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하(立夏)가 지나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조금씩 가득 찬다’의 뜻의 가진 절기 소만이 찾아오는데요, 완전하진 않지만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는 뉘앙스 속에 무르익어가는 여름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초여름의 기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변화무쌍한 시기에 찾아오는 소만, 이 소만이 단지 농경의 지표가 아닌 기후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 이라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여름으로 향하는 문턱, 기온 및 습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소만은 양력을 기준으로 5월 20~21일 무렵에 찾아옵니다.
이 시기는 태양의 황경이 60도에 도달하는 시점으로, 소만 무렵부터는 평균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올라가고, 남부지방의 경우 한낮 기온이 25℃ 이상 오르며 다소 더운 날이 많아집니다.
특히, 소만 즈음부터는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으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 속에 낮에는 더워지고 밤에는 비교적 선선해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 안팎으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의 상승 곡선 역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소만 무렵부터는 남서풍과 해양성 기류가 유입되며 상대습도 역시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맑은 날씨 속에 일사량과 일조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기 중 수증기량을 높이는 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큰 일교차를 비롯해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아지면 쉽게 대기 불안정을 유발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나기나 천둥번개를 동반한 초여름형 국지성 강수가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즉, 기온과 함께 습도도 오르고, 날씨도 변덕스러워지는 ‘덥고 끈적한’ 날씨의 시작을 알리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릿고개’와 ‘모내기 준비’… 배고픔의 시기?
소만 무렵에는 기온과 습도가 상승함에 따라 봄에 뿌린 곡식들이 자라나 이삭이 알알이 맺히기 시작하지만, 완전히 여물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 수확에는 이른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자연은 생명의 기운으로 넘치지만, 과거 농경 사회에선 가장 배고픈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보리는 익어가는데 밥상은 텅 빈다’는 말은, 바로 이렇게 봄철 먹을거리가 가장 부족했던 ‘보릿고개’를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배고픈 시기인 소만 즈음이면 마을마다 쑥, 냉이, 머위 같은 산나물로 끼니를 이어가던 전통이 있었는데요, 봄나물 등을 활용해 나물무침이나 전을 즐겨 먹었고, 특히, 소만 즈음에 많이 나는 씀바귀는 겨우내 쌓인 노폐물을 배출해 주는 해독 작용이 있어 계절 건강식으로도 의미가 컸습니다.
한편, 소만을 전후로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를 시작합니다.
‘소만 지나면 못심기 바쁘다’는 말이 전할 정도로 본격적인 농번기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데요, 논과 밭에 김을 매고, 물꼬를 트고, 잡초를 제거하며 일손이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소만에 모내기하면 풍년이 든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는 기후조건이 모내기에 적절할 만큼 기온과 습도가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만 이후 평균 기온은 모내기에 알맞은 18~22℃를 유지하며, 땅속 온도와 수분도 벼의 뿌리 내림에 적절한 수준에 이릅니다.
어떻게 보면 절기 소만은 단지 ‘초여름의 시작’의 의미를 넘어, 기상학적으로 날씨가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만물의 생장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절기에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기후 위기 시대인 지금, 절기 하나하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자연의 ‘미묘한 신호’를 읽고 적응하는 전통 속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아직 다 차진 않았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절기 소만이 주는 지혜를 토대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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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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