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어 시민이 잇는 광복의 역사

by 서울사랑(서울특별시)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시는 4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광복순례단’을 창단했다. 과거의 기억을 오늘의 발걸음으로 잇는 이번 순례는 서울의 역사적 현장을 함께 걸으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정이다. 그 발걸음을 함께한 대표 시민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광복의 정신, 세대를 넘어 전하고 싶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 조시승 씨

독립운동가 조개옥(조윤식) 선생의 막내아들 조시승 씨는 40명의 광복순례단 가운데 가장 연장자다. 해방 4년 후 태어난 그는 부친의 뜻을 좇아 조국을 위한 삶의 자세를 잊지 않고 살아왔다. 그는 은퇴 후에도 시민 기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직계 후손으로서 광복 8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만주 일대에서 민병대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셨습니다. 목숨과 재산을 걸고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신 아버지를 늘 마음에 품고 저도 바른길을 걸어오려 노력했습니다. 어느덧 두 세대가 흘러 독립운동가 후손 1세대는 대부분 작고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복 80주년은 매우 뜻깊은 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룬 업적의 출발점에 ‘광복’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서울시 시민 기자 등 사회참여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요즘은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집을 보기 어렵습니다. 태극기는 우리의 주권과 독립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문화는 선열의 투쟁과 희생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민 기자로 활동하며 곳곳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취재해 소개해왔고, 이번 광복순례단 활동을 통해 그 의미를 더 널리 전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세대와 함께하는 광복순례단 활동에서 가장 기대되는 탐방지는 어디인가요?

손기정체육공원이 가장 기대됩니다. 그는 일본 대표로 출전해야 했지만, 시상식에서 일장기를 가리고 조선인의 긍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순례단에는 당시 손기정 선수 또래의 친구들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세대와 함께 그곳을 걸으며 광복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싶습니다.

광복순례단 활동이 갖는 시민적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활동은 단순한 역사 현장 견학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교육이에요. 시민사회 역량의 실천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이지요. “힘이 있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기억을 통해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이 순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국내 유적지와 기념 터를 꾸준히 방문하며 시민위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중국·미국·인도 등에 있는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도 찾아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이 국내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수많은 헌신의 결과임을 체험하고,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함께 걸으며 완성하는 그날의 기억

경찰청 소속 공무원 임진강 씨

경찰청 소속 공무원 임진강 씨는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며 꾸준히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해왔다. 서울시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 광복순례단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신청서를 제출해 ‘1번 신청자’로 대표 시민위원이 된 그는 이번 활동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그리고 세 차례에 걸쳐 서울의 항일 유적지 및 광복 이후 서울의 산업화와 민주화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을 답사하게 됩니다

광복순례단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광복 80주년이라는 뜻깊은 기념사업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광복순례단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광복순례단은 역사의 주인인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과거 역사에서 직접 의미를 발굴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위촉식에서 각각 팀을 이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을 더 뜻깊게 만들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저희 팀은 광복 기념 마라톤을 제안했고요.

광복순례단의 답사지 중 가장 기대되는 장소가 있나요?

탑골공원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3·1운동이 너무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제가 광화문 근처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자주 지나는 장소이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의 뜨거운 함성과 용기를 상상하며 역사 현장을 직접 걸어보고 싶습니다.

서울시민으로서 이번 활동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울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을 시민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올바르게 기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데, 이 활동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서울시민으로서 자긍심도 생기고, 공동체에 더 깊이 연결된 느낌도 듭니다.

기념을 넘어 내 일상 속 역사를 쓰고 싶어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조윤하 씨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조윤하 씨는 자신을 ‘누군가의 기억에서 따뜻한 어른으로 남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평소에도 대학병원에서 보호자에게 휴식 시간을 선사하는 간호 봉사를 해온 그는 광복순례단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참여를 결심했다.

학업과 봉사 활동으로 바쁠 텐데, 광복순례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몇 년 전 대한간호협회 자료를 통해 독립운동가 박자혜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신채호 선생의 아내이자 간호사이며 조산사로 독립운동을 이끄신 분인데요, 의료인의 길을 걸으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전인간호(全人看護)’를 지향하는 제 꿈과도 맞닿아 있고, 간호라는 직업이 시대와 함께 숨 쉬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죠.

광복순례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번 광복순례단의 가장 큰 의미는 ‘역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서 새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명 인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함께 걸으며 기억을 공유한다는 점이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광복순례단 활동에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작년 말 위촉식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를 AI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해 그분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거든요. 독립운동가들이 마치 친구처럼 곁에 있는 것 같아 순간 울컥했어요. 역사 유적지 탐방도 기대돼요.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이 모여 있는 효창공원을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시간과 우리의 오늘이 연결되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서울시민으로서 이번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서울의 슬로건이 ‘동행·매력 특별시’이잖아요. 저는 ‘같이하는 행복’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광복순례단 활동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시민들이 일상에서 함께 과거를 기리고, 그 기억 위에 현재의 나를 써 내려가는 경험.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싶어요. 그런 역사와 공동체의 정신을 품은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Credit Info
글 원영인
사진 김재형, 전진옥
제공 서울사랑(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