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스크립트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설정을 통해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하거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해주세요.

덴 매거진

우주 같은 지구, 지구에서 만나는 우주

by 덴 매거진

SF영화로 상상한 우주의 모습은 어쩌면 이미 지구에 존재할지도.

<아바타>의 판도라를 연 비경, 중국 장자제

© alamy

2009년 1편을 개봉한 <아바타>는 2026년 현재까지 후속편으로 거대한 서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부족과 신화적 존재가 교차하는데, 이야기의 무대는 언제나 판도라 행성이다. 판도라 행성 자체가 서사의 큰 축이기 때문에 <아바타> 1편에서제작진은 판도라의 첫인상을 연출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신비로운 동시에 인간이 새로운 거주지로 탐낼 법한 조건을 갖춘 행성.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간이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될 질서와 생태가 존재한다는 점까지 함께 드러나야 했다. 경이와 경계가 동시에 전달되어야 했던 셈이다. 1편 초반에 이를 위한 중요한 장면이 등장한다. 제이크 설리가 임무를 받고 판도라에 도착해 비밀 기지로 향하는 헬기 안. 창밖으로 ‘할렐루야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산은 산인데 공중에 떠 있어 하나의 거대한 섬처럼 보이는 지형 앞에서 제이크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다. 장황한 대사나 설명은 없다. 대신 이미지 자체가 말한다. 그가 바라보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역시 이곳이 우리가 알던 세계와는 다른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판도라는 그렇게 대사가 아닌 장면으로 각인된다. 이 장면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장치다. 제작진은 중국 후난성 장자제(张家界)에서 영감을 얻어 할렐루야산을 만들었다. 

중국 장자제 국립삼림공원의 원자제 절벽에 설치된 백룡 엘리베이터는 세계 최고 높이의 야외 엘리베이터다. © shutterstock

영화 속 신비의 뼈대가 된 장자제는 중국 중남부 후난성 장자제시에 위치한다.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3000여 개에 달하는 거대한 사암 기둥이 숲 사이로 빽빽하게 솟아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지형적 가치와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 덕분에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런 지형의 기원은 약 3억 8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일대는 바다 아래 잠겨 있었고, 오랜 시간 퇴적된 모래가 두꺼운 사암층을 이뤘다. 이후 지각변동으로 지층이 융기하며 해수면 위로 모습이 드러났고, 비와 바람, 온도차에 따른 침식이 거듭되면서 상대적으로 단단한 부분만이 수직 기둥 형태로 남았다. 그렇게 수백만 년에 걸친 자연의 작용이 오늘날 장자제의 풍경을 빚어냈다. 

장자제 대협곡을 가로지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긴 유리 다리 © shutterstock

장자제는 맑은 날 가도 좋고, 안개가 자욱한 날 가도 좋다. 맑은 날에 돌 기둥 숲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풍광이 잘 보인다. “인생에서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으랴”라는 옛말처럼, 기필코 이곳에 왔음을 인증하는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후난성의 몽유원이라든가, 신선들의 세계라든가 하는 장자제의 수식어와 어울리는 때는 안개가 자욱한 날이다. 습도가 높고 산림이 울창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운해가 자주 형성되는데, 산기슭을 감싼 구름 사이로 봉우리들이 삐죽 솟아오르면 마치 암석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착시가 일어난다. 마치 영화 속 할렐루야산에 온 것처럼.

<아바타>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2010년 중국 정부는 장자제의 원자제(袁家界) 풍경구에 위치한 바위 기둥 ‘남천일주’의 이름을 ‘아바타 할렐루야산’으로 바꿨다. 상상 속 지명이 현실의 지명을 바꾼 셈이다. 판도라의 풍경은 그렇게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와 실제 지형명까지 다시 썼다.

놀란 감독도 놀란 비주얼, 스카프타펠

© shutterstock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전 세계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좋아하는 SF영화’에서 <인터스텔라>가 1위로 꼽혔다. 과학적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의 균형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였다.

