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네 인차기 알힐랄 SFC 감독(왼쪽)이 6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경기 도중 헤낭 로지에게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뉴시스
내년 6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개막하는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통산 23번째 월드컵이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열리는 공동 개최 월드컵이자 사상 최초로 3개국이 함께 여는 대회다. 이번 월드컵은 이들 개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깊다. 멕시코는 세계 최초로 남자 월드컵(흔히 말하는 월드컵)을 세 차례(1970, 1986, 2026) 개최하는 국가가 된다. 미국은 1994년 이후 32년 만에, 캐나다는 사상 최초로 남자 월드컵을 개최한다. 개막전은 1970년 펠레가 속한 브라질 국가대표팀, 1986년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린다.
사상 첫 3개국 공동 개최 월드컵
북중미월드컵에선 여러 새로운 변화도 시도된다. 우선 참가팀이 기존 32개에서 48개로 대폭 늘었다. 월드컵 문호를 넓혀 많은 팀에 출전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에서다. 총 경기 수는 64개에서 104개로 늘어나고 통상 30일 정도였던 대회 기간도 39일로 길어진다. 새로운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된 점도 주목된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2개 팀과 성적이 좋은 3위 8개 팀이 신설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게 뼈대다. 북중미월드컵을 통해 북미 프로리그가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축구 인기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중미월드컵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6월 14일∼7월 13일 열리는 2025 FIFA 클럽월드컵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32개 팀 규모로 새롭게 출범한 이번 클럽월드컵은 심각한 폭염과 예측 불가능한 낙뢰, 저조한 관중 동원 등 문제를 노출하며 내년 월드컵에 ‘경고등’ 역할을 하고 있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멕시코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 GETTYIMAGES
유럽 TV 시청률 높이려고 낮 경기 고수
북중미월드컵의 최대 복병은 북미 대륙의 혹독한 여름 날씨가 될 전망이다. 클럽월드컵 대회 동안 미국 동·남부를 덮친 폭염은 선수와 관중을 한계로 내몰았다. 가령 신시내티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경기는 32℃ 날씨에서 치러졌다. 니코 코바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사우나에 온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패서디나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을 상대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르코스 요렌테는 “끔찍하게 더워서 발가락과 손톱이 아플 지경”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선수 건강을 위해 전후반 중간에 도입된 ‘쿨링 브레이크’(1분 동안 휴식하며 자유롭게 물을 마시는 시간)는 큰 도움이 안 됐다. 일부 팀은 직사광선 노출을 피하고자 후보 선수들로 하여금 라커룸에서 경기를 지켜보게 할 정도였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올해와 같은 날씨 이슈가 생길 수 있다. 댈러스, 마이애미, 휴스턴 등 주요 개최 도시의 6~7월 평균 최고 기온은 33~35℃에 달한다. 습도가 높은 데다, 뇌우 빈도도 높다. FIFA가 유럽의 황금 시간대 TV 시청률을 높이고자 낮 경기를 고수하면서 선수와 관중을 위험한 시간대로 밀어 넣은 셈이다.
예측 불가능한 뇌우는 경기 자체를 마비시켰다. 올랜도에서 열린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경기는 킥오프 직전 낙뢰 위험으로 1시간 이상 지연됐다. 뉴저지에서 열린 SE 파우메이라스와 알아흘리 SC의 경기는 낙뢰로 후반전 도중 40분간 중단됐다. 대회 초반 4경기에서만 짧게는 40분, 길게는 2시간 30분에 이르는 심각한 경기 지연이 초래됐다.
내년 월드컵 흥행의 시금석이 될 클럽월드컵의 관중 동원은 어떨까. FIFA는 클럽월드컵 기간 티켓 150만 장이 팔렸다고 자축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CF) 같은 슈퍼스타가 출전한 경기나 PSG, 레알 마드리드 등 인기 팀의 경기는 8만 명 넘는 구름 관중을 동원했다. 문제는 인지도가 다소 낮은 팀들의 경기는 외면받았다는 점이다.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울산 HD의 경기는 낙뢰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공식 집계 관중이 3412명에 불과했다. 7만 석 규모 애틀랜타 경기장에서 열린 첼시와 로스앤젤레스의 경기는 좌석 점유율이 32%에 그쳤다.
이번 클럽월드컵 흥행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100달러(약 13만6000원) 넘는 비싼 티켓 가격과 평일 낮이라는 비현실적인 킥오프 시간, 슈퍼스타가 없으면 외면받는 북미 스포츠 시장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내년 북중미월드컵은 참가팀이 48개로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비(非)인기팀 간 조별리그 경기가 수십 번 열린다. 무더운 미국 여름은 내년에도 재현될 것이다. 그럼에도 FIFA는 유럽 TV 시청률 탓에 북중미 현지에서 낮 경기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클럽월드컵 ‘반쪽’ 흥행의 여러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년 월드컵에서도 같은 문제가 또 벌어질 수 있다.
Credit Info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 제공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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