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 장맛비, 알고 보면 고마운 존재?
by 웨더뉴스
지난 금요일(20일)을 기점으로 올해 전국의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제(24일, 화)부터 다시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오늘(25일, 수)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장마 영향권에 들다가 밤부터 차츰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기후에서는 특히 장마 기간 동안의 집중호우가 각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매년 긴장감을 높이는데요,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장마는 ‘불편한 손님’이면서도 사실은 우리 일상과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잘 몰랐던 장마의 숨겨진 긍정적인 기능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가뭄 해소와 수자원 공급의 ‘핵심 역할’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의 약 55%가 6월~9월 사이에 집중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장마철에 내립니다.
기상청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장마 기간 강수량만으로도 전국 댐의 평균 저수율을 30~40% 이상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봄철 가뭄이 반복되면서, 장맛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강수량이 부족한 봄철 동안 말랐던 저수지, 농업용수 확보, 생활용수 보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마는 수자원 재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질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천연 필터’
장맛비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기 정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황사, 부유분진, 유해가스 등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에 흡착되어 지면으로 떨어지는 세정 효과(washout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강우가 10mm 이상 내릴 경우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50~7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장마처럼 긴 시간 동안 넓은 지역에 비가 내릴 경우 대기질 개선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대기질 개선 효과는 특히 호흡기 질환자나 민감군에게 큰 도움이 되며, 열대야가 시작되기 전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누릴 짧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산불 예방에 효과적... 자연이 만든 최고의 ‘방화벽’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5mm 내외의 적은 양의 비만 내려도 약 하루 동안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며, 20mm 이상의 강수량이 기록되면 평균 3일 이상 산불 발생 위험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가 내리면 산림 내의 낙엽층과 수목의 수분 함량이 증가하고, 자연발화 조건이 억제되기 때문인데요,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크게 늘었던 산불 위험이 장마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장마철에는 야외 활동과 벌목, 소각 같은 인위적인 산불 유발 행동이 줄어드는 계기도 마련돼 실제 발생 건수도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산불 발생 건수는 장마철인 6~7월에 연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장맛비는 숲의 수분 균형을 회복시키고, 산림 화재 위험을 크게 줄여주는 방화벽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소비 경제에도 영향... 늘어나는 ‘장마 특수’
장마는 생활 패턴과 소비 흐름에도 변화를 줍니다.
통계청과 산업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궂은 날씨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주문량은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홈쇼핑의 경우도 장마 기간 평균 매출이 약 10~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산, 장화, 방수 의류, 세탁용품, 제습기, 건조기, 냄새 제거제 등 장마철 필수 아이템들의 수요가 집중되는데요, 일부 품목은 매출이 50% 이상 급증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습 가전'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의류 건조기와 제습제, 냉장 탈취제, 실내용 방향제 등 '냄새 제거 제품' 군의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먹을거리의 매출 역시 장맛비로 인해 영향을 받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는 부침개, 전류, 라면 등의 탄수화물 기반 음식 매출이 평소보다 1.5~2배까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이는 장마철 우울감을 유발하는 흐린 날씨에 따라 기분 전환을 위한 탄수화물 섭취가 증가하는 심리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장마철에 판매량이 줄어드는 품목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모기약과 살충제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면 고인 물이 계속 흘러가 유충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기온도 상대적으로 낮아져 모기의 활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마철 이후에는 모기 개체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며, 관련 용품의 판매도 평균 대비 약 30%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많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장맛비는 침수·산사태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장마철에 접어든 시기인 만큼, 남은 장마 기간 하수·배수 점검, 저지대 출입 자제, 사전 비 대피 계획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장마는 불편과 피해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환경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연의 순환’ 중 하나입니다.
비 피해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와 함께, 장마가 주는 자연의 혜택도 함께 기억해 보는 여름이 되시길 바랍니다.
📍 함께 보면 좋아요
비가 내리면서 습하고 끈적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뽀송뽀송한 에어컨 바람은 반갑지만, 하루종일 틀고 있다 보면 어딘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과도한 에어컨 사용은 지끈지끈한 두통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에어컨과 제습기 없이 집 안 습기 관리하는 꿀팁이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에서 확인해 보세요!
Credit Info
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