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컴퓨터 화면 속 웹 브라우저 상단이 수많은 탭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지 확인해보자. ‘멀티탭 증후군’이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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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웹 브라우저의 탭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어떤 탭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아진 탭이 수십 개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원하는 정보가 담긴 탭을 찾지 못해 모든 탭을 닫고 다시 검색하고 말았다. 기자와 같은 경험을 한 적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멀티탭 증후군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많은 현대인이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매일 바쁘게 보냈지만, 돌아보면 집중한 느낌이 들지 않거나 성과와 만족감이 남지 않아 “나도 성인 ADHD일까?”, “내가 의지가 약한 걸까?”라며 자책한다. 그러나 이는 능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과부하된 뇌의 반응이다. 뇌는 본래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뇌가 자극마다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될수록 뇌는 점점 피로해지고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상태를 ‘멀티탭 증후군’이라 한다. 동시에 여러 창을 열어놓고 끊임없이 오가며 작업을 시도하다가 집중력 저하, 인지 피로, 불안, 업무 효율 저하, 스트레스를 겪는 것이다. 멀티탭 증후군에 시달리면 탭이 10개 이상 열려 있어도 닫지 못하거나, 어떤 작업을 하다 말고 다른 것을 클릭하게 된다. 때로는 업무에 집중이 안 되거나 무기력해지고, 바쁘게 일하지만 실속 있는 결과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 멍한 상태나 두통, 불안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멀티탭 증후군은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보 접근성과 유연성이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보다 득이 많지는 않다. 논문 <멀티태스킹의 비용(The Cost of Task Switching, 2001)>에 따르면 작업 전환으로 인해 작업 수행 효율이 최대 20\~40%까지 감소한다. 뇌가 작업을 자주 전환하면서 인지 자원이 낭비되고, 그 결과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된다. 동시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어 장기적으로는 뇌가 손상될 위험성도 높아진다.
왜 멀티탭 증후군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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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 과부하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업무 중 컴퓨터 화면을 상상해보자. 메신저, 이메일, 알림 등으로 한순간도 조용할 틈이 없다. 수시로 울리는 단체 채팅방 알림창과 수십 통씩 쌓이는 이메일은 정보 과잉으로 작용해 업무 효율성을 낮춘다. 다중 역할 수행에 대한 압박도 원인 중 하나다.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긴급하게 소집되는 회의, 미팅 중 깜빡거리는 메신저 알림이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탭과 앱을 계속 열어두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동시에 여러 정보를 접하는 ‘정보 중독’ 상태에 빠진다.
뇌는 여러 업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뇌에 병렬 처리를 요구하며 그 한계를 무시한다. 결국 뇌가 ‘파업’하게 되며 이 증후군이 생기는 것이다.
멀티탭 증후군, 어떻게 극복할까?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뇌에 ‘멈출 시간’을 주는 것이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않고, 메신저나 알림 같은 새로운 자극을 차단한다. 하루에 최소 10분은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단순한 멈춤이 뇌에 쉴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 우선 웹 브라우저 탭은 3개 이하로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알림은 끄자. SNS나 메신저 사용 시간도 제한하자. 또한 싱글태스킹을 연습해야 한다. 하나의 작업 외에는 나머지 창을 닫아놓고, 25분간 집중 후 5분간 쉬는 ‘포모도로 기법’을 실천하자. 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이다. 만약 처리할 업무가 많다면 하루 업무를 시간대별로 배분하고, 유사한 작업끼리 묶어 처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 업무 집중 시간대를 정하고, 외부 자극을 차단한 채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 중 일부는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산책, 아날로그 독서, 명상 등 비(非)디지털 활동을 통해 멀티탭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도 설마 멀티탭 증후군?
□ 무언가를 하던 중에 갑자기 다른 할 일이 떠오른다.
□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한다.
□ 일할 때 인터넷 창이 여러 개 열려 있다.
□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 한 번 집중하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 할 일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룬다.
□ 할 일을 급하게, 빠르게 처리한다.
▶ 7개 중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멀티탭 증후군을 의심해보자.
Credit Info MAGAZINE 우먼센스 EDITOR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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