<인터스텔라>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과학적 디테일과 사실적 묘사를 중시해 왔다. 그의 연출 방식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제작하면서도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크 나이트>에서는 건물을 실제로 폭파했고, <오펜하이머>에서는 CG 없이 재래식 폭약과 화학물질을 활용해 핵폭발 실험 장면을 구현했다.

이 같은 연출 철학은 <인터스텔라>에서도 드러난다. 영화 속 인류는 기후 위기와 식량 고갈로 더 이상 지구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거주지를 찾기 위해 우주탐사에 나선다. 은퇴한 NASA 파일럿 조셉 쿠퍼는 인류의 생존을 건 임무를 맡고 탐사대와 함께 우주로 향한다. 그 여정에서 탐사대가 도착한 두 번째 정착 후보지가 얼음으로 뒤덮인 ‘만(Mann) 행성’이다. 끝없이 이어진 빙하와 거센 바람, 뾰족뾰족하게 갈라진 지면은 이곳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극도로 척박한 환경임을 단번에 보여 준다. 이 모습은 탐사대원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막막한 감상을 안긴다.

절박한 상황에서 소중한 시간과 간절한 선택지 하나를 날리게 된 주인공들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놀란 감독은 최적의 장소를 물색했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지구 안에서 ‘사람이 살지 못할 얼음 행성 지형’을 찾아나선 것이다. 집요한 탐색 끝에 그가 선택한 곳은 아이슬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스카프타펠(Skaftafell).

© alamy

스카프타펠은 유럽 최대 규모의 빙하를 품은 바트나요쿨 국립공원(Vatnajökull National Park) 안에 자리한 자연보호구역이다. 이 지역의 특징은 검푸른 빙하 위에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독특한 색감. 빙하 표면을 가로지르는 검은 줄무늬는 인근 외라이바이외퀴들(Öræfajökull)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빙하 위에 내려앉고, 그 위로 다시 눈이 덮이면서 형성됐다. 얼음과 화산이 겹쳐 만든 풍경은 차갑고 거칠며 생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영화 속에서 이 지형은 주인공들의 절망을 시각화한 배경으로 기능한다. 끝없이 펼쳐진 빙설과 갈라진 지면은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는 감각을 단번에 전달했다.

그러나 현실의 스카프타펠은 사뭇 다르다. 정착하는 상주인구는 없지만, 이 극한의 환경이 오히려 사람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나 보다. 빙하와 화산이 빚은 거친 지형은 탐험가와 도전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빙하 액티비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빙하 위를 걷는 하이킹 코스는 1시간 남짓한 체험형 코스부터 8시간 이상 이어지는 장거리 산행까지 다양하게 운영된다.

이곳을 찾는다면 검은 주상절리로 둘러싸인 폭포 스바르티포스(Svartifoss)도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닮은 현무암 기둥 사이로 물줄기가 떨어지는 장면은 빙하 지형과 또 다른 대비를 이룬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어 거친 풍경 속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코스다. 스크린 안에서는 공포와 막막함을 안겼던 곳, 그러나 실제로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도전 본능을 동시에 드러내는 명소다.

화성을 옮겨 놓은 듯, 와디 럼 사막

요르단의 와디 럼 사막 © alamy

“아무래도 망했다(I’m pretty much fXXXXed).”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The Martian)>은 다짜고짜 주인공의 한탄으로 시작된다. ‘왜지?’ 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 투박한 한탄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서 튀어나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NASA의 화성 탐사대 ‘아레스 3(Ares 3)’에 참가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다. 생명체라고는 자신밖에 없는 행성에서 그는 동료들이 남겨 두고 간 자원을 긁어모아 한 줌 남짓한 식량으로 버티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일단 구조 신호를 보내는 일부터 막막하다. 이렇게 60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 내내 주인공은 화성에서 고군분투한다. 그 때문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션>은 화성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NASA 탐사선이 포착한 화성의 실제 모습 © NASA/JPL-Caltech

다행히 실제 화성에 대한 자료는 꽤 풍부하다. NASA는 1960년대부터 탐사선을 화성을 보내 이미지를 축적해 왔다. 1965년 마리너 4호가 최초로 화성 근접 사진을 전송했고, 1976년 바이킹 1호는 표면 착륙 후 컬러 이미지를 지구로 보냈다. 이후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같은 로봇들이 화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붉은 토양과 암석 지형을 세밀하게 기록해 왔다.

