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등교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처 학교 건물로 들어서지 못한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종종걸음을 치며 소리를 질렀지만, 왠지 즐거운 환호처럼 들렸다. 후드득후드득. 학교 건물 앞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나무와 꽃들도 시원하게 내리는 봄비에 춤을 추듯 온몸을 기분 좋게 흔들었다. 학교 숲으로 유명한 서울풍납초등학교(이하 풍납초)의 등교 풍경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배움
거짓말같이 한차례 소낙비가 지나가고 학교는 다시 조용해졌다. 풍납초 4학년 3반 교실에서는 1교시 과학 수업 준비가 한창이다. 오늘의 주제는 ‘식물의 생활’, 아이들은 ‘식물 탐험대’가 되어서 식물의 잎을 직접 관찰하고 채취·수집·분류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러한 체험 수업의 경우 주변 지역에 조성된 공원이나 숲길을 찾아가곤 한다. 이때 학교 외부에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교통과 같은 이동 시 안전 문제가 늘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풍납초에는 그런 걱정이 없다. 교내 정원이 숲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야생화를 제외하고 꽃과 나무 40~50종이 자라나고 있어요. 환경부와 기업이 함께 지자체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목표로 숲조성 사업을 진행했고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대상을 학교까지 확대했죠. 그러한 숲 조성 사업에 풍납초가 선정되어서 연못과 화단이 있던 자리에 나무와 꽃을 심으면서 이곳에 숲이 자리하게 된 거예요.” 꽃과 나무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매일 일과처럼 숲을 돌본다는 김혜경 교감의 설명이다. 학교 건물 앞에 길게 자리한 숲은 중앙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길로 나뉜다. ‘내일이 희망차길’과 ‘바람드리길’이라는 이름도 아이들과 함께 지어 붙였다. 나무 높이는 아이들의 평균 키보다 조금 높게 조성하였다.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였다. “우리 학교 인사말이 ‘사랑합니다!’예요. 인성 교육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숲을 사랑하는 마음 역시 올바른 심성을 길러주는 교육이죠. 처음 숲길을 조성했을 때는 아무런 인식 없이 꽃을 밟곤 했는데 이제는 자기들끼리 꽃도 열심히 관찰하면서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여요. 이런 것이 진정한 생태전환교육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 교감의 말처럼 인간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시각을 바꾸고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생태전환교육의 시작이다. 사회성을 배워 나가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숲 체험 학습이 꼭 필요한 이유다.
마음에서 자라는 숲 사랑
“나무의 잎은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넓게 펼쳐지면서 자라요. 그리고 나무도 사람처럼 숨을 쉬는데 잎에서 공기도 빨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학교 숲에서 나무의 잎을 직접 관찰하고 채취해 볼 거예요.”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후, 간단한 필기도구를 챙겨서 복도에 나란히 줄을 섰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의 뒤를 따라 숲으로 향했다.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아이들 모두 안전하게 숲에 도착했다. 다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조별로 나뉘어 숲으로 흩어졌다. 봄비를 만끽한 숲에서는 한층 싱그러운 향기가 났다. 식물 탐험대가 된 아이들은 숲길에서 자기들만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나 장난 가득했던 시간도 잠시. 숲속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제각기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풍납초 교화인 장미를 시작으로 보리수나무, 명자나무, 주목, 감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박태기나무, 나무수국 등 숲에 자리한 나무 앞에 서서 팻말에 붙은 이름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물기 머금은 나뭇잎을 어루만졌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하나씩 찾아서 그 나무 이름을 외운 후에 나뭇잎 한 장을 떼어서 이곳으로 오세요!”
담임선생님 앞으로 모여든 아이들의 손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나뭇잎이 소중하게 들려 있었 다. 그 나뭇잎을 A4 크기 종이에 붙은 비닐봉지 안에 넣은 후, 나뭇잎의 이름부터 모양, 촉감, 특징 등 관찰한 내용을 적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수업은 어떠했을까?
“숲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나뭇잎 때문에 공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나무 이름을 새롭게 알게 돼서 좋았어요.”
“나무와 꽃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마다 소감을 말하는 아이들 마음속에 숲이, 자연이 한 뼘 더 자란 것 같다.
Mini Interview
숲이 오랫동안 함께하길 바라요 학교 숲을 걸을 때마다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서 나무와 꽃을 보면 식물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이 생기고 숲이 오랫동안 잘 있으면 좋겠어요. - 김예현 학생(4학년)
자라는 꽃, 나무를 보면 신기해요 오늘처럼 꽃이나 나무를 관찰해야 할 때 숲이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꽃과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하연 학생(4학년)
Credit Info 제공 서울특별시교육청(지금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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