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폐암 보다 사망 영향 커 호흡기내과 의사 "실내 운동 전환, 야외활동 KF94 권장" "국내 젊은 층에서 COPD 환자 늘고 있어, 오염지수 잘 봐야"
사진. 게티이미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서 사이클과 더불어 러닝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야외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폐 질환 발병 환자도 늘고 있다. 미세먼지 같은 실내외 환경 오염이 폐암 보다 심각한 폐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중증 질환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세먼지가 좋지 않은 날 평소 보다 호흡량이 많은 유산소 운동을 야외에서 할 경우 COPD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하기 위해서 한 운동이 오히려 병을 가져오는 셈이다.
COPD는 만성 폐질환으로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폐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주요한 원인은 폐에 생기는 염증인데, 실내외 대기오염이 폐를 손상시켜 만성적인 염증으로 발전한다. 염증으로 폐가 망가진 환자는 숨이 차는 증상을 느끼며, 말기에는 호흡조차 힘들어하며 사망하게 된다.
특히 COPD란 질환은 허혈성심질환(ischemic heart disease)과 뇌혈관질환(cerebrovascular disease) 다음으로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이다. 당뇨나 폐암 보다 사망으로 이어지는 영향에 미치는 큰 질환이지만 심각성을 잘 알지 못 한다.
특히, COPD 중증 단계인 급성 악화를 경험한 경우 비가역적으로 폐 기능이 나빠져 되돌릴 수 없다. 급성 악화를 경험한 중증 COPD 환자 약 절반이 3.6년 안에 사망할 정도이다. COPD는 빠르게 조기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진국 가톨릭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경부와 관련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COPD 환자 대부분 대기오염 노출도가 생각보다 꽤 높다"며 "기본적으로 공기 질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 대기오염을 인식하지 않고 신경을 못 쓰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COPD 발생의 많은 원인이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나를 포함해 여러 국내 의료진이 논문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고 보통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후에 COPD 급성 악화가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발표가 있기에 대기오염이 COPD 급성 악화 원인이 되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도 15년 이상 대기오염이 COPD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란셋 계열 논문에 발표됐다.
특히 이 교수는 국내 COPD 유병률과 관련해서 "흡연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10년 넘게 COPD 유병률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결핵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COPD 유병줄이 감소해야 하는데 떨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히 흡연 이외에 다른 요소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오염이 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젋은층에서도 COPD가 환자가 늘고 있다. 러닝이나 사이클 같은 야외 운동을 즐기는 2030대가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이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COPD 전 단계부터 관리를 하고 있는데 젋은층에서 최대한 빨리 COPD를 발견해서 치료하자는 연구가 많다"면서 "아쉽지만 국내에서는 젋은 분들은 (대기오염 등을) 신경쓸 여유가 없고, 실제 COPD가 있는 분들조차도 발견을 못 하고 있어서 (COPD 진단·치료에서) 많이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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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경우 야외 활동을 하기 보단 실내 운동으로 전환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거를 수 있는 KF94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운동을 하게 되면 호흡량이 훨씬 더 많아져 들이마시는 공기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기오염이 폐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몇 배로 증가한다"면서 "호흡기 의사로서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밖에서 활동하거나 야외 운동을 안 하길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기오염 측정은 너무 잘하고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공기 오염 지수를 쉽게 알 수 있다"며 "그런 날은 공기 청정기 등을 잘 사용해서 가급적 실내 운동을 하고,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KF94 마스크 착용을 꼭 권장한다"고 말했다.
COPD 진단은 폐 기능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건당 2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국내 COPD 진단 환자는 10~20만 명에 불과하다. 40대 이상 남성 5명 중 1명은 COPD 진단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더 큰 문제는 진단된 것 보다 잠재 환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며 "10~20만 명 정도만 실제 COPD 진료를 보고 있는데 국민건강영향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하면 약 300만 명이 COPD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COPD를 근본적으로 표적하는 생물학적제제가 허가돼 이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이 조기 진단·치료 환경 조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노피가 개발한 듀피젠트(두발루맙)는 기존에 사용하던 치료제와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달라 국내 의료진으로부터 "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듀피젠트는 2018년 아토피에서 첫 국내 식약처 승인 이후 다른 제2형 염증 질환인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에, 결절성 약진에서 승인을 받았다. 가장 최근 COPD 국내 최초로 생물의약품 최초로 국내에서 COPD 적응증을 받았다.
듀피젠트는 국내 COPD 성인 치료에 흡입용 스테로이드(ICS), 장기 지속형 베타2 작용제(LABA), 장기 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LAMA) 3제 병용요법 또는 LABA와 LAMA 병용으로 조절되지 않는 혈중 호산구가 증가한 환자의 추가 유지 치료로 듀피젠트300mg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3제 병용요법은 특정 기전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넓은 범위에서 기관지 확장과 염증을 줄이는 역할이다. 듀피젠트는 COPD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제2형 염증을 표적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국내 의료진의 현재까지 판단이다.
기존 치료제를 사용했음에도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 초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악화를 반복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표적치료를 초치료 이후에 쓸 수 있도록 추가했다"며 "추가 지침을 만들어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게 한 것은 그만큼 의미와 장점이 있어서다"고 강조했다.
Credit Info 제공 힐링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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