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따사로운 태양 빛이 부드럽게 바다를 감싸안는 지중해의 한 자락. 그곳에 작고 눈부신 마을 아말피가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유튜브 쇼츠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삶의 속도를 천천히 되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아말피로 향하는 여정은 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먼저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이탈리아 로마 또는 나폴리에 도착한 후 고속열차로 살레르노까지 이동한다. 거기서부터 아말피까지는 버스나 페리로 약 1시간 소요된다. 특히 지중해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그냥 길이 아니라 아말피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지중해와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마을을 보는 순간, 긴 여정의 피로가 씻기듯 사라진다.
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엽서
아말피는 지금은 평화로운 해변 도시지만, 9~11세기에는 지중해를 누빈 강력한 해상공화국이었다. 한때는 베네치아, 피사, 제노바와 함께 4대 해상도시로 손꼽혔고 독자적인 법률과 문화를 가진 번영의 도시였다. 특히 동방과의 무역을 통해 문화와 부를 동시에 축적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아말피 중심에 위치한 아말피 대성당은 비잔틴과 고딕,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과거 위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성당의 화려한 문양과 금빛 천장, 성 안드레아의 유해가 안치된 지하성당을 둘러보면 아말피가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대성당 앞에 있는 아말피 두오모 광장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자로 항상 북적인다.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허름하지만 정겨운 노천카페에 앉아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이 지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쉼의 온도를 다시 높인다. 대성당 오른편 골목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 끝에 종이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아말피가 유럽 최초 종이 생산지였음을 보여준다. 종이를 만드는 고대 기계와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풍경이 의외의 감동을 준다.
박물관을 나와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아말피의 진짜 매력과 마주하게 된다. 아말피 여행은 거창한 계획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좁은 골목, 돌계단, 벽에 걸린 화분, 햇살이 부서지는 커피잔. 발길 닿는 곳이 곧 천천히 머물러야 할 순간들이다. 좁고 굽은 골목 사이로 이어지는 계단과 돌길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향긋한 레몬 향이 감도는 카페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있는 아말피 해안은 이 지역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다. 드라이브를 하는 내내 감탄이 수십 번은 절로 나온다. 절벽과 맞닿은 길,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지중해 바다색은 뇌리 깊숙이 새겨질 풍경이다. 가끔은 구불구불한 길 위에 서서 멈춰 바다를 바라보자. 스쿠터를 대여해 천천히 달리는 여행자들, 해가 질 무렵 와인을 마시며 풍경을 바라보는 연인들, 카메라를 들고 바다를 찍는 이들 모두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경험한다.
지중해 바람이 스치는 방향을 따라 아말피 주변에 자리한 각기 다른 색깔의 작은 마을들로 향해보자. 아말피에서 언덕을 조금만 오르면 닿는 고요한 예술 마을 라벨로는 ‘하늘 위 정원’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2019년 TV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 3’에 버스킹 장소로 등장했던 빌라 루폴로와 빌라 치몰라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지중해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말피 야경. 재이 제공
삶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는 곳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마을 포지타노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아말피 여행의 피날레로 손색없다. 파스텔톤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층층이 자리한 이 마을은 그 자체로 그림엽서다. 아말피와 포지타노 중간쯤에 위치한 ‘피오르도 디 푸로레’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마치 비밀 공간처럼 협곡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해변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맛있는 음식은 늘 마음까지 채워준다. 아말피에서는 레몬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몬은 향이 진하고 당도가 높아 ‘레몬첼로’라는 전통 리큐어로 즐길 수 있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한 잔 마시면 지중해 햇살이 입안 가득 퍼지는 기분이다. 또한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현지 와인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갓 잡은 생선을 튀긴 ‘페스카도 프리토’는 신선함 그 자체다.
아말피는 삶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는 곳이다. 햇살은 느리게 바다 위를 걸어 다니고, 사람들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물결은 마음의 속도에 맞춰 잔잔히 흔들린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바다 풍경만으로도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곳. 아말피는 분명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Credit Info 재이 여행작가 제공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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