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야외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시기 나들이를 갈 때 특히 주의해야 할 게 뱀 물림 사고다. 뱀은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오르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뱀은 산뿐만 아니라 도로 등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실제 소방청의 2022년도 자료를 보면 뱀 물림 사고 발생 장소는 ▶밭(33.8%) ▶집(17.2%) ▶도로(8.2%) ▶산(6.1%) ▶작업장(3.9%) 등의 순으로 빈도가 높았다.
뱀에 물리면 뱀과 멀리 떨어져 안전을 확보한 다음 119에 신고해야 한다. 뱀의 종류를 파악하는 데 도움되도록 멀리서 사진을 찍어두는 건 좋지만, 직접 잡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은 위험하므로 삼간다.
또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움직이지 말고 최대한 안정을 취한다. 보통 뱀에 물리면 통증과 출혈, 부종, 피부 변색,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 때문이 아닌 독이 몸으로 들어온다는 공포감에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심박 수가 오르면 독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배병관 과장은 “차분하게 물린 부위의 반지와 팔지, 시계 등의 액세서리를 제거하고 독의 순환을 지연하기 위해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린 부위에서 2~3㎝ 위쪽을 붕대로 감아줘도 도움된다. 림프와 정맥을 통한 독의 순환을 늦추는 처치다. 단, 손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갈 정도의 압력으로 감아야 한다. 너무 세게 감으면 동맥혈관까지 눌려 혈류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응급처치 못지않게 중요한 게 물림 사고의 예방이다. 뱀에 물리는 일을 막으려면 논밭, 숲에 갈 때 긴바지, 긴 팔, 장갑 등을 착용한다. 잡초나 풀이 많은 곳에서는 막대기로 앞을 헤치며 걷고 향이 강한 화장품은 뱀을 자극할 수 있어 사용을 피한다. 배 과장은 “주택가 마당과 담장 안팎에 자란 풀은 정리해 나뭇가지가 주택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쥐나 개구리 등 뱀의 먹잇감이 서식할 수 있는 웅덩이·창고 등도 주기적으로 정리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