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젠은 수증기와 유황 향으로 가득하고, 땅은 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여러 지옥을 걸으며 땅의 에너지를 느끼고, 자연의 신비를 마주한다. 운젠을 걸을 땐 일본 전통 신발 지카타비(Jikatabi)를 착용해도 괜찮겠다.
자연 온천 지대여서 어느 지점은 마치 보일러를 튼 안방처럼 따뜻하기도 하고, 황톳빛을 띠는 곳은 불처럼 뜨겁다. 지카타비를 신으면 이러한 온도 변화를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유케무리바시(湯けむり橋)
연무가 가득한 유케무리바시(湯けむり橋)를 건너면서 몽환적인 운젠 지옥 트레킹을 시작한다. 유케무리는 뜨거운 온천 등에서 오르는 김을, 바시는 다리를 뜻한다. 다리 주변에서 온천 증기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모습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세이시치 지옥
바로 옆에는 천주교도가 처형됐을 때 온천이 분출한 세이시치 지옥이 있고, 한 걸음씩 이동하면서 참새가 우는 것처럼 작게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스즈메 지옥, 30개의 지옥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증기를 뿜어내는 다이쿄칸 지옥 등을 지나게 된다. 다이쿄칸(대규환) 지옥은 분기구에서 들리는 저음이 마치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얻게 된 이름이다.
이화산 雲仙地獄の泥火山
또 고온의 온천수와 화산 가스에 의해 만들어진 진흙 화산도 있다. 암석이 녹아 진흙이 됐고, 그것이 솟아올라 화산과 같은 형태를 이뤘는데, 이름과 달리 아주 아담하다. 그렇게 걷다 보면 여러 지옥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광장에 닿게 됐고, 좀 더 걷고 싶으면 구 하치만 지옥까지 다녀오면 된다.
참고로 운젠 지옥 초입에 새콤한 레몬즙, 설탕으로 만든 운젠 레모네이드와 운젠 지옥에서 갓 찐 온천 달걀을 즐길 수 있는 운젠 지옥 공방도 있다.
50th Anniversary Square
▶운젠 트레킹 코스
유케무리바시 & 세이시치 지옥→ 스즈메 지옥→운젠 지옥 공방→다이큐칸 지옥 →자켄 지옥→ 진흙 화산 →50주년 기념 광장→구 하치만 지옥
난이도 : 하(下)
소요 시간 : 30~40분
유케무리바시 湯けむり橋 주소: 320 Obamacho Unzen, Unzen, Nagasaki 854-0621 일본
운젠은 독특한 화산 경관과 온천, 수많은 역사와 문화가 있는 지역이다. 언어의 제약은 있지만, 번역기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인 운젠산 방문자 센터(Unzen Visitor Center)다. 참고로, 운젠 온천 마을을 여행할 땐 현금을 넉넉히 챙기자. 식당과 기념품 상점, 당일 온천 이용 등을 할 때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이 더러 있다.
운젠 산 정보관
또 방문자 센터 근처에 족탕이 곳곳에 있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지붕도 있어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지옥 순례나 온천 마을 산책 후에 잠시 들렀다 가는 것도 괜찮다.
운젠 산 정보관 雲仙お山の情報館(自然公園財団雲仙支部) 주소: 320 Obamacho Unzen, Unzen, Nagasaki 854-0621 일본 전화: +81957733636 홈페이지: http://unzenvc.com
지갑을 유혹하는 것들 토오토미야 혼포 & YaraYara SAPIN & 장난감 박물관
지역 명물을 경험하는 건 일본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운젠에서는 먼저 ‘유센페이’를 기억해야 한다. 유센페이는 밀가루와 설탕, 달걀에 온천수를 더한 반죽을 구운 과자로,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토오토미야 혼포
토오토미야 혼포
토오토미야 혼포에서는 손수 구운 유센페이를 경험할 수 있고, 다양한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맞은편 YaraYara SAPIN에서도 운젠과 나가사키의 독특한 먹거리와 기념품(에코백·엽서·자석 등)을 만날 수 있다.
YaraYara SAPIN
YaraYara SAPIN
일본의 옛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토오토미야 혼포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장난감 박물관에서 말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과거 초등학교나 국민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문방구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은 물론 다가시라고 불리는 일본 전통 막과자도 맛볼 수 있다.
프리미엄 료칸 브랜드인 호시노 리조트 카이(KAI, 界)는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온천 료칸’을 지향한다. 일본 온천지 21곳(운젠·하코네·이토·마츠모토·벳푸·기리시마·쓰가루 등)에 있으며, 로컬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룸, 자연과 맞닿은 노천탕, 제철 재료를 활용한 가이세키, 다양한 액티비티가 장점이다. 게다가 북적북적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해 숙소와 지역 문화를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발 약 700m 지대에 자리한 카이 운젠은 일본(와)과 중국(츄카), 네덜란드(오란다)를 합성한 ‘와카란(和華蘭, WAKARAN)’을 호텔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나가사키의 문화와 운젠 온천이 강점이며, 객실 디자인과 온천, 식사 등에서 3가지 문화를 골고루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시그니처룸에서는 하치만 지옥을 바라보면서 노천탕을 즐길 수 있고, 나가사키의 유리 공예품 비드로가 객실에 화사함을 더한다.
저녁이 오면 가이세키를 즐길 차례. 완전 별도의 공간은 아니지만, 다른 투숙객들과 눈 마주칠 일 없이 우리끼리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다. 저녁은 6가지 요리로 구성된 가이세키로, 나가사키와 운젠의 식문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연회 요리 싯포쿠를 재해석한 ‘호라쿠모리(宝楽盛り)’, 나가사키의 명물인 아고다시(날치 육수)를 활용한 나베(전골) 요리가 시그니처다.
액티비티도 빠트릴 수 없다. 나가사키는 일본 활판인쇄의 발상지인데, 운젠 카이에서 관련 체험이 가능하고, 아침에는 여러 지옥을 가이드와 함께 산책하는 워킹 프로그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