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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말하다

“등산이 싫다면 여기로 가보세요”… 1,684m 성곽길 따라 펼쳐지는 설경 산책 명소

by 여행을말하다

고창읍성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조선 읍성

고창읍성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겨울바람이 낮은 구릉을 타고 흐르는 계절, 흰눈이 내려앉은 성벽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고요함을 품는다. 석성(자연석)으로 쌓은 성곽의 거친 질감 위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명암을 그려내고, 성벽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조선의 풍경이 발밑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고창읍성은 1453년 단종 원년에 축성된 조선시대 석성으로, 낙안읍성(전남 순천)·해미읍성(충남 서산)과 함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대표 읍성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약 572년의 역사를 견딘 이 성곽은 전라북도 고창군에 위치하며, 사적 제145호로 지정되어 있다. 높이는 구간에 따라 4m에서 6m까지 이어지고, 성곽 둘레는 약 1,684m에 불과해 한 바퀴 산책에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고창읍성

고창읍성 성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고창읍성 축성의 흔적은 성벽 곳곳에 새겨진 글자에서 시작된다. 조선 세종 32년(1450)부터 단종 원년(1453)까지 약 3년에 걸쳐 진행된 축성 사업에는 전라좌우도(전라도 동쪽과 서쪽)의 19개 군·현이 구간별로 분담하여 참여했다.

성벽에 새겨진 ‘계유소축감동송지민(癸酉所築監董宋芝玟)’이라는 글귀가 그 증거인데, 이는 계유년(1453년)에 축조되었으며 무장현이 축성을 감독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 고창읍성은 동문·서문·북문과 함께 공격을 받을 때 화살을 쏘기 좋은 구조의 옹성(甕城) 3개소, 그리고 성 밖의 해자까지 갖추고 있다.

이는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구조다. 1976년부터 문화재 복원 사업이 시작되어 현재 22동의 관청 건물 중 14동이 복원 완료되었으며, 계속해서 원형 복원이 진행 중에 있다.

돌 머리에 이고 성을 도는 답성 문화

고창읍성 겨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고창읍성에는 독특한 민간 신앙이 전해진다. 손바닥만 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돌면 병이 낫고 오래 산다는 ‘답성놀이(성밟기)’가 바로 그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를 누리며, 세 바퀴 돌면 극락에 오른다고 믿었다.

특히 윤달(음력 윤월) 중에서도 3월 윤달의 효험이 크다고 전해지는데, 그중에서도 초엿새, 열엿새, 스무엿새 날에 대열이 절정을 이루었다.

이 풍습의 실용적 의미 또한 흥미롭다. 실은 돌을 머리에 이게 함으로써 체중을 가중시켜 성벽을 다지고, 겨우내 부풀었던 성을 보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현재도 매년 10월 음력 9월 9일(중양절) 전후로 열리는 ‘제52회 고창모양성제’에서 답성놀이를 재현하며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30분 산책 완성 가이드

고창읍성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고창읍성(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모양성로 1)은 연중무휴로 오전 5시부터 밤 10시(05:00~22:00)까지 개방된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 고창군민, 65세 이상, 6세 이하, 국가유공자, 장애인: 무료이다.

고창사랑상품권 활용 시, 최대 10~15% 할인율이 적용되어 실질 부담이 천 원대로 내려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차는 완전 무료이며, 성곡 한 바퀴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특히 동절기(12월~2월)에는 남치 지역의 둘레길이 임시 폐쇄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맹종죽림

맹종죽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태섭 

성 내부에는 맹종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곳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군주>, <폭싹 속았수다> 등 여러 영화·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겨울철 하얀 눈이 푸른 대나무에 소복이 내려앉은 풍경은 마치 동양화 한 폭 같은 정취를 자아낸다. 용트림하듯 솟아난 소나무와 대나무의 공생 풍경도 볼거리다.

3월 1일부터는 ‘맹종죽림 미디어아트 쇼’가 재개되어 야경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봄철 벚꽃이 만개할 때의 고창읍성과 맹종죽림은 또 다른 계절의 매력을 선사한다.

고창읍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1453년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570년 세월, 19개 고을의 손이 함께 빚은 석성, 그리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민간 신앙까지, 고창읍성은 역사와 문화, 신앙이 한데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탁 트인 시야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으며, 겨울 눈이 내린 성곽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간의 무게를 느껴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30분의 짧은 산책, 천 원대의 저렴한 비용, 고창읍성은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겨울 여행지이자 문화유산 탐방지다.

Credit Info
홍민정 기자
제공 여행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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