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부터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인 참외는 우리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과일로 유명하다. 본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부 지역의 토종 식물인 멜론은 유럽, 인도, 동아시아로 확산되면서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변형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통일신라 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년 전, 선조들이 먹던 참외는 지금과 달랐다. 멜론처럼 생긴 녹색 껍질의 조선참외와 개구리참외가 그 후손이다. 지금의 노란 참외는 1950~1960년대 일본에서 개량한 은천참외가 우리나라에 넘어온 것으로 아삭아삭하면서도 달콤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이후 국내 참외는 성주 지역을 일대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면서 여름 제철 과일로 발돋움한 반면, 일본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의 멜론에 밀려 품종 자체가 사라졌다고. 덕분에 일본, 중국을 막론하고 외국인 여행객이 한국에서 꼭 먹어야 하는 과일로 등극했다.
깊고 입체적인 한식의 맛, 된장
DISCOVER KOREA’S MOTHER SAUCE ❗
된장은 한국 요리의 깊은 맛을 책임지는 핵심 재료다. 찌개, 무침, 나물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된장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다. 가정마다 고유의 된장 맛이 있으며, 이는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전통의 일부다. 된장의 깊은 맛은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외에서는 쉽게 재현하기 어렵다. 일부 국가의 아시아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된장은 대부분 대량 생산된 제품으로 한국에서 직접 담근 전통 된장의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구수한 전통 된장을 꼭 경험시켜주길. 시간과 자연, 손맛이 어우러진 한국 식재료의 깊고 건강한 맛을 단박에 설명할 수 있을 테다.
김치의 시작이자 완성인 배추
SOAK IN SALT ❗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가 슈퍼푸드로 주목받으며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김장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김치 맛에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배추가 다르기 때문. 한국산 배추는 속잎이 노랗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단맛이 배어 있다. 수분이 많아 절여도 잎이 흐물거리기보다는 아삭하게 살아 있고, 단단한 외엽과 촘촘한 속잎의 구조가 김치 양념을 고루 머금게 해준다. 이 고유의 배추 품종은 오랜 시간 한국 기후에 맞춰 개량된 결과물로 김치 발효에 최적화된 생김새와 맛을 지녔다.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배추나 양배추, 청경채는 섬유질이 질기고 수분감이 부족해 김치의 복합적인 맛을 제대로 내기 어렵다. 김치를 담그는 열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비옥한 한국 땅에서 자란 배추임을 잊지 말 것.
단짠단짠 감칠맛의 향연, 간장게장
MIX RICE IN THE CRAB SHELL ❗
처음에는 낯설고, 두 번째는 놀랍고, 세 번째엔 기다려진다. 바로 간장게장의 이야기다. 싱싱한 게를 짭짤한 간장에 절인 이 음식은 ‘밥도둑’이라는 별칭처럼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든다. 게 속살을 조심스럽게 발라내 밥과 함께 비벼 먹는 한국의 섬세한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메뉴기도 하다. 더욱이 만드는 과정 또한 까다롭다. 잘 숙성된 양조간장에 대파와 마늘, 생강, 다시마 등을 넣고 끓인 뒤 천천히 식혀 신선한 게에 붓는다. 제아무리 유명한 해외 한식 레스토랑도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는 게의 신선도와 달콤하고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간장 밸런스 모두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서다. 분명 한국에 방문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미식 메뉴다.
가위로 잘라 한쌈에, 삼겹살
CUT WITH SCISSORS ❗
돼지고기가 없는 나라는 없다지만 불판 위 지글거리는 삼겹살의 맛은 한국에서만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해외에서는 삼겹살 부위를 주로 베이컨이나 햄 제조용으로 얇게 썰어 가공하거나 통째 바비큐용으로 굽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지방과 살코기가 층을 이루는 두툼한 고기를 바로 구워 먹는 문화는 드물다. 또한 칼이 아닌 가위로 써는 방식부터 굽는 도구, 함께 곁들이는 쌈채소와 장류, 곁들임 반찬까지 모두 한국만의 독특한 식경험을 확인하게 한다. 한국식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히는 것이 핵심이며, 여기에 마늘과 고추, 쌈장, 상추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고유의 맛이 완성된다. 무릇 한국에 방문했다면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 그리고 왁자지껄한 저녁 식탁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
한국인의 생애를 함께하는 미역
USE JUST A LITTLE. IT EXPANDS A LOT ❗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해초류를 식재료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샐러드나 스시에 가볍게 곁들이는 김 정도가 전부다. 국이나 찜, 볶음, 무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조류를 섭취하는 문화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특히 한국에서 미역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한다.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첫 끼로 미역국을 끓여 주고, 생일을 맞은 이의 밥상에도 미역국이 오른다. 이처럼 미역은 한국인의 삶을 지켜주는 식재료인 것. 풍성한 스토리텔링만큼 건강에도 좋다. 제주와 완도 등 청정 해역에서 자란 국내산 미역은 식이섬유와 요오드가 풍부할뿐더러 부드럽고도 탄력 있는 식감으로 인기가 많다.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의미 깊은 밥상을 선보이고 싶다면 따뜻한 미역국이 제격이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DRIZZLE IT AT THE END ❗
참기름은 요리의 마지막에서 빛을 발한다. 한 방울 떨어뜨리는 순간 음식의 풍미가 깊어지고 입 안 가득 고소한 감칠맛이 퍼진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참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해바라기유나 올리브유에 비해 향이 강하고 산패가 빠르며, 건강에 좋지 않은 기름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 반면 한국에서는 참기름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요리를 마무리하는 손길이다. 나물을 무칠 때, 비빔밥을 비빌 때, 죽을 마무리할 때 참기름은 향과 맛을 입히는 결정적인 요소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에게 참기름은 특별했다. 직접 참깨를 볶아 무거운 돌로 눌러 짜낸 기름을 소중히 보관했다가 명절이나 잔칫날 음식에 곁들였다. 그 향만으로도 집안의 격을 판가름할 수 있었을 정도라고.
입덕하면 출구 없는 깻잎
EAT IN ONE BITE ❗
서양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는 향신료다. 사프란, 시나몬 등 다양한 향신료를 통해 풍미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바질이나 로즈메리 등 말린 허브를 활용해 향을 더하기도. 반면 한국은 미나리, 쑥갓, 부추 등 향채를 사용해 음식의 깊은 맛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향채는 음식의 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중 깻잎은 특유의 고소하고 알싸한 향으로 기름진 음식은 개운하게, 담백한 음식은 풍미를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으로 쌈을 싸 먹거나 장아찌 같은 밥반찬으로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른다. 독특한 향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채소로 꼽히기도 하지만, 고수처럼 한번 입문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반응도 종종 눈에 띈다.
Credit Info MAGAZINE 주부생활 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박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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