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저녁으로도 후텁지근한 공기가 조금씩 느껴지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데요,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날씨와 관련된 속설들이 있습니다.
“화장실 하수구 냄새가 심해지면 비가 온다더라”,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지면 내일 날씨가 좋다던데?” 등 일상에서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이 말들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름철에 자주 회자되는 날씨 속설들을 살펴보고, 기상학적으로 과연 타당한 이야기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화장실 하수구 냄새가 심해지면 비가 온다 - 진실
이 속설은 꽤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비가 오기 전 저기압이 다가오면 기압이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암모니아 등의 휘발성 물질의 발생이 증가하게 되는데요, 특히, 저기압이 접근하기 전에는 구름이 많아지고 일사량이 감소하면서 대류현상이 약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냄새가 확산되지 못하고 우리가 생활하는 지면 근처에 퍼지게 됩니다.
또한, 비가 내리면 자연적인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화장실 냄새나 하수구 악취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즉, 비가 오기 전의 대기 상태가 실제로 하수구 냄새를 더 심하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는 셈입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비가 내리기 전 저기압이 접근하게 되면 기압 변화로 인해 신경이 자극돼 무릎이나 허리가 쑤시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할머니 무릎이 쑤시면 비가 내린다는 속설이 있기도 합니다. 즉, 이것 역시 속설이 아닌 사실이라는 이야기죠.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지면 내일 날씨가 좋다 – 진실
이 속설도 비교적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합니다.
저녁 시간 붉은 노을은 태양이 지는 서쪽 하늘의 구름이 얇거나 깨끗한 상태일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날씨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기압계의 흐름을 따르기 때문에, 서쪽 하늘이 맑다는 것은 내일 우리 지역의 날씨도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쪽 하늘 상태로 내일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은 실제 기상 해설에도 종종 활용되는 신뢰도 높은 속설입니다.
비 내리는 날, 회 먹으면 안 된다 – 거짓
비가 내리는 날에 회를 먹자고 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속설인데요, 습도가 높아지면 세균이 쉽게 증식해 식중독에 걸릴 수 있고, 회 자체의 신선도 역시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습도가 높으면 식중독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지만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은 18도 이상의 바닷물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비와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 동일하게 습도를 맞춘 상태에서 각각의 용기에 식중독균에 오염된 회를 놓고 일정 시간 방치해둔 실험이 있었는데요, 결국 습도에 의한 차이보다는 기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비가 내리는 날은 어업이 불가능해 갓 잡은 생선이 아닌 수족관에 오래 보관해 둔 생선을 판매했고 유통 과정 자체도 열악했기 때문에 이런 속설이 생길 수 있지만, 비가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신선한 양식 활어가 매일 공급되고 냉장고 보급이 일반화된 현재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속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일이 풍작이면 태풍이 자주 온다 - 진실
과일의 꽃은 보통 4~5월에 피는데요, 이 시기에는 맑고 따뜻한 날씨가 많아야 벌이나 나비 등의 꽃가루 매개 곤충들의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로 인해 수분과 수정이 잘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여름철 날씨가 좋을수록 꽃이 많이 피게 돼 과일 나무의 열매들이 많이 열려 사과나 배, 감 등의 과일이 풍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여름철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해에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한 경향을 보이며 태풍이 자주 찾아와 홍수가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일기예보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처럼 식물의 상태나 꽃이 피는 특성, 열매의 성장 등을 분석해 날씨 예측을 했던 식물 계절학이 많이 발달했는데요, 현재까지도 계절 현상을 관측하고 판단할 때 계절마다 뚜렷한 특징을 나타내는 관측 표준목들을 바탕으로 기상과 기후 변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르지만 인간보다 훨씬 더 기압이나 습도, 기온변화에 민감해 날씨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을 보이는 개미나 곤충류의 움직임을 보고 표현한 속설도 있습니다.
바로 ‘비 오기 전에는 개미가 높은 곳에 집을 짓는다’인데요, 비가 오기 전 습도가 높아지고 토양이 물러지기 시작하면 개미가 안전한 번식과 생존을 위해 일시적으로 높은 위치로 이동하거나 집을 높게 짓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일시적 환경 요인이나 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예보 지표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날씨 속설은 그저 재미있는 옛말이 아닙니다.
농경 생활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에는 이런 날씨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생활의 기상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과거 환경과 현재의 생활 조건이 달라진 만큼 맹신은 금물이지만, 자연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쌓아온 생활의 지혜 속에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원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속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참고인 만큼 자연을 이해하는 작은 힌트를 토대로 정확한 날씨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여름, 하늘의 표정을 읽는 지혜를 빌려 기상정보를 함께 활용해 똑똑한 생활 날씨 감각을 키워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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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 시작되며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여름은 특히 다양한 구름을 자주 볼 수 있는 계절인데요,
맑은 하늘 위를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을 보다 보면 “구름은 왜 하얀색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