이들이 보내온 사진 속 화성은 철 산화물로 붉게 물든 대지와 바위투성이 평원, 낮은 구릉과 협곡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여 준다. 바람에 마모된 표면, 생명의 기척이 없는 여백, 끝을 가늠하기 힘든 수평선. 인간이 서 있기엔 지나치게 넓고 적막한 공간이다. 영화 <마션>의 제작진이 이런 자료를 참고해 선택한 촬영지는 요르단의 와디 럼(Wadi Rum) 사막이었다. 이곳은 붉은 모래가 낮은 구릉을 이루고, 그 뒤로 바람에 깎인 사암 절벽이 층층이 겹친다. 맑은 날이면 푸른 하늘과 대비돼 색은 더욱 또렷해진다. 실제 NASA가 촬영한 화성 사진과 비교하면, 토양의 색과 암반의 질감이 놀라울 만큼 닮아 있어 ‘지구 위의 화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거친 암석 지형과 붉은 대지가 어우러진 화성의 풍경 © NASA/JPL-Caltech/ASU/MSSS

와디 럼은 <마션>뿐 아니라 여러 영화에서 외계 행성의 얼굴로 등장해 왔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파사나 행성으로, <듄>에서는 아라키스의 일부 풍경으로 활용됐다. 설정은 달랐지만 인상은 비슷하다. 사람의 흔적이 오래 남지 않는 황량한 땅. 발자국은 곧 바람에 지워지고, 모래는 다시 평평해진다.

이 영화에서 와디 럼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고립을 표현한다. 실제 장소 역시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결코 만만한 환경이 아니다. 광활한 사막 지형과 큰 일교차, 제한된 인프라 탓에 자유로운 개별 이동이 쉽지 않다. 와디 럼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사막 깊숙한 구간은 현지 베두인 가이드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redit Info
MAGAZINE 덴 매거진
정금산 에디터

※ 서비스 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해당 제공처에 있습니다. 웨더뉴스에는 기사를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불편하시더라도 기사를 제공한 곳에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덴 매거진

  • cp logo

    덴 매거진

    과학 문화의 시작점, 과학 책방 ‘갈다’ [책을 품은 공간]

    thumbnail
    2026-03-31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지구 밖 패권 경쟁

    thumbnail
    2026-03-19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한 번 더 해피 엔딩

    thumbnail
    2026-03-16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비극을 막는 단서, 하트 시그널

    thumbnail
    2026-03-14 00:00:00

BEST STORIES

  • cp logo

    웨더뉴스

    ☂️ 퇴근길 우산 챙기셨나요? 우리 동네 비 시작 시간 & 확 달라지는 날씨 확인하세요

    thumbnail
    2026-03-30 00:00:00
  • cp logo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눈 가렵고 뻑뻑하다? 봄철 눈 건강 지키려면

    thumbnail
    2026-03-28 00:00:00
  • cp logo

    KBS

    “돈 안 드는 생활 속 최고의 처방”…꾸준한 걷기 운동, 건강 수명 늘린다

    thumbnail
    2026-03-26 00:00:00
  • cp logo

    주간동아

    관악산, 성공운과 관계 깊은 ‘목(木) 기운’ 강해

    thumbnail
    2026-03-26 00:00:00

라이프스타일

  • cp logo

    덴 매거진

    리더를 위한 협상의 전술

    thumbnail
    2026-03-04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아날로그가 그리운 당신을 위해, 턴테이블 ①

    thumbnail
    2026-01-24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서점의 진화, 즐기는 서점

    thumbnail
    2025-12-24 00:00:00
  • cp logo

    덴 매거진

    구성원의 몰입을 이끄는 리더십

    thumbnail
    2025-11-0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