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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말하다

'9,000평이 전부 연보랏빛이에요'… 9월이면 꼭 찾아야 할 개미취 꽃 명소

by 여행을 말하다

문경 봉천사 개미취
가을을 수놓은 연보랏빛 정원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가을의 전령은 붉은 단풍뿐만이 아니다. 경상북도 문경의 한적한 산사, 문경 봉천사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단풍보다 먼저 연보랏빛 가을이 온 산을 뒤덮는다. 흔한 들꽃이라 여겼던 개미취가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바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전국적인 가을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곳을 단순한 ‘인생샷 핫플’로만 알고 떠난다면, 그 감동의 절반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보랏빛 정원은 한 스님의 오랜 땀과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이 빚어낸 살아있는 ‘대지 미술’ 작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경 봉천사

봉천사 개미취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먼저 이 특별한 풍경이 자리한 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상북도 문경시 호계면 봉서2길 201에 위치한 봉천사는 해발 360m의 월방산 중턱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봉황이 샘을 지킨다’는 의미의 봉천이라는 이름처럼, 사찰에 오르면 봉황이 알을 품듯 주변 산세가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형세다. 이 평화롭던 산사에 매년 가을, 전국에서 수많은 발걸음이 향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발아래 펼쳐지는 거대한 개미취 꽃밭 때문이다.

주지 스님이 손수 가꾼 것으로 알려진 이 꽃밭의 규모는 약 3ha, 평수로는 약 9,000평에 달한다. 서울광장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면적을 다른 어떤 식물도 없이 오직 연보랏빛 개미취 하나로 가득 채운 풍경은 마주하는 순간 말을 잃게 만든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보랏빛 물결은 고요한 산사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흔한 들꽃, 가장 위대한 주인공이 되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장관의 주인공이 화려한 원예종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 야생화 ‘개미취’라는 점이다. 벌개미취라고도 불리는 국화과 식물인 개미취는 본래 계곡이나 풀밭에서 다른 잡초와 섞여 자라는, 주목받지 못하는 꽃이었다. 하지만 봉천사에서는 다르다.

주지 스님은 척박하고 가파른 산비탈에도 강하게 뿌리내리는 개미취의 강인한 생명력에 주목했다. 화려한 꽃으로 억지 조경을 하는 대신, 이 땅의 본성과 가장 잘 맞는 야생화를 선택해 자연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 것이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그 결과, 우리는 생태적으로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경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종류의 야생화가 이토록 거대한 단일 군락을 이루는 것은, 자연과 사람의 오랜 교감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기적과도 같다. 이곳의 보랏빛 물결은 단순한 꽃의 군집이 아니라, 땅의 힘을 믿고 기다려준 한 수행자의 뚝심이 피워낸 감동적인 결과물이다.

이 보랏빛 대지 미술을 가장 완벽하게 감상하려면 약간의 발품이 필요하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다소 좁아, 마음 편히 진입로 초입에 주차하고 10분 남짓 걸어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숨이 찰 무렵, 시야가 탁 트이며 마침내 보랏빛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성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명당으로 소문난 포인트는 꽃밭 위쪽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들이다. 이 바위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9,000평의 개미취 군락과 소나무 숲, 그리고 고즈넉한 사찰의 지붕까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에 따라 보라색의 깊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최고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굳이 특정 바위가 아니더라도,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어느 각도에서 셔터를 눌러도 그림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9월 부터 10월 초까지, 딱 한 달만 허락되는 이 풍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인파가 덜한 평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인근의 문경철로자전거 진남역이나 고모산성을 함께 엮으면 더욱 풍성한 문경 가을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올가을, 붉은 단풍보다 먼저 찾아온 깊고 그윽한 보랏빛의 울림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문경 봉천사로 향해야 할 이유다.

Credit Info
유다경 기자
제공 여행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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