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속 '이것'... 기후변화로 강해졌다
by 웨더뉴스
한여름이 지나도 꺾이지 않는 늦더위 속에 모기의 활동은 오히려 한층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밤마다 귓가를 맴도는 날카로운 모기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학질모기’까지 기승을 부리며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도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모기 개체수가 급증하고, 이로 인한 질병 확산 우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모기는 여름철 귀찮은 해충 정도로 여겨지지만, 기상학적으로 보면 기온, 습도, 강수량 같은 기후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태 지표입니다.
결국 모기의 증가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기후변화가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보여주는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운 날씨, 모기 번식에 최적의 조건
늦여름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모기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모기는 변온동물로, 기온에 따라 신진대사와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기온이 25℃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기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2주에서 단 며칠로 단축됩니다.
이는 한 해에 여러 세대가 번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모기 개체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보통 한국에서 모기 개체 수는 주로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되며, 특히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기온이 높을수록 모기의 발생이 뚜렷하게 증가했고, 강수량보다는 온도와 상관관계가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기온이 0.1℃만 올라가도 모기 개체 수가 최대 1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올여름에도 기온 상승은 말라리아 환자 증가로 이어졌는데요, 서울·울산 감시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전년(2024년) 대비 59%나 늘어난 54명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늦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국지성 소나기는 모기에게 완벽한 번식지를 제공합니다.
고인 물만 있다면 모기는 어디든 알을 낳을 수 있는데, 비가 온 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는 마르지 않고, 높은 습도는 모기 성충이 생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늦더위와 습기, 그리고 소나기는 모기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결국 ‘모기가 잘 자라는 날씨’로 인해 모기는 단순히 귀찮은 존재를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되어버린 것입니다.

기후변화, 모기의 판도를 바꾸다
문제는 모기가 계절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서식 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 오르면 말라리아 발생률이 약 17.7% 증가하며, 이 효과는 약 3주 뒤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지구 온난화는 모기의 개체 수뿐 아니라 질병 전파력 자체를 강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모기의 서식 가능 지역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과거 열대·아열대 지역에 국한되던 모기들이 이제는 온대 지방을 넘어 고위도와 고산지대까지 서식지를 넓히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기 매개 질병의 발생 양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아시아호랑이모기(Aedes albopictus)가 이미 남부 지역을 넘어 독일, 프랑스 등 중부 유럽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ECDC는 지난 10년간 유럽 내 뎅기열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는 온난화와 강수 패턴 변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 확장과 활동 기간 증가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일대에서는 폭우와 고온이 겹치면서 모기 개체 수가 급증했고, 최근 몇 년간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홍수 이후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늘어난 고인 물이 모기 유충의 서식지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국, 과거라면 가을이 오며 자연스럽게 줄어들던 모기가 이제는 늦가을까지 살아남아 서식지를 확장하면서, 결국 전 세계적으로도 기후 패턴의 변동이 모기의 활동 기간과 범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모기’와의 싸움, 늦여름이 남긴 경고
모기를 퇴치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모기 유충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집 주변의 빗물받이나 화분 받침, 버려진 용기 등에 고인 물은 즉시 비워내야 하고, 모기의 활동이 활발한 저녁 시간대에는 방충망을 꼼꼼히 닫고 모기장 설치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시에는 기피제를 사용하거나 모기가 선호하지 않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했듯 모기 매개 질환은 기후변화로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위험 가운데 하나이며, 국가 차원의 질병 감시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늦더위와 함께 찾아온 모기는 단순한 여름철 풍경이 아니라, 다가올 기후 시대의 경고장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작은 불편함을 넘어서, 우리는 이미 더 크고 복합적인 기후 리스크와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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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가렵게 만들고 일상에 불쾌함을 주는 여름철 불청객, 모기.
특히 산책, 캠핑, 등산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상 속 몇 가지 습관만 바꿔도 모기에 물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여름을 편안하게 보내기 위한 모기 예방법, 지금부터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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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