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갈수록 길고 뜨거워진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지. 이열치열이라는 조상님들의 지혜를 음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청두에서.
열로 열을 다스리고 온 청두 여행 이야기다.
by 트래비
여름은 갈수록 길고 뜨거워진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지. 이열치열이라는 조상님들의 지혜를 음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청두에서.
열로 열을 다스리고 온 청두 여행 이야기다.
잘 먹고 잘 사는 청두의 맛
가이드 첸(Chen)은 청두를 예부터 ‘살기 좋은 도시’라고 소개했다. 기원전 4세기 경부터 청두라는 도시의 이름을 변함없이 지금까지 쭉 사용해온 곳으로 도시를 위협하는 큰 전쟁이나 반란을 겪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것이 첫 번째 근거다. 역사가 증명하듯 확실히 안전하고 평화로운 도시지만 그렇다고 심심하거나 밋밋한 곳은 아니다.
중국에서 박물관이 가장 많은 도시, 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시, 서점이 가장 많은 도시, 세계 최초의 학교가 있는 도시, 세계 최초의 종이 화폐를 발명한 도시와 같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타이틀을 가진 도시이자 이제는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상하이, 베이징, 선전, 충칭, 광저우 등에 이어 경제 규모 10위 안에 꼽히는 만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도시 내 각종 인프라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살기 좋은 도시의 두 번째 근거다.
마지막 근거는 유네스코로부터 얻은 아시아 최초로 ‘미식의 도시’라는 타이틀이다. 풍부한 물과 따뜻한 기후를 가진 청두는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를 수확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고, 자연스럽게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그렇다보니 청두 사람들의 일상도 미식에 진심이다.
혼자서도 훠궈를 먹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곧 일상이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결국 잘 먹고 잘 사는 도시가 당연히 살기에도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첸의 지론이다.
청두의 대표적인 맛은 화끈하게 매운 ‘마라’다. 첸은 청두에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다 해가 쨍쨍하게 내리 쬐는 날이면, 청두에 사는 개들은 낯선 해를 보고 왈왈 짖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연중 내내 구름이 많고 비가 자주 내리는 습한 청두의 날씨는 마라와 같은 매운 음식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했다. 매운 음식을 섭취해 열을 내고, 그 열로 몸의 습기를 배출시키는 것이 결국 더위를 이기고 건강에 좋다는 이열치열의 논리를 식습관으로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청두다.
코끝을 찌르고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마라’ 요리의 본고장. 새빨간 각종 요리를 매일 테이블 위에 두고 땀을 한 바가지씩 뻘뻘 흘리며 먹었는데도 어쩐지 개운한 이 기분. 여름을 이길 보양식이 가득한 청두에서 맛보지 않을 수 없는 맛을 소개한다.
마라탕 러버는 마라훠궈를 못 참지!
마르고 매너 훠궈
Margo Manor Hot Pot
마라탕의 원조가 바로 마라훠궈다.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를 넣고 팔팔 끓인 육수에 각종 채소와 육류를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이다. 마르고 매너 훠궈는 쓰촨 스타일의 정통 마라 훠궈를 선보이는 식당이자 청두에서 유일하게 커다란 정원을 갖추고 있는 식당이다.
정원의 규모는 대륙의 스케일답게 압도적이다. 가운데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그 주변을 빙 둘러 실내외 테이블을 갖추고 있는데 수 백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모든 원형 테이블 위에는 메인 메뉴로 훠궈가 오른다. 눈앞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시뻘건 냄비를 보고 알싸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매운 비주얼을 자랑하는데, 청두 사람들은 이런 마라훠궈를 일주일에 1~2번씩 김치찌개처럼 즐겨 먹는다니 청두에서는 한국인이라는 맵부심을 조금 내려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청두 스타일대로라면 각종 내장류와 고기, 꼬치, 채소, 면 순서대로 10~20초씩 데쳐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지만 식재료가 낯설다면 익숙한 채소부터 백탕으로 시작하길 권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결국 모든 접시를 비울 때까지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는 마법이 펼쳐질 것이다. 식사 후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묘미다.
