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천리포수목원
1만6천 종 식물이 빚어낸 세계의 숲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여름의 끝자락. 절기상 ‘처서’를 코앞에 둔 지금, 서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거대한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바로 남아메리카의 광활한 평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팜파스그라스가 만개한 것이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풍경은 대한민국 태안의 한 수목원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이다.
by 여행을말하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1만6천 종 식물이 빚어낸 세계의 숲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여름의 끝자락. 절기상 ‘처서’를 코앞에 둔 지금, 서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거대한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바로 남아메리카의 광활한 평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팜파스그라스가 만개한 것이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풍경은 대한민국 태안의 한 수목원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눈앞의 화려함 너머, 한 사람의 위대한 헌신과 집념의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단순한 ‘인생샷 명소’를 상상했다면, 당신은 곧 예상을 뛰어넘는 깊은 감동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은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에 자리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살아있는 식물 박물관이다. 지금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팜파스그라스다. 남아메리카의 건조한 초원, ‘팜파스’ 지대가 원산지인 이 벼과 식물은 1~3m에 달하는 큰 키와 동물의 털처럼 풍성하고 부드러운 꽃 이삭이 특징이다.
특히 천리포수목원은 1979년 ‘써닝데일 실버’ 품종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이곳의 팜파스는 서해의 해풍을 맞고 자라 더욱 풍성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뽐낸다. 만개한 팜파스 군락 사이를 거닐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기적 같은 풍경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더 잘 알려진 고(故)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 박사의 40년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962년, 그는 척박했던 이 땅을 매입하기 시작해 전 재산과 평생을 바쳐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가꾸어냈다. 그의 헌신은 2005년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되며 국가적으로 공인받았다.
세계가 인정한 아름다운 숲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 안내도 / 사진=천리포수목원 공식블로그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식물 다양성 보전의 최전선이다. 2024년 4월 기준, 천리포수목원이 보유한 식물은 무려 16,983 분류군에 달해 명실상부 국내 최다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학술적,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수목학회(ISA)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Arboretum of Distinction)’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었다.
이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수목원의 관리 수준, 식물 다양성, 역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천리포수목원이 국제적 표준의 식물 보전 기관임을 증명하는 권위 있는 인증이다.
일반에 공개된 ‘밀러가든’은 설립자의 이름을 딴 핵심 구역으로, 약 1시간 30분가량의 산책 코스를 따라 걸으면 아기자기한 연못과 고즈넉한 기와집, 그리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 땅에 묻힐 한국인이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무들은 자랄 것이다”라는 설립자의 유지를 되새기며 걷는 숲길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운영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절기(3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2월)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입장 마감은 폐장 1시간 전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000원이며, 청소년과 어린이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주차는 무료로 제공되어 자가용 이용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이 교차하는 지금, 눈부신 팜파스의 은빛 향연과 함께 대한민국 식물 역사의 위대한 한 페이지를 직접 거닐어보는 것은 어떨까.
서해안의 작은 만리포 해변 옆, 한 사람의 숭고한 꿈이 뿌리내려 세계적인 숲으로 자라난 천리포수목원에서 당신은 단순한 풍경 사진 이상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아오게 될 것이다.
Credit Info
유다경 기자
제공 여행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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