는 잘 보이지만 독이 있어 다음 해 꽃이 필 때까지 붙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빨간 열매가 더 강렬하고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표고버섯 재배지가 나온다. 상수리나무, 서어나무를 잘라 물에 담가 불린 후, 상처를 내면 저절로 종균이 생겨 버섯으로 자란다고 한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하는 표고버섯이 나무의 상처 속에서 자란 것이라니! 새삼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그때 어디선가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섬휘파랑새 울음소리이다. 이따금씩 말을 거는 새 소리 덕분에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1시간 가량 숲길을 걷는 내내 어디를 가나 빨간 동백꽃들과 마주하게 된다. 4월 초 시들기도 전에 뚝뚝 꽃이 떨어진다는 동백꽃은 제주 4.3 항쟁을 상징하는 꽃이다. 제주도민의 아픔과 한이 서려 있어서 일까? 숲 속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붉은 꽃들이 더 안쓰럽고 슬프게만 느껴진다. 

희망의 울림을 선사하는 숲

어느새 ‘엄청나다’는 뜻의 엄부랑숲에 도착했다. 이름만큼이나 100년 된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가 내뿜는 웅장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삼나무는 최대 7천 년을 산다고 하는데, 100년 된 삼나무라면 아기나 마찬가지일터. 그렇다면 7천년 후, 이곳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숲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아궁이, 창고, 돼지우리 등 선조들이 살던 집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돌담 위에 두텁게 쌓인 초록 이끼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터를 잡고 가족을 일구며 살다가 일제시대에 일본인에 의해 쫓겨나게 되었으니 당시 얼마나 황당하고 속상했을까? 반면 애틋함이 느껴지는 나무도 있다. 두 나무가 하나로 이어진 연리목으로 일명 ‘부부목’이라 불린다. 경쟁이 아닌 한 발씩 양보하며 제 살이 벗겨지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마침내 하나가 된 부부목을 통해 사랑과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엄부랑숲에서 오고생이숲길을 따라 벤조롱숲길로 접어드니, 드디어 작은 동굴이 언뜻 보인다. 입구가 작아 쉽게 지나칠 수 있는데, 내부 길이가 무려 17m나 되는 자연동굴이라고 한다. 소와 말을 방목하던 시절 목동이 잠도 자고, 음식도 해먹었던 곳이다. 동굴을 지나 쉬멍치유숲길에 들어서면 저 멀리 숯가마가 보인다. 

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올려 보기에도 견고하고 단단한 돌가마이다. 가마 안에 가시나무나 서어나무를 잘라 세워둔 후, 불을 붙이고 입구를 막아 밤새 하얗게 태워 숯을 만들었다고 하니, 옛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사가 나온다. 이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길. 제주도 바람이 유난히 거세서일까? 숲길을 따라 곳곳에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에는 새로운 가지가 자라고 초록색 잎이 피어나고 있어 생명의 강인함을 몸소 알려주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지치고 절망할 때, 꼭 필요한 희망의 울림이 아닐 수 없다. 첫 발걸음부터 마음을 비우며 걷다 보니, 어느새 초록빛 에너지로 가득 채워졌다. 

서귀포 치유의 숲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길 69
● 문의 : 064-760-3067
● 누리집 : www.healing.seogwipo.go.kr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시간
본태박물관 

초록빛 자연에서 충분히 힐링을 했다면 이젠 여유롭게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걸어보자. 본태박물관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트리트 건물과 우리나라 전통 기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입구부터 독특한 감흥을 준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감상 후, 100여 개의 LED 전구가 다양한 색채로 반짝이는 ‘무한 거울방’에 들어가보니, 마치 우주공간에 떠 있는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나머지 전시관도 국내외 작품과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어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산록남로 762
● 문의 : 064-792-8108
● 누리집 : www.bontemuseum.com

향긋한 녹차 한 잔의 여유
오설록 티 뮤지엄

산책 중 향긋한 녹차가 간절해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녹차 역사와 전통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차 문화 체험도 가능하다. 따끈한 녹차 한 잔을 들고, 바로 옆 서광차밭으로 나가보았다. 초록빛 싱그러움을 뽐내며 광활하게 펼쳐진 녹차 밭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인다. 녹차 밭 구석구석을 거닐며 여린 잎을 직접 손끝으로 만져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신화역사로 15
● 문의 : 064-794-5312
● 누리집 : www.osulloc.com

누구나 사진 작가가 되는 곳
신창 풍차 해안도로 

제주에 온 만큼 바닷길을 빼먹을 수 없다. 제주도 서쪽 끝을 따라 연결된 신창 풍차 해안도로는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하얀 풍차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무척이나 이국적이다. 해안도로 중간에 30분 정도 소요되는 생태체험장 산책코스가 나오는데, 원담체험장 및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작품 사진을 남길 수 있다.
● 위치 :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1481-23

넉넉한 제주의 인심을 느끼다
종달리 마을 

서쪽 끝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했다면, 이번엔 한적한 동쪽 끝 종달리 마을을 걸어보자. 입구부터 화사한 당근, 감자 꽃 벽화가 눈길을 끈다. 낮은 돌담이 인상적인 골목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귀여운 강아지를 만나거나 친절한 어르신과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또한 공방과 카페, 서점, 문구점이 곳곳에 있어 기념 엽서를 사거나, 여행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에 안성맞춤이다.
● 위치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인근 

Credit info
사진 편집실(일부 사진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제공 에코힐링 매거진 

※서비스 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해당 제공처에 있습니다. 웨더뉴스에는 기사를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불편하시더라도 기사를 제공한 곳에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에코힐링 매거진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비우는 데서 시작하는 행복, 세 식구의 행복 꽉 채운 봄나들이

    thumbnail
    2025-05-21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찬 공기를 느끼며 겨울을 맞이하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겨울 여행 추천 코스

    thumbnail
    2025-02-01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사람과 공감하고, 자연과 연결하는 산림치유(산림치유지도사 김진건)

    thumbnail
    2025-01-04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공유 경험을 통한 치유의 시간(국립춘천숲체원 산재근로자 및 가족 심리안정 프로그램)

    thumbnail
    2025-01-03 00:00:00

BEST STORIES

  • cp logo

    헬스동아

    '소변이 호박색이면 위험'...체온 40도, 땀도 안 나는 ‘이 병’

    thumbnail
    2025-08-03 00:00:00
  • cp logo

    이코노믹리뷰

    [ER여행] 숨 막힌 도시 탈출… 여름 정원서 찾는 쉼표 5선

    thumbnail
    2025-08-05 00:00:00
  • cp logo

    올블랑TV

    초보자를 위한 땀범벅 전신 운동 (Part 1/2)

    thumbnail
    2025-08-02 00:00:00
  • cp logo

    와인21

    시칠리아, 2025년 수확 예년보다 일찍 시작

    thumbnail
    2025-08-03 00:00:00

여행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짙어진 가을, 낭만에 취하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가을 여행 추천 코스

    thumbnail
    2024-11-26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아름다운 녹색 기적,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thumbnail
    2024-10-25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전남 목포로 떠나는 촉촉한 감성 여행

    thumbnail
    2024-10-15 00:00:00
  • cp logo

    에코힐링 매거진

    발 아래 숲을 두고 새처럼 하늘을 날다! 집라인, 패러글라이딩

    thumbnail
    2024-09-2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