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연꽃으로 물드는 곳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연못’이라 부른다. 어떤 연꽃은 700년 만에 피어나고, 어떤 연꽃은 1400년 동안 피고 지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그 풍경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연꽃은 해가 뜨면 피고, 이내 오므라든다. 짧은 순간이기에 더욱 귀하다. 조용히 피고 지는 그 시간을 바라보기 좋은 계절, 지금이 바로 연꽃을 만나러 갈 때다. 전국 연꽃 명소 5곳을 선정했다.
시흥 연꽃테마파크. 사진제공= 시흥시 공식블로그
시흥 연꽃테마파크. 사진제공= 시흥시 공식블로그
시흥 연꽃테마파크 도심 힐링 공간으로 피어난 역사 속 연못
서울 근교에서 연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시흥 연꽃테마파크를 찾아보자. 농업기술센터 2층에서 간이 의자를 대여할 수 있어, 조용히 앉아 연꽃을 감상하기 좋다.
시흥 관곡지는 조선 시대 농학자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들여온 연꽃 씨앗을 심으며 만들어진 유서 깊은 연못이다. 그 역사성을 살려 조성된 연꽃테마파크는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19만㎡의 논 위로 연꽃이 가득 피어나며,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루며, 9월까지도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로 139 운영기간: 연중무휴 (연꽃 개화 시기: 7월 초~10월 초) 운영시간: 상시 개방 이용요금: 무료 문의: 시흥시청 농업기술센터 031-310-6187
양평 세미원.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양평 세미원.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양평 세미원 물과 꽃이 만든 정원에서 보내는 여름 하루
세미원은 물과 꽃의 정원이라는 이름답게 동양 전통 정원 양식에 약 270종의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팔당호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 ‘연꽃문화제’가 열리며, 연꽃이 피어나는 풍경 속을 산책할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은 저녁 8시까지 운영되어 낮과 밤의 분위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연꽃박물관과 갤러리 세미에서는 연꽃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며, 아로마테라피와 연잎 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연꽃빵과 같은 여름 한정 메뉴도 맛볼 수 있고, 배다리 개통으로 두물머리까지 걸어갈 수 있어 연꽃 구경 후 여정을 이어가기 좋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운영기간: 2025.6.27.~2025.8.10.(연꽃문화제) 운영시간: (6.5.~8.31.) 09:0020:00 / 축제 기간 외: 09:00~18:00 이용요금: 일반 7,000원 / 우대 4,000원 / 5세 이하 무료 문의: 031-775-1835
무안 회산백련지.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무안 회산백련지.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무안 회산백련지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
무안 회산백련지는 30만㎡가 넘는 면적의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다. 1950년대 마을 주민이 연꽃을 심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30여 종의 연꽃과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생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백련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가장 활짝 핀 연꽃을 볼 수 있다. 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홍련과 달리 백련은 7월부터 연잎이 덮이기 시작해 3개월 동안 연못을 가득 메운다. 탐방로에는 수련, 가시연꽃 등 30여 종의 연꽃과 다양한 수중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280m 길이의 백련교와 전망대, 수상 유리 온실, 수생식물 생태관 등 다양한 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탐방로도 조성되어 있다.
위치: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백련로 333 운영기간: 연중무휴 (백련 개화 시기: 7~9월) 운영시간: 09:00~18:00 (관람시간 이후에도 상시 개방) 이용요금: 무료 문의: 회산백련지 관리사무소 061-285-1323
부여 궁남지. 사진제공= 부여군
부여 궁남지. 사진제공= 부여군
부여 궁남지. 사진제공= 부여군
부여 궁남지 1391년 동안 연꽃으로 물든 백제의 인공 정원
부여 궁남지는 백제 무왕 시절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이다. 연못 중앙에 인공 섬을 만들어 신선 사상을 표현한 궁남지는 고대 조경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신라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연못에는 옛사랑 이야기가 흐르듯 연꽃이 피어난다. 7월이면 서동연꽃축제가 열려 연못을 가득 메운 연꽃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축제 기간에는 조명이 더해져 야경 명소로도 손꼽힌다.
역사 유적과 연꽃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백제 문화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운영기간: 2025.7.4.~2025.7.6. (서동연꽃축제) 운영시간: 10:00~22:00 이용요금: 무료 문의: 부여문화원 041-830-2200
함안 연꽃테마파크.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함안 연꽃테마파크.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함안 연꽃테마파크 700년 전 씨앗이 다시 피워낸 아라홍련의 기적
함안 연꽃테마파크는 고려 시대 연꽃 씨앗이 다시 꽃을 피운 ‘아라홍련’을 기념해 조성된 곳이다. 이 씨앗은 사적 제67호인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됐으며, 700여 년 만인 2010년에 개화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천연 늪지를 활용한 친환경 공원으로, 홍련·백련·수련·가시연꽃은 물론 아라홍련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연꽃이 가장 아름다운 오전에 방문하면 생생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징검다리를 따라 연꽃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연못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자와 포토존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여름의 한 장면을 담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