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 앞 고흥 쑥섬은 400년 원시림과 정성껏 가꾼 수국이 어우러져 섬 정원 특유의 호젓하고 비밀스러운 정취를 자아냅니다.
고흥 쑥섬 / 사진=고흥군 문화관광
늦봄 해풍이 섬 끝을 넘을 무렵, 수국 봉오리가 조용히 고개를 든다. 바다 위에 점처럼 떠 있는 이 작은 섬은 오랫동안 외부의 눈길을 거부해 왔다. 400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를 닫아두었던 섬이, 이제는 해마다 수만 명의 발길을 받아들이고 있다.
육지에서 불과 0.5km, 배로 단 3분이면 닿는 거리지만 섬 안의 풍경은 전혀 다른 시간대에 속해 있다. 한 부부가 2000년부터 20년 넘게 꽃씨를 뿌리고 가꾸어온 정원이 지금의 쑥섬을 만들었으며, 전남 1호 민간정원이라는 타이틀은 그 노력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5월이면 섬 전체가 다양한 꽃들로 뒤덮이며 절정에 이른다. 주민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이 섬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신만의 색을 품고 있다.
공식 명칭 애도(艾島)는 섬에서 자라는 쑥이 향긋하고 질이 좋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지금은 쑥섬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섬 내부에는 4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난대 원시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일반에 개방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동백, 후박나무, 참식나무가 빽빽이 뒤엉킨 숲길은 육지의 어느 식물원과도 다른 밀도감을 전달하며, 바다와 원시림이 맞닿는 지점에서 섬 특유의 고요함이 깊어진다.
별·달·태양·수국정원이 이루는 꽃섬의 구조
수국이 핀 쑥섬 모습 / 사진=고흥군 문화관광
섬 안은 별정원, 달정원, 태양정원, 수국정원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정원들은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2000년부터 직접 꽃씨를 심고 가꾸어온 결과물이다.
수십 년에 걸친 손길이 쌓여 전남 1호 민간정원(2017년 등록)으로 공식 인정받았으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가고 싶은 33섬’에 선정되고, 2021~2022년에는 한국관광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6월 수국 만개 시기에는 보랏빛과 흰빛 꽃이 오솔길 양쪽을 가득 채우며, 고양이 조형물과 어우러져 인생 사진 명소로 자리잡았다. 탐방 소요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다.
주민 20명, 고양이 50마리의 섬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
고양이 조형물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쑥섬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다는 데 있다. 현재 주민은 약 20명에 불과한 반면, 섬 곳곳에 자리 잡은 고양이는 약 50마리로 주민 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돌담 위에 눈을 가늘게 뜨고 앉은 고양이들은 방문객을 경계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이 풍경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섬을 나온 뒤에는 나로도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거나,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을 연계해 돌아볼 수 있다. 인근 100년 편백숲까지 더하면 고흥 일대를 알차게 묶어 다닐 수 있다.
선비 2,000원에 입장료 6,000원, 예매와 주의사항
쑥섬으로 가는 여객선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매일 07:30부터 17:00까지 운항하며, 5~8월 하절기에는 18:00까지 연장 운항한다. 연중 무휴이나 강풍·안개·기관 고장 등 기상 악화 시 결항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쑥섬호는 12인승 2대가 운항하며, 주말과 공휴일, 수국 절정기에는 매진이 잦으므로 한국해운조합(가보고싶은섬 앱·웹)에서 사전 예매를 권장한다. 선비(왕복) 2,000원, 입장료 6,000원으로 총 8,000원이면 입도할 수 있다.
출항 10분 전까지 터미널에 도착해야 하며 승선 시 신분증이 필수다. 여객선터미널에는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 방문에도 불편이 없다.
쑥섬 풍경 / 사진=고흥군 문화관광
섬이 아름다운 것은 꽃 때문만이 아니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정원을 일군 사람들의 시간이 그 아름다움 아래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바다를 건너 400년 숲과 꽃밭이 공존하는 섬에서, 잠시 일상의 속도를 내려놓고 싶다면 고흥 쑥섬은 충분히 그 기대에 응한다.
Credit Info 홍민정 기자 제공 여행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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