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진공 포장한 뒤 특정 온도의 물로 서서히 익히는 방식인 수비드. 맛과 향, 질감을 살려줘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수비드 요리를 집에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온도와 시간을 미세하게 조절해 내 입에 꼭 맞는 맛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길.
프랑스어 수비드는 영어로 번역하면 ‘Under Vacuum’, 즉 진공 상태라는 뜻이다. 물은 100℃에서 끓지만 식재료는 그 이하의 온도에서 익는다는 원리를 적용해 진공 포장한 식재료를 저온에서 조리하는 방식이다. 70년대 프랑스 과학자와 요리사들이 개발한 조리법으로 수년 전부터 국내외 레스토랑에서 활용되어왔다. 최근 캠핑족과 요리 유튜버 사이에서 수비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JTBC <갬성캠핑>에서 박나래가 하루 꼬박 익힌 풀드 포크를 선보이는가 하면,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김영광은 수비드로 채끝살 스테이크를 조리하며 장빗발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가정용 수비드 머신이 있다. 버튼 하나로 수조의 온도를 조절하고 타이머를 맞춰 손쉽게 수비드 요리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최고급 식재료가 아니더라도, 퍽퍽한 식감의 고기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수비드의 인기 이유다.
색다른 식감의 비결은 재료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의 변성을 조절하는 데 있다. 고온의 오븐이나 가스레인지는 재료 전체에 골고루 열을 가하기 힘든 반면 저온에서 통째로 익하는 수비드는 재료의 입자가 수축, 변성되는 온도를 정확히 파악해 식감이 단단해지거나 질겨지는 걸 막아준다. 같은 소고기라도 1~2℃씩 온도 변화를 주면서 세심하게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초심자라도 입맛에 꼭 맞는 맛을 완성할 수 있다. 한 번 수비드를 거친 식재료는 차가운 물에 칠링한 뒤 냉장고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가량 보관하며 데워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수비드한 재료에 약간의 조리를 더해 내는 것처럼 말이다. 셰프 오디션 프로그램 <탑 셰프>의 휴즈 애치슨은 저서 «수비드-베터 홈 쿠킹»에서 “셰프로서 일관된 맛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비드는 가정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육류부터 채소, 생선까지 내 취향의 맛을 완성하는 경우의수를 찾는 즐거움을 경험해보자.
Sous Vide striploin steak & vegetables 수비드 채끝 스테이크 with 수비드 채소
소고기는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수비드 재료로 꼽힌다. 두께, 부위에 따라 익는 온도가 달라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알맞은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흔히 약 3cm 두께의 안심과 채끝살을 1시간 기준으로 조리했을 때 온도 48~50℃를 레어, 52~54℃는 미디엄 레어, 56℃는 미디엄, 58~60℃는 미디엄 웰던, 그 이상은 웰던으로 간주한다. 채소는 83~85℃에서 조리한다. 삶았을 때보다는 단단한 식감이 유지되고 본연의 단맛이 배가되는 것이 특징. 당근, 감자 등 단단한 재료는 1시간 이상, 양배추나 아스파라거스처럼 부드러운 채소는 30분가량 익히면 알맞다.
만드는 법 1 수비드 기계의 온도를 54℃로 예열한다. 2 소고기에 소금, 후춧가루를 고루 뿌려 시즈닝하고 로즈메리를 올린 후 진공 포장한다. 3 수비드 기계에 ②를 넣고 1시간 조리한 후 꺼내 차가운 물에 5분 정도 담가둔다. 4 진공 팩에서 소고기를 꺼낸 다음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5 강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고기를 앞뒤로 노릇하게 1분씩 굽는다. 6 구운 소고기를 옮겨 담고 5분쯤 뒤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먹는다.
수비드 채소
재료 베이비 당근 4개, 알감자 2개, 미니 양배추 2개, 올리브유 3큰술,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수비드 기계의 온도를 83℃로 예열한다. 2 베이비 당근, 알감자와 미니 양배추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자른다. 3 ②에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유를 뿌리고 골고루 섞는다. 4 ③을 진공 포장한 뒤 수비드 기계에 넣고 1시간 정도 조리한다. 5 진공 팩에서 꺼낸 재료를 강불로 달군 팬에 올리고 노릇해질 때까지 1~2분간 굽는다. 스테이크에 곁들여 낸다.
Sous Vid Chicken breast Steak 수비드 닭가슴살 스테이크 with 바질 페스토
냉동 수비드 닭가슴살은 다이어터들에게 꾸준히 인기다. 퍽퍽한 닭가슴살의 맛이 비교적 연하고 촉촉하게 구현되기 때문이다. 방금 조리한 수비드 가슴살의 식감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이 담백하고 근사한 맛을 낸다. 허브 페스토의 싱그러운 맛까지 더하면 가볍고 건강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치즈를 갈아 얹어도 잘 어울린다.
