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것도 필요 없다.
다만 깨어 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중에서
다회용기 환영합니다
매해 6월5일은 ‘세계환경의 날’이다. 1972년 국제사회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했다. 바쁜 일상이지만, 지구와 환경을 돌아볼 만한 시간이다.
by 트래비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것도 필요 없다.
다만 깨어 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중에서
다회용기 환영합니다
매해 6월5일은 ‘세계환경의 날’이다. 1972년 국제사회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했다. 바쁜 일상이지만, 지구와 환경을 돌아볼 만한 시간이다.
기후 위기를 비롯해 지구에 여러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분명히 존재한다. 일회용품 줄이기나 업사이클링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다. 텀블러와 도시락만 챙겨도 여행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지구를 생각하며 속초를 여행했다.
여행의 시작은 속초 조양동에 자리한 브런치 카페, 비키베이크샵이다. 로컬 푸드라고 쓰인 글씨가 반갑다. 이 식당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지역 농산물은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통경로가 짧아, 탄소발자국(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작다. 로컬 푸드를 선택하기만 해도, 맛과 로컬, 지구까지 고려하는 슬기로운 여행이 된다.
다회용기에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비키베이크샵
비키베이크샵의 인기 메뉴는 옹심이 고르곤졸라와 속초감자 라자냐, 사과 & 브리치즈 샌드위치다. 이중 다회용기에 담을 수 있는 옹심이 고르곤졸라와 사과 & 브리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바닷가에 가서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서다. 에코백에서 도시락 통을 주섬주섬 꺼내며 ‘여기에 담아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요!’, 환한 미소와 함께 답이 돌아왔다.
속초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즐긴 해변 피크닉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기에 담으면 한 사람이 1년간 4k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린피스를 비롯해 곳곳의 친환경 식당에서는 무심코 쓰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다회용 용기(容器)를 이용해 가게에서 음식을 포장하자는 ‘용기(勇氣)내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텀블러를 이용할 경우 음료를 1,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두칸으로 이루어진 도시락 두 개에는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하나씩 담겼다. 옹심이 고르곤졸라와 빵, 그리고 샌드위치 한 조각. 커피도 텀블러에 요청했다. 비키베이크샵에서는 커피의 경우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을 할인해 준다. 커피 온도도 유지하고 가격도 20% 이상 저렴하니 일석이조다.
한 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작은 가게를 기웃거리며 피크닉을 위해 바다로 향했다. 비키베이크샵이 있는 새마을길은 고즈넉한 동네다. 1968년 대형 해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주택단지로, 도로가 좁고 낡은 집이 많아 오랫동안 발길이 뜸한 동네였다.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이 멀지 않은 데다, 청년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소품숍,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며 최근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늘고 있다. 5분도 걷지 않아 바다가 등장한다. 외옹치해수욕장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완벽할 순 없다. 다만 그 방향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 여행을 지속하는 일이다.
비키베이크샵
주소: 강원도 속초시 동해대로3930번길 16 비키베이크샵
맨발 걷기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천천히 바다를 즐겼다. 바다의 교향곡을 들으며 하늘을 담요 삼아 매트에 눕기도 했다. 바다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방전된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랄까. 책도 뒤적였다. 가져간 책은 <리사이클링 북바인딩 프로젝트>. 환경의 날인 6월5일부터 9월6일 자원 순환의 날까지 매일 한 가지씩 진행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었다.
외옹치 해수욕장의 포토존
‘업사이클링’은 새활용이라고도 하는데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을 합친 말로, 버려진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활용방식을 말한다. 저자도 매일 버려지는 것을 활용할 만한 방법을 고민하다 폐박스나 비닐, 이면지로 노트나 파우치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해변에서 찾은 씨글라스. 씨글라스는 바다 쓰레기의 한 종류다
바다에도 업사이클링을 위한 재료가 적지 않았다. 해변 곳곳에 박혀 있는 씨글라스나 조개껍데기가 그것이다. 피크닉 매트에서 일어나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업사이클링에 필요한 재료 수집에 나섰다. 모래사장은 폭신했다. 발이 쑥 빠지기도 했다. 바닷가 산책은 ‘맨발이 제격’이라며, 슬리퍼를 손에 들고 맨발로 바다에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발에 닿자, 어두운 밤에 불이 켜지듯 몸이 환하게 밝아졌다.
해변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맨발걷기
속초해수욕장에는 맨발 걷기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맨발 걷기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곳곳에 맨발 걷기 좋은 길이 조성되고 있다. 맨발 걷기는 신체의 균형감을 찾을 수 있으며, 자율신경계를 회복시켜 준다.
외옹치 해수욕장에는 군데군데 볼거리가 많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해수욕장 사이는 바닷길만큼 소나무 숲길도 좋다. 속초해수욕장 해안가는 송림 구역으로 해송이 무려 1,673그루나 심어져 있다. 숲길 곳곳에는 다정한 문구도 있어, 심심하지 않다.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소나무 숲 곳곳에 명랑한 노란색을 뽐내는 금계국 군락이 펼쳐지니 놓치지 말자.
속초 소나무 숲에는 해송이 1,673그루나 심어져있다
씨글라스가 전하는 이야기
산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비어 있던 주머니가 솔방울과 씨글라스, 조개껍데기로 가득 찼다. 에메랄드빛의 씨글라스는 바다 쓰레기의 한 종류다. 인류가 내다 버린 유리병이 오랜 시간 깨지고 부서져 작은 조각으로 남은 것. 속초의 로컬 공방, ‘솔아스토리’에서는 바다에서 나온 씨글라스로 디퓨저를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옥빛의 씨글라스. 유리병이 오랜 시간 깨지고 부셔져 작은 조각이 된 것이다
나만의 디퓨저를 만들기 위해, 유리병 안에 모래를 담는다. 파란색, 분홍색, 황금색 모래 중 바다색이 돋보일 수 있도록 파란색을 선택한다. 색 모래로 바닥을 채운 후에는 자갈을 넣는다. 자갈도 종류가 여럿이다. 원하는 색을 골라 조금씩 담는다. 한 종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색을 섞어도 독특한 분위기의 디퓨저를 만들 수 있다.
자갈도 종류가 여럿이다. 원하는 색을 골라 조금씩 담는다
본인이 좋아하는 향기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은 향에서 극대화된다.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 이중에서 원하는 향을 골라, 디퓨저에 담는다. 솔아스토리의 이솔아 선생님은 ‘좋아하는 향을 심사숙고해서 딱 한 가지 향만 담아가는 분도 있지만, 작은 병에 20가지 이상의 향을 혼합하는 분도 있다’며 ‘정답은 없다. 각자 마음에 닿는 향을 찾으면 그게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수많은 향을 꺼내 맡으며 고심하다 ‘블루마린’. 바다를 추억할 향을 선택했다. 여기에 숲속피톤치드와 이끼향을 추가하니, 송림을 가까이 둔 속초의 바다처럼 향이 청량해졌다. 슬기로운 속초 여행을 완성했다. 환경도 생각하고 바다도 즐긴 여행. 우리가 깨어 있고자 노력한다면,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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