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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뉴스

강릉, 100년 만의 ‘마른 여름’… 물 위기, 왜 이렇게 심각한가

by 웨더뉴스

강릉이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름철 내내 이어진 폭염과 강수 부족 탓에 생활용수의 중심인 오봉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저수율은 15%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강릉시는 제한 급수라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고, 정부는 8월 말 재난 사태를 선포하며 소방차와 급수차를 동원해 긴급 지원에 나섰습니다. 

단순히 비가 적게 온다는 차원을 넘어, ‘물’ 자체가 일상과 산업,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가뭄 현황, 수치로 드러난 ‘마른 땅’ 

올여름(6~8월) 강릉에 내린 비는 총 187.9mm로 평년의 3분의 1에 불과한 양입니다.

이 수치는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인데요, 1917년 여름철 누적 강수량인 187.4㎜에 이어 108년 만에 가장 적은 여름 강수량이며, 그 차이도 0.5mm에 불과해 최근 가뭄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6개월 강수량도 387.7㎜로,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강원 영동 지역의 올여름 강수량 역시 232.5mm로 종전 최저치였던 1997년의 강수량인 317.5mm보다 85mm나 적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이 이어지면서 저수지와 하천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강릉의 주요 생활용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15%대까지 떨어졌는데요, 저수지 용량이 10에 이른다면, 지금은 겨우 1.5 정도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물 부족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이 제한되고, 농업용수 공급도 줄어 농가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름철 관광객 증가로 급수 불편까지 겹치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도 큰 타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가뭄의 원인은?

이번 극심한 가뭄은 기상학적 요인들이 겹쳐 나타난 결과로 분석됩니다. 

우선, 올여름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확장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구름을 형성하는 장마전선은 주로 한반도 서쪽과 남쪽에 머물렀고, 동해안은 그 경계에서 자주 비껴가면서, ‘비가 와도 강릉에는 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 것입니다.

여기에 강릉의 지형적 특성이 가뭄을 더 심화시켰습니다. 

태백산맥 동쪽에 자리 잡은 강릉은 이른바 ‘비그늘(rain shadow)’ 지역에 해당합니다. 

습한 공기가 서쪽에서 몰려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산맥에서 이미 비를 쏟아내고 내려오면서는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따뜻하고 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발생해,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내리는 구조적 불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토양 수분과 저수지의 물은 빠르게 증발합니다. 

식물의 증산 작용까지 겹치면서 ‘적게 들어오고, 더 많이 빠져나가는’ 물의 불균형이 심화해 극심한 가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가뭄, 단기간 해갈은 쉽지 않아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뚜렷한 해갈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9월 초순까지 지역적으로 국지적인 소나기나 짧은 비가 지날 가능성은 있지만, 가뭄을 해갈할 만한 뚜렷한 강수 패턴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해안에 전선이 자리하거나 태풍이 북상해 넓은 비를 내려야 근본적인 해갈이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이런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 단기간 내 근본적인 해갈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번 강릉의 가뭄은 단순히 한 해의 이상 기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뚜렷한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한 급수와 운반 급수로 생활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샤워 시간을 줄이고, 세탁은 모아서 하며, 불필요한 물 사용을 줄이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위기를 버티는 힘이 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폭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생활 용수원 다변화, 저수지 관리 개선, 누수 방지 등 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며 무엇보다 기후 위기에 대비한 체계적인 물 관리 강화가 절실합니다.  

가뭄은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을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적 체계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이런 극단적인 기후 위기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오늘의 가뭄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더 극심한 폭염, 해수면 상승, 그리고 도시의 침수까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기후단체가 공개한 ‘지구 온난화 이후의 세계 도시 사진’ 을 통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지구의 현실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Credit Info
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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