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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교육청

문학이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가겠지, 문장을 따라가는 성북동 산책

by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 도성 밖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인 성북동은 지난 2013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됐 다. 일제강점기 이후 많은 문인과 예술인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무엇이 그들을 성북동으로 불러 모았을까. 문인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성북동에서 태어난 문 장들이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다 줄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좋을 것! 

첫 번째 문장 
성북동은 어느 방향으로나 5분만 가면 바위와 숲이 있어서 좋다.
- 조지훈, ‘돌의 미학’ 중에서

조지훈 기념 건축조형물 ‘방우산장’  

종종 문학은 우리를 알 수 없는 힘으로 끌어당겨 다른 장소로 옮겨 놓는다. 어느 방향으로든 5분만 가면 바 위와 숲이 있어 좋다는 조지훈 시인의 문장을 따라 무작정 성북동으로 향했다. 이 팍팍한 도심에 정말로 그런 곳이 있을까? 

마을 초입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조지훈의 집터에 세운 건축조형물인 ‘방우산장’이다. ‘마 음속으로 소 한 마리 키우면 직접 키우지 않아도 소를 키우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으로 그 는 자기가 살던 집을 모두 ‘방우산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건축조형물 한편에 시 ‘낙화’가 적혀 있다. 박목월, 박두진 시인과 함께 청록파로 불리던 조지 훈 시인이 적은 조 금은 애달픈 문장이다.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어느 방향으로나 걸어도 꽃과 나무가 무성한 숲을 마주할 수 있었던 곳에서, 시인은 대체 얼마나 많은 울고 싶 은 아침을 마주했던 걸까. 그럼에도 가까이에 “바위와 숲이 있어서 좋다”라는 문구를 떠올리 면 슬픔만이 그득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슬픈 시대에도 작은 기쁨이 있다는 건 오늘의 우리에게도 제법 따스한 위로가 된다. 

방우산장을 지나 성북역사문화공원에 도착하자 숲과 마을로 향하는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성 북역사문화공원을 중심으로 뒤로는 한양도성 순성길 백악구간이 있고, 옆으로는 마을로 들어 가는 골목이 보인다. 조지훈의 글처럼 5분이면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성을 따라 난 산길을 갈까? 집을 따라 난 골목길을 갈까? 

어느 방향이든 좋다. 재촉할 이유도 없다. 성북역사문화공원이나 성북역사문화센터 쉼터에 앉 아 천천히 마을과 산을 번갈아 보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이 이끄는 방향을 알게 될 것이다. 

성북역사문화센터 ⓒ성북역사문화센터 

성북역사문화센터 

성북역사문화센터에는 골목 지도, 스토리텔링 가이드북 등 다양한 자료가 비치되어 있다. 또 2층 무더위쉼터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산책 중간 쉬어 가기에도 좋다.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1길 31
문의 02-2241-2656 

너 하나 나 하나 만나 기어코 찬란한 

두 번째 문장
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중에서 

성북동에 문화예술인이 모이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다. 당시 성북은 한국인이 집단으로 거주 하는 서울 내 거의 유일한 지역이었다. 민족의 얼과 문화를 지키며 활동하려는 예술인들이 이 곳에 터를 잡은 이유다. 

근현대문학인들의 흔적을 따라 걷기 위해 먼저 성북근현대문학관에 들렀다. 성북동을 중심으 로 활동한 문인들의 행적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북동 문학 산책은 여기부터 진정 으로 출발한다 해도 좋겠다. 정지용, 이태석, 김광섭 등 찬란한 문인들 이름과 함께 눈에 띄는 건 그들이 연대했던 흔적이다.

문학관 한편에 걸린 화가 김환기의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옆에 김광섭의 시 ‘저녁에’가 붙어 있다. 김환기는 김광섭과 친밀한 이웃으로 지내다 1964년 뉴욕으로 떠난다. 그로부터 6년 뒤 김광섭이 뇌졸중으로 사망했고, 김환기는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것 이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점화’ 시리즈다. 성북동에서 만난 첫 번째 예술 적 연대였다. 

