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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한 땀 한 땀 요즘 힙한 뜨개질 생활

by 여성동아

일명 ‘할머니 취미’로 인식되던 뜨개질이 Z세대의 힐링 트렌드로 떠올랐다. 뜨개 모임은 물론 뜨개 투어까지 떠나며 힙하게 뜨개질을 즐기고 있다.

@closeknitclub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담은 취미 활동이 큰 인기다. 코바늘 하나, 실 한 뭉치로 시작하는 뜨개질 이야기다. 요즘 영화관에서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코를 잡는 Z세대를 종종 볼 수 있다. SNS엔 #뜨개스타그램 #뜨린이 #니팅힙 같은 해시태그가 넘쳐나고, 뜨개 영상은 조회수 수십만 회를 거뜬히 넘긴다. 마냥 느리고 고요한 취미라고만 여겼던 실과 바늘의 세계가 지금 가장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되는 분위기다. 

@cgv_korea

뜨개질은 손재주가 없어도 시작하기 쉬운 취미다. 밀키트처럼 실, 바늘, 도안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 제품이 많아 입문 장벽이 낮은 것.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2시간 만에 가방 뜨는 법’ ‘왕초보도 가능한 미니 키 링 만들기’ 등의 영상이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인기다. 뜨개질의 가장 큰 매력은 ‘손끝으로 완성하는 몰입의 미학’이다. 코를 만들고, 감고, 빼고, 다시 끼우는 반복적인 작업은 생각보다 강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눈은 실을 따라가고, 손은 리듬을 기억하며 뜨개질에 몰입하다 보면 명상처럼 힐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점점 완성품이 돼가는 과정, 뜨개 결과물을 사진으로 직접 찍어 SNS에 올리는 순간까지 뜨개질은 자기만의 리듬과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키 링을, 또 다른 누군가는 버킷 해트나 파우치를 만든다. 이 작은 오브제들은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꾸미기’ ‘자기표현’ ‘자기 돌봄’이라는 키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Z세대 뜨개인들의 일상

요즘 뜨개질은 취미를 넘어 Z세대의 소셜 라이프이자 문화로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뜨개 상영회’다. 지난해 겨울 독립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개봉 당시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한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에서는 ‘뜨개 시사회’가 열렸다. 젊은 세대의 취미로 인기가 높아진 뜨개질을 영화와 접목한 것. 이 영화관은 조도를 살짝 올려 아늑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보며 뜨개질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상영 후 굿즈 대신 각자가 만든 뜨개 아이템을 들고 인증 샷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런 흐름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하다. 인스타그램의 인기 계정 중 하나인 ‘클로즈-닡 클럽(@closeknitclub)’은 뜨개 동호회이자 워크숍 중심 커뮤니티로, 멤버들은 직접 만든 니팅 아이템을 공유하며 뜨개 모임의 따뜻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평소 각자의 뜨개 거리와 소소한 간식 등을 챙겨서 아늑한 공간에 모여 4~5시간씩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1박 2일 뜨개 캠프를 떠나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면 실과 바늘을 들고 서울숲으로 ‘니크닉’을 나가기도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함께 실을 감고 웃으며 보내는 시간 그 자체다.

르세라핌 사쿠라 @39saku_chan | 토마스 데일리 @madewithlovebytomdaley | 르세라핌의 멤버 사쿠라와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토마스 데일리는 대표적인 뜨개인 셀럽이다.

뜨개 커뮤니티와 더불어 뜨개인들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오프라인 공간도 있다. 대표적인 곳은 손뜨개 장인으로 알려진 송영예 씨가 운영하는 ‘바늘이야기’ 오프라인 매장이다. 송영예 씨의 딸인 김대리 역시 뜨개질 인플루언서로 유명한데, 4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바늘이야기의 유튜브 채널 ‘바늘이야기 김대리’를 이끌고 있다. 바늘이야기는 연희동에 자리한 연희점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파주점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는 실과 바늘 등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매장과 커피를 마시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전용 카페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특히 연희점은 평일에도 젊은 여성 고객들로 붐비는 명소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뜨개실을 정렬해놓은 대형 포토 월. 젊은 세대에게는 이 공간 자체가 감성을 자극하는 일종의 포토 존이자 ‘인증 샷 명소’로 통한다.

셀럽들의 영향력도 뜨개 유행에 불을 지폈다. 르세라핌 사쿠라는 아이돌계의 대표적인 ‘뜨개질 러버’로 통한다. 사쿠라는 자신의 취미를 브랜드로 확장해 뜨개질 굿즈 브랜드 ‘꾸로셰’를 론칭하고 스트랩, 키 링, 파우치, 크로스 백 등의 뜨개 아이템을 선보였다. 사쿠라는 스케줄 도중 생기는 짧은 대기 시간도 알차게 활용하고 싶어 뜨개질을 시작했는데, 점차 자신만의 재충전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소에도 짬짬이 실과 바늘을 꺼내 뜨개질을 하며 힐링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yellow_hate_

@banulstory_official  | 뜨개인들의 성지 ‘바늘이야기’ 오프라인 매장. 뜨개실을 정렬해놓은 대형 포토 월은 ‘인증 샷 명소’로 통한다.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토마스 데일리 역시 뜨개 인플루언서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금메달을 딴 그는 다른 종목을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았는데, 그곳에서 조용히 실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경기를 바라보는 눈과 동시에 바쁘게 움직이는 손. 익숙한 솜씨로 실을 엮는 그의 모습은 ‘뜨개질은 어디서든 가능한 진짜 취미’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Z세대가 뜨개질에 빠진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느리게, 정성껏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평온한 몰입 과정은 자기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법을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Credit Info
오한별 객원기자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인스타그램
제공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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