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끝자락에 위치한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이자, 대양과 대지의 경계에 선 도시다. 뉴질랜드 초대 총독 윌리엄 홉슨이 1840년 오클랜드를 식민지 수도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민자들의 유입과 함께 항구도시로 성장하며 뉴질랜드의 정치·경제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마오리어로 ‘타마키 마카우라우(Ta-maki Makaurau)’로 불리는 오클랜드는 과거부터 여러 부족이 이 지역을 두고 경쟁했을 만큼 비옥하고 전략적인 땅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오늘날 오클랜드가 다층적인 역사성과 복합적인 도시 정체성을 지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오클랜드까지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30분. 다행히 직항 노선이 운항 중이다. 뉴질랜드 내에서는 항공기, 장거리버스, 렌터카 등을 통해 오클랜드와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등 주요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하다.
윌리엄 홉슨, 1840년 식민지 수도로 지정
뉴질랜드 북섬 북쪽 해안에 위치한 오클랜드는 바다와 화산, 도시와 숲이 겹쳐진 이중적 풍경 속에 놓여 있다. 항구를 따라 펼쳐진 고층 건물 사이로 야자수와 나무 언덕이 어우러지고, 도심 속을 분주히 걷는 이들조차 느슨한 태도와 낮은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복잡함보다는 여백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오는 느긋한 결의 도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이 도시만큼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도시 별명은 ‘항해의 도시’. 크고 작은 요트가 부두에 정박해 있고, 바닷바람은 중심가까지 깊숙이 스며든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미션 베이와 타카푸나 해변은 도심의 연장선이면서도 전혀 다른 감각을 품고 있다.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로 하루가 흐른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바다와 도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자연과 도시가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구조는 오클랜드를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풍경처럼 여겨지게 한다.
50여 개 사화산(extinct volcano) 위에 자리한 이 도시는 지질학적 구조 자체가 도시 형태를 규정한다. 마운트 이든, 원트리힐 같은 고지대는 과거 분화구였던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일상 속 쉼터가 됐다. 이들 언덕에서는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마치 자연이 도시를 감싸안은 듯한 구조다. 도심 곳곳에 화산 언덕이 자리하고, 그 사이를 따라 숲과 공원이 퍼져 나간다.
문화적 면모 또한 뚜렷하다. 오클랜드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를 품은 다문화 도시다. 유럽계 이주민과 마오리족뿐 아니라 사모아, 통가 등 태평양 섬나라 출신 이민자와 아시아계 인구가 고르게 섞여 있다.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언어가 오가고 시장과 음식, 거리 간판에도 이질적인 문화가 공존한다. 오클랜드박물관은 마오리 문화의 기원과 전통, 식민지 시기 역사, 그리고 현대사회 속 원주민의 자리를 유기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도시는 과거를 현재의 일부로 품고 있으며, 특정 문화가 다른 문화를 압도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하우라키만이나 태즈먼 해협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을 튀겨낸 ‘피시앤드칩스’(위)와 뉴질랜드 국민 디저트 ‘파블로바’. GETTYIMAGES
국민 음식은 피시앤드칩스와 파블로바
오클랜드의 다채로운 정체성은 음식에서도 드러난다. 도시 곳곳에 아시아풍 스트리트 푸드부터 유럽식 브런치, 태평양 섬나라의 전통 요리까지 폭넓은 미식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도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 즐겨 찾는 메뉴가 ‘피시앤드칩스’다. 하우라키만이나 태즈먼 해협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에 튀김옷을 입혀 바싹하게 튀겨낸 뒤 감자튀김을 곁들이는 이 음식은 바닷가에서 먹을 때 제맛이다. 디저트로는 뉴질랜드 국민 디저트 ‘파블로바’가 인기다. 외피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 디저트는 키위나 패션프루트를 얹어 상큼하게 마무리한다.
페리를 타고 바닷길을 건너면 도심의 또 다른 얼굴, 데번포트에 닿는다.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과 작은 책방, 앤티크 숍이 길을 따라 이어지고, 오래된 시간을 품은 골목에는 오클랜드의 과거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마운트 빅토리아 언덕에 오르면 오클랜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도시와 항구, 해변과 공원, 그리고 그 위를 지나는 구름의 흐름까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마을의 리듬은 느리고 조용하다.
오클랜드는 관광지로서 화려함보다 일상 속 풍경의 조용한 울림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특별한 목적 없이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시.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풍경과 느린 속도의 시간들이 그 안에 있다. 해 질 무렵 항구 주변 벤치에 앉아 수면에 비친 노을만 바라봐도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짐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이 떠남이 아닌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오클랜드만큼 그 목적에 어울리는 도시도 드물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Credit Info 제공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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