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끝자락, 일반 벚꽃이 지고 나면 진분홍빛 겹벚꽃이 비로소 피어나기 시작한다. 꽃잎이 겹겹이 쌓인 그 무게만큼 개화도 느긋하게 찾아오며, 어느 순간 사찰 경내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봄이 한 번 더 찾아온 듯한 착각이 드는 순간이다.
이 공간에는 봄꽃보다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존재가 있다. 높이 15m, 무게 60톤의 청동대불이 태조산 중봉 위에서 서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1977년 봉안 이래 반세기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온 상징이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서원을 담아 세워진 아미타불 좌불상으로, 불교적 장엄함과 역사적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겹벚꽃 절정이 4월 중순에서 20일 전후로 이어지는 이 시기, 청동대불 아래 꽃비가 내리는 풍경은 천안을 대표하는 봄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태조산 중봉에 자리한 각원사의 역사와 입지
천안 각원사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원사(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는 1975년 경해법인 조실스님의 원력으로 창건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소속이다. 태조산 중봉 자락에 자리하여 울창한 산세가 경내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청동대불은 창건 이후인 1977년 5월 9일 봉안되었으며, 재일교포 각연 김영조 거사와 정정자 보살 부부의 시주에 불자들의 정성 어린 성금이 더해져 완성된 결과다. 경해법인 스님이 6·25 전쟁을 겪으며 품었던 통일의 서원이 27년 만에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된 셈이다.
현재 각원사는 경내 사찰 기능과 함께 2002년 조계종 인가를 받은 각원사 불교대학도 운영하고 있어, 수행과 교육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목조 법당과 청동대불의 장엄함
각원사 청동대불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원사의 대웅보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법당으로 알려져 있다. 건평 200평(661㎡)에 주춧돌 34개, 목재 100여만 재가 투입되었으며, 전면 7간·측면 4간의 외9포·내20포 구조로 1996년 10월 낙성되었다. 웅장한 외관 못지않게 내부 공간도 깊고 넓어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청동대불에 다가서려면 연화지를 지나 무량공덕계단 203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 수는 108번뇌, 32화신, 48소원, 12인연, 3보(불·법·승)를 더한 불교적 상징 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르는 과정 자체가 참배의 일부다.
귀 길이 175cm, 손톱 길이 30cm에 이르는 청동대불의 세부 조형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규모가 실감된다. 대불 주위로는 태조산루 성종각의 태양의 성종(20톤), 설법전, 천불전, 관음전 등 다양한 전각이 경내 곳곳에 자리한다.
4월 중순 겹벚꽃, 홀벚꽃·능수벚꽃과 함께
각원사 벚꽃 / 사진=ⓒ한국관광공사 진재원
각원사 봄 풍경의 백미는 일반 벚꽃이 진 뒤 찾아오는 겹벚꽃이다. 꽃잎이 여러 겹 겹쳐 진분홍빛을 띠는 겹벚꽃은 4월 15~20일 전후로 절정에 달하며, 기상 조건에 따라 다소 앞당겨지거나 늦어지기도 한다.
왕벚꽃(홀벚꽃)과 수양벚꽃(능수벚꽃)도 함께 어우러지며, 종류마다 미묘하게 다른 색감과 형태가 한 경내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연화지 주변과 계단 길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들이 만개하면 꽃터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청동대불을 배경으로 한 봄 풍경은 계절마다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부처님 오신날 전후에는 연화지에 연등이 부유하고 야간 점화 행사가 이어지므로, 봄 방문 일정을 이 시기에 맞추면 한층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무료 입장에 연중 개방, 방문 전 참고 사항
각원사 벚꽃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메인 주차장은 각원사길 245 사찰 입구에 위치한다. 겹벚꽃 절정인 4월 중순 주말에는 주차장이 이른 시간부터 혼잡해지므로 오전 9시 이전 도착을 권장하며, 만차 시에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한 뒤 도보 10~15분 거리를 걸어 들어오는 편이 현실적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천안역과 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하는 51번·52번 버스가 각원사 종점까지 운행하며, 24번 버스도 각원사 회차 노선으로 이용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연중무휴 상시 개방이 기본이나, 경내 문화해설사 서비스는 10:00~17:00에 운영된다. 방문 전 사찰 공식 홈페이지(www.gakwonsa.or.kr) 또는 전화(041-561-3545)로 행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천안 각원사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원사는 반세기 가까운 역사와 불교 건축의 정수, 그리고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이 하나의 공간 안에 공존하는 사찰이다.
15m 청동대불이 서향으로 내려다보는 풍경 앞에 서면, 거대한 서원의 무게와 봄꽃의 가벼움이 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겹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 무량공덕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며 그 균형을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Credit Info 홍민정 기자 제공 여행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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