만드는 법 1 수비드 기계의 온도를 63℃로 예열한다. 2 닭가슴살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골고루 뿌려 시즈닝한다. 3 믹서에 분량의 바질 페스토 재료를 모두 넣고 곱게 간다. 4 닭가슴살에 바질 페스토를 골고루 묻힌 후 진공 포장한다. 5 수비드 기계에 ④를 넣고 1시간 조리한다. 6 조리된 닭가슴살을 먹기 좋게 자른 뒤 진공 팩에 남아 있는 바질 페스토를 뿌려 완성한다.
Sous Vide Salmon Steak 레몬 허브 쿠스쿠스를 곁들인 수비드 연어 스테이크
생선은 구워도 빠르게 골고루 익지만 콜라겐과 수분감을 충분히 살리는 데는 수비드가 제격이다. 지방이 많은 연어나 참치는 47~51℃, 흰살 생선은 51~53℃를 추천. 특히 두께감 있는 연어를 속까지 익힐 때 활용하기 좋다. 겉은 크리스피하게, 속은 촉촉한 식감이 완성되기 때문. 레몬을 더한 쿠스쿠스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연어의 비린 맛을 줄여줘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다.
재료 연어 시즈닝 : 연어 필렛 1조각(300g), 딜 2줄기, 레몬 1/2개,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레몬 허브 쿠스쿠스 : 쿠스쿠스 50g, 뜨거운 물 1/2컵, 이탤리언 파슬리 1줄기, 올리브유 2큰술, 레몬즙 2큰술, 설탕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그린빈 6개
만드는 법 1 수비드 기계를 47℃로 예열한다. 2 연어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골고루 뿌려 시즈닝한다. 레몬을 저며 썰어 연어 앞뒤로 딜과 함께 얹은 뒤 진공 포장한다. 3 수비드 기계에 ②를 넣고 45분~1시간 조리한다(연어 두께에 따라 시간 조절). 4 볼에 뜨거운 물을 담고 쿠스쿠스를 넣어 10분쯤 불린 뒤 고루 뒤적여 한 김 식힌다. 5 쿠스쿠스에 파슬리를 다져 넣고, 나머지 분량의 재료들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6 강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진공팩에서 꺼낸 연어를 앞뒤로 1~2분씩 노릇하게 굽는다. 연어를 굽는 동안 팬 한쪽에 그린빈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노릇하게 볶는다. 7 준비된 접시에 레몬 허브 쿠스쿠스를 깔고 그 위에 구운 연어와 그린빈을 올려 완성한다.
Tools for sous vide 수비드를 위한 도구
다양한 수비드 머신을 직구로도 살 수 있지만,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수비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머신 두 종류를 사용해봤다. 온도 확인을 위한 센서, 물을 순환시켜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물 순환기, 물을 데워 온도를 유지하는 히터 그리고 타이머. 수비드 머신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진공 포장 기계는 권장하지만, 없다면 식품용 지퍼백에 재료를 넣고 물에 서서히 담가 수압을 이용해 공기를 뺀 뒤잠그면 된다. 수조 컨테이너는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등 자유롭게 활용하면 된다.
아이오 수비드 머신&진공 포장기 국내에서 수십 년간 진공 포장기를 개발해온 인트로팩에서 만든 브랜드로 수비드 머신 본체에 진공 포장기를 연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함께 제공하는 넉넉한 용량의 15L 수조를 너트와 고리를 활용해 결착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사용해봤더니 진공 팩의 압축 효과가 뛰어나 결코 재료가 새어 나올 염려가 없으며, 온도를 설정하고 수비드가 진행되는 상태에서도 패킹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가격 31만9천원 무게 1.6kg 사이즈 18×7×30cm
인스턴트팟 듀오 플러스 멀티쿠커의 명가, 인스턴트팟의 신제품에는 수비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3L, 5.7L, 8L의 세 가지 용량으로 구성되어 주방 크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사용해봤더니 뚜껑을 닫은 진공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온도 조절이 가능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스팀 세척 기능도 갖춰 관리하기 쉽다. 단, 수비드 전용 머신보다는 물이 천천히 데워지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가격 19만9천원(5.7L 기준) 무게 5.3kg 사이즈 33×31×32cm
Credit info Editor 안서경 Photographer 김흥수 Recipe&Food Styling 김가영(101recipe) 제공 스타일러 주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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