두 번째 연대를 찾아 오래된 아지트를 향해 걸었다. 이태준 작가가 좌장 역할을 맡은 문인 단 체 구인회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지금은 덕수교회가 인수해 사용하고 있는 이종석 별장으 로 향했다. 1900년대 마포에서 젓갈 장사를 하며 부자가 된 이종석이 지은 건물로 20세기 별 장 건축의 백미라고 불리는 곳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로 지어져 있어 여름 별장으로 안 성맞춤이다. 1933년 결성한 구인회의 문인들은 이곳에서 자주 담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 사람 의 문장에서 출발해 모두의 작품을 담아내는 그릇인 문예지 <문장>에 다다르기까지 숱한 낮 과 밤을 이곳에서 보냈을 테다. 

세 번째 연대는 한용운과 애국지사들의 공간 ‘심우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좁은 골목을 올라 작은 팻말이 달린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담하지만 트여 있는 마당과 다섯 칸짜리 집 한 채가 억압의 시대에 숨 쉴 틈이 되었으리라. 성북동은 한용운을 비롯해 임규, 염상섭, 이길용 등 독립투사들의 마지막 흔적이 묻은 곳이기도 하다. 임규는 미륵암에서, 염상섭은 성북동 전 셋집에서 각각 생을 마감한다. 심우장 역시 한용운이 말년을 보내며 손님을 맞이한 공간이었다. 

성북동 골목골목 탄압과 폭력의 시대에 예술과 연대를 통해 부단히 저항했던 흔적이 묻어 있 다. 천천히 걸으며 과거와 만난다. 이렇게 정다운 마을에서 너 하나 나 하나 힘 모아 문화를 지켜 낸 사람들 덕분에 우리의 오늘은 기어코 찬란하다. 

성북근현대문학관  
성북근현대문학관  

심우장  

성북근현대문학관 

2024년 3월 개관한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성북의 문학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한다. 3 층은 상설전시실로 문예지,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주소 성북구 성북로21길 24
문의 02-2241-1939 

심우장(尋牛莊) 

심우장은 1933년부터 1944년까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았던 곳이다. 아담한 마당 끝에 다섯 칸짜리 작은 집 한 채가 전부다. 이 작은 공간에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9길 24 

아주 먼 과거로부터 그려 온 마을 조감도 

세 번째 문장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하늘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 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중에서 

성북동은 언덕 꼭대기이기도 하고 낮은 평지이기도 하다. 큼직한 길도 있고 비좁은 길도 있 다. 으리으리한 집도 보이고 어깨를 맞대고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도 보인다. 만약 비둘기가 하늘에서 성북동을 본다면 도무지 제목을 달기 어려운 동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성북동을 한눈에 보기 위해 언덕 위 북정마을로 가기로 했다. 광복 이후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이 몰리면서 형성된 동네. 도시의 아이러니는 가난할수록 높은 곳에 산다는 것 이다. 좁고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오르다 옆을 돌아보면 어느새 서울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을 입구에는 오래되고 커다란 마을 지도가 붙어 서 있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과 정겨운 단 어로 이루어진 가게 간판들과 소소한 텃밭,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 서민 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중요한 건축 자산이라 평가받는다. 

북정마을은 하늘 위를 한 바퀴 휘돌 듯 둥글게 길이 나 있다. 북정경로당 버스 정거장 뒤쪽으 로 심우장 이정표가 보이는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비둘기 공원’이다.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 둘기’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였을까. 북정 마을에서는 노는 땅을 보기 어렵다. 빠듯한 공간을 나눠 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땅도 사람 도 부지런하다. 

동시에 서울을 발아래 둔 곳이며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하늘과 가까운 마을이다. 높은 곳에서 보니 성북동의 지나온 시간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비교적 피해가 적어 남아 있는 근대 건축 자산들과 골목골목 보이는 산업화 이후 형성된 마을까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자연 스레 변모하는 과정이 유난히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말하자면 건너뛴 시간 없이 성실하게 오 늘날에 다다른 지역이다. 만약 하늘에서 성북동을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제목을 지어 주고 싶 다. 아주 먼 과거로부터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이 그려 온 마을 조감도.  

북정마을  

북정마을  

북정마을 

이제는 서울에서 보기 어려워진 산동네다. 광복 이후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이 몰 리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언덕 꼭대기에 동그랗게 난 길을 따라 촘촘하게 늘어선 집들을 곁에 두고 걸으면 마치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32-3 

Credit Info
제공 
서울특별시교육청(지금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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