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경복궁 돌담에 내려앉는 계절. 아직 나무들이 채 깨어나지 않은 이른 봄, 오래된 돌과 기와가 먼저 빛을 받아 따뜻해진다. 사람들은 그 온기를 따라 자연스레 걷기 시작한다. 경복궁 담벼락을 지나 서촌 골목으로, 종묘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서순라길로, 창덕궁 후원 쪽으로 난 길 위로.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봄이면 궁 쪽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건, 이 도시가 오래된 것들과 함께 계절을 맞아왔기 때문일 테다.
서울의 봄은 궁에 먼저 찾아온다. 광화문광장을 지나 경복궁 앞에 서면 겨울 내내 단정했던 풍경 위로 연둣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궁의 오래된 전각 사이로 매화가 피고 살구꽃이 뒤따르며 계절이 서서히 깨어난다. 궁궐에는 매화와 살구, 벚나무와 진달래, 모란과 산철쭉 등 우리나라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나무들이 곳곳에 식재돼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궁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이유다. 특히 창덕궁 성정각 일대에 핀 홍매화는 궁궐의 봄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덕수궁 석어당 앞 살구나무도 오래된 건물과 어우러진 궁의 봄 풍경을 완성한다. 궁궐은 오래된 건축과 나무가 함께 시간을 쌓아온 공간이다. 전각 사이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궁이 왜 계절이 가장 먼저 스며드는 장소인지 깨닫게 된다.
한복 차림으로 경복궁 나들이를 온 시민들. 도심 한가운데서도 특별한 하루가 펼쳐진다.
샛노란 산수유꽃이 덕수궁에 살며시 내려앉아 겨울의 끝자락을 밀어내고 봄의 문을 연다.
창덕궁 기와 담장 너머로 핀 홍매화.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함양문 인근에 있다. 돈화문에서 들어와 낙선재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낙선재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창경궁 춘당지 위로 살며시 흘러가는 벚꽃잎들, 바람과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봄의 끝자락을 천천히 그려낸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에 더욱 애틋한 순간이다.
덕수궁 안에 자리한 카페 ‘사랑’. 실내에서는 기념품과 음료를 판매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궁궐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봄꽃이 피어난 이 계절의 궁
봄이 깊어질수록 궁도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전각 사이로 매화와 살구꽃이 피고, 담장을 따라 벚꽃이 물든다. 오래된 건축과 봄꽃이 겹쳐지는 순간은 궁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궁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달빛 아래 창덕궁을 거니는 ‘달빛기행’, 덕수궁 석조전 내부를 해설과 함께 돌아보는 ‘밤의 석조전’, 경복궁 흥복전 안채에서 전통 다과를 맛보는 ‘생과방’까지. 궁의 공간을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는 시간이다.
창덕궁 기와지붕이 층층이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커피 한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마치 궁궐 풍경을 통째로 빌린 듯한 기분이 든다
햇살 좋은 날 서순라길.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한다.
돌담 밖 만개한 봄
궁의 기운은 담장 밖 거리로 이어진다. 종묘를 따라 걷다 보면 서순라길의 돌담을 마주한 테라스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래된 담장과 낮은 건물이 이어지는 길에는 봄날 특유의 느긋한 공기가 흐른다. 창덕궁 일대도 비슷하다. 궁의 지붕 선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창밖의 담장과 전각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오후를 만끽한다. 그런가 하면 경복궁 일대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주말이면 전통 복식을 착용한 수문장들이 깃발을 들고 대열을 이뤄 거리를 지나고, 취타대의 연주가 골목에 울려 퍼진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거리 위로 잠시 다른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궁 담장 안팎에서 서울의 봄이 이어진다.
카페 회화나무 주소 종로구 창덕궁길 35 3층 영업시간 10시 30분~20시 문의 02-795-3500
커피베이 주소 종로구 율곡로10길 27-13
Credit Info 글 박소율 사진 방석현 제공 서울사랑(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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