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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짓서울

자연을 통해 마주하는 서울의 일상 속 아름다움

by 비짓서울

서울이라는 도시를 잘 안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도심 한가운데서 푸르름과 꽃에 둘러싸인 온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하루를 보냈고, 오랜만에 마음 깊이 상쾌함을 느꼈다.

이번 달, 나는 서울 일상 속에 자연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탐험하기로 했다. 멀리 떠나는 하이킹이나 교외로의 여행이 아닌, 도시 안에서 만나는 작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서 말이다. 서울 도심 속 정원 박람회부터 지역 주민들로 북적이는 꽃시장, 고요한 다례 체험까지, 이 세 가지 경험은 도심에서 자연과 연결될 수 있는 아름다운 방법을 제시한다.

■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지금까지 개최된 박람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긴 기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다. 보라매공원은 무려 40만㎡ 규모의 도시 정원으로 탈바꿈하였고, 총 111개의 쇼 가든이 조성되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는 “가든시티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 공간에 녹지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 중심의 삶을 촉진하기 위한 장기 비전을 담고 있다.

주말에 방문해 보니 공원 곳곳이 활기로 가득차 있었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돗자리나 텐트를 펴고 앉아 쉬거나, 그늘 아래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줄지은 푸드트럭에서는 피자, 케밥, 츄러스,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음식이 판매되어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머물러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어 공원 전체가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정원 외에도 화분, 원예 도구 등을 판매하는 활기찬 장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초록색과 보라색 안내 표지판 덕분에 동선을 따라 이동하기 쉬웠고, 안내소에서는 지도나 영어 해설 투어를 제공했지만 정원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며 길을 잃는 순간 자체가 오히려 더 즐겁게 느껴졌다.

■ 양재 꽃시장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꽃의 예술성을 선보이는 축제라면, 양재 꽃시장은 그 아름다움이 일상의 일부가 되는 곳이다. 출장으로 몇 달씩 호텔 생활을 하며 떠돌던 시절, 나에게 활기를 주기위해 현지 시장에서 꽃을 사는 작은 습관이 있었다. 방 안에 꽃 한다발만 있어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남부의 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양재 꽃시장은 도매와 소매가 함께 이루어지는 대형 시장으로, 플로리스트, 꽃집사장,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꽃을 한 다발씩 사러 오는 곳이다. 싱그러운 꽃내음과 활기찬 재잘거림이 어우러져 혼란스러우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지 플로리스트이자 ‘골플로라(Goalflora)’의 창립자인 전주원 대표에게 처음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시장 탐방 팁을 들어보았다.

● 방문 시기: “선선한 계절에 방문하는 게 좋아요, 여름이라면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정오 사이가 바이어가 적어 덜 붐비고 상인들도 한결 여유롭고 친절한 편이에요.”

● 요즘 추천하는 꽃: 여름철 추천꽃으로 강렬한 색상의 장미, 세덤, 클레마티스를 꼽았다. “색감이 선명해서 예쁘고 오래가서 더운 날씨에 잘 어울려요.”

● 신선한 꽃 고르는 법: “꽃이 언제 들어온 건지 꼭 물어보세요. 그리고 꽃잎만 보지 말고 줄기와 잎도 살펴보고 건강하고 생기 있는 초록색을 선택하세요.”

● 합리적 가격의 고급스러운 꽃: “저렴하면서 고급스러운 꽃은 많지 않지만 칼라릴리나산더소니아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이에요.”

● 초보자에게 쉬운 꽃: 꽃꽂이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장미, 리시안셔스, 튤립처럼 형태가 뚜렷한 꽃을 추천했다. “섬세한 꽃보다 훨씬 다루기가 쉬워요.”

● 꽃을 오래 보관하는 법: 그녀의 팁은 “매일 물 갈아주기. 다른 어떤 것도 넣지 않은 깨끗한 물만으로도 일주일 넘게 싱그럽게 유지할 수 있어요.”

■ 희섬 다례 체험

눈과 손을 통해 자연을 만났다면, 이제 감각과 마음으로 자연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서울의 ‘희섬’에서 진행하는 다례 체험은 자연을 고요하고 사색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국의 다례는 중국이나 일본의 차 문화와는 달리 예의와 균형, 그리고 전통 한국 춤사위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의 흐름을 중시한다.

희섬은 공인 다도전문가 송나 선생이 11년 전에 설립한 공간으로, 이곳에서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연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다. 송나 선생은 “차는 그저 물과 찻잎일 뿐이지만, 이 두 요소에는 산과 바람, 흙, 햇살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느림과 뿌리내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명상이 된다.

나는 90분간 진행되는 체험 워크숍에 참여했지만, 희섬에서는 12주 집중 프로그램 외에도 싱잉볼(사운드테라피)과 서예 수업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복합적 체험이다. 천을 접는 것부터 물을 따르는 것까지 모든 동작이 의도적이고 우아했다. ‘공수’라는 인사로 시작된 다례는 여름 과일과 은행씨에서 영감을 받은 박물관급 다기 세트를 사용했는데 다례전문가의 동작 하나하나가 정제되고 목적이 분명하여,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수행처럼 느껴졌다.

각기 다른 고유한 스토리와 페어링을 가진 세 가지 차를 맛보았다.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풍미를 지닌 하동 홍차, 5월 초에 수확한 신선한 녹차, 그리고 생강 향이 의외로 어우러진 목련꽃차.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이 뚜렷하고, 차가 식으면서 풍미가 더욱 깊어져 쉽게 어느 하나를 고를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송나 선생은 “차 한 모금 한 모금이 느림과 뿌리내림, 그리고 살아있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이는 자연이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올 때, 얼마나 깊이 있고 삶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되는지를 일깨워준다.

정원을 걷거나, 꽃을 손에 들거나, 조용한 차를 한 잔 마시는 경험으로 자연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마음만 연다면, 자연은 언제든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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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비짓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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