Mage Manor Lupai Hot Pot
玛歌庄园陆派火锅
주소: 중국 Sichuan, Chengdu, Xindu District, 962, 正东方向180米 邮政编码: 610503
쓰촨 요리의 모든 것
쓰촨 요리 박물관
Sichuan Cuisine Museum
쓰촨 요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음식으로 중국 8대 요리에 속해 있다. 그런 쓰촨성의 중심 도시인 청두에는 아시아 미식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요리 박물관이 자리한다. 중국 최초의 체험형 요리 박물관이자 사천 요리의 역사와 문화, 전시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가장 먼저 공략할 부분은 쓰촨 요리 푸드 코트다. 쓰촨 스타일의 각종 딤섬과 면 요리, 튀김, 훠궈, 볶음밥과 디저트 등 수 십 가지의 전통 음식이 뷔페처럼 이어져 있다. 모든 음식을 조금씩 맛본 다음 입맛에 맞는 메뉴를 한 번 더 공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일행들에게 ‘엄지척’을 받은 메뉴는 쏸라펀(酸辣粉)이다. 전분으로 만든 당면에 매콤하고 달큰한 고추기름 소스를 끼얹어 땅콩가루, 숙주나물을 함께 비벼 먹는 길거리 메뉴로 바삭하고 담백한 춘권과 조합이 좋다. 두 그릇을 싹싹 비운 메뉴니 믿어도 된다.
직접 쓰촨 요리를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 체험도 가능하다. 찹쌀가루 반죽을 뭉쳐 달달한 앙금을 넣고 콩으로 장식해 판다 모양을 만드는 딤섬 만들기 체험이 가장 가볍고 쉽다. 전문가가 직접 손질한 재료로 쓰촨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기도 한다.
이날 보고 배운 메뉴는 쿵 파오 치킨. 적당히 썰어낸 닭고기에 간장과 다진 마늘, 설탕, 식초, 고추 등을 섞은 양념과 함께 볶아내는 메뉴로 밥 위에 올려먹어도,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쓰촨 요리 박물관에서는 ‘부엌의 신’을 모시고 있기도 하다. 기근 없이 풍요로운 식탁을 맞이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담아 기도를 올리고 온 효과인지, 요즘 부쩍 뱃살이 늘었다.
Sichuan Cuisine Museum of Chengdu
成都川菜博物馆
주소: Sichuan Chengdu Pidu No.8, Ronghua North Alley(四川省成都市郫县古城镇荣华北巷8号)
진마파두부 진사 지점
Chenmapo, Jinsha Branch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굽고 칼칼한 고추기름에 달달 볶은 밥도둑 마파두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파두부의 원조는 청두에 있는 음식점 ‘진마파두부’에서 출발했다.
150년 이상의 역사를 품은 진마파두부의 원래 이름은 ‘진흥성판포’였지만 식당 주인인 진춘부(陳春富)와 얼굴에 곰보자국이 있는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하여 사람들은 곰보를 뜻하는 ‘마’와 노파의 ‘파’를 붙여 진마파두부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이 식당은 무거운 짐을 나르는 노동자들이 주로 찾았는데, 고된 노동에 지쳐 입맛을 잃은 이들도 매콤한 마파두부에 밥 한 그릇이면 원기를 회복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전 세계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 마파두부에도 이열치열의 진리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뜨끈한 뚝배기 속 한 가득 감칠맛 폭발하는 마파두부에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콧등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진마파두부는 청두에 여러 분점을 두고 있다. 본점은 언제나 줄이 긴 편이라 막상 현지인들은 본점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분점을 많이 찾는다고. 마파두부뿐만 아니라 달콤 바삭한 해물 누룽지탕, 훠궈, 쿵 파오 치킨 등 다른 메뉴들의 라인업도 평타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Chenmapo Restaurant Jinsha Branch
陈麻婆酒楼金沙店
3 Tongsheng Rd, Qingyang District, Chengdu, Sichuan, 중국 610074
Credit Info
글·사진 손고은 기자
제공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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