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음주 후 마른 기침에 쉰 목소리, 위산 역류가 보내는 경고

by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건강100대 궁금증] 위식도 역류병

가슴이 뻐근하고 쓰린데다 마른기침이 몇 주째 이어지면 질환 하나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식도 역류병입니다. 위의 내용물, 특히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단지 속 쓰림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슴 통증, 기침, 쉰 목소리, 목 이물감 같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심장이나 폐 질환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기침이 한 달 넘게 납니다. 감기인 줄 알았어요."
"목이 간질간질하고, 쉰 목소리가 잘 돌아오지 않아요."
"가슴이 자꾸 답답한데, 심장엔 이상이 없다네요."

이런 증상은 위산이 식도로 거슬러 올라와 점막을 자극하면서 나타나는 비전형적인 역류 증상입니다. 특히 천식이 있는 분들은 위산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삼키면 식도 아래쪽의 '하부식도괄약근'이 열렸다가 바로 닫힙니다. 위에만 음식이 머물도록 조절해줍니다. 하지만 괄약근이 느슨해지거나 제 기능을 못 하면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합니다.

괄약근이 약해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비만·과식·야식, 기름진 음식, 커피, 술, 탄산음료 습관, 임신·노화, 복압을 높이는 조이는 옷, 무거운 물건 들기 등 생활습관과 관련 있습니다.

식도는 원래 위산을 견디는 구조가 아닙니다. 위산이 자주 역류하면 식도 점막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깁니다. 식도염입니다. 심해지면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 식도의 세포가 변형되는 바렛식도, 드물게는 식도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산 억제제 같은 약물치료로 80% 이상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재발이 잦습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역류가 생기거나 생활습관이 그대로면 재발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 4~8주 집중 치료 후, 약 용량을 줄이거나 필요할 때만 먹는 유지 치료를 6개월 정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생활습관 개선은 약만큼 중요한 치료입니다. 아래 다섯 가지만 기억해도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됩니다.

1. 식사 후 최소 2시간은 눕지 않기
누우면 위산이 중력 반대 방향인 식도로 쉽게 역류합니다.

2. 밤늦게 먹는 습관 고치기
야식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위에 오래 남아있게 합니다.

3. 커피·탄산·술·오렌지 주스는 줄이기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4. 잠잘 때 상체를 약간 높이기
머리만 높이면 소용없습니다. 상체 전체를 살짝 기울이는 자세가 도움됩니다.

5. 조이는 옷 피하기
보정 속옷이나 벨트, 복대를 오래 착용하면 배 안 압력이 올라가 좋지 않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볼 증상으로는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체중이 이유 없이 줄어들거나 ▶삼키기 어려운 느낌이 들고 ▶50대 이상이거나 ▶가족력(위암·식도암 등)이 있을 때입니다. 이럴 땐 제산제만 임의로 복용 말고 내시경 검사를 해보길 권합니다.

Credit Info
이민영 기자
제공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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