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서울 기준 평균 7500원을 돌파했다. 한 그릇에 삼천 원은 옛말이 되었고 서민음식이라 부르기도 민망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식탁에서 12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자장면의 역사를 알고 나면, 오늘 먹는 한 그릇의 값어치가 특별하게 느껴질 것. 검은 소스처럼 깊고 진한 자장면의 역사를 돌아본다.

by 덴 매거진
2025년 2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서울 기준 평균 7500원을 돌파했다. 한 그릇에 삼천 원은 옛말이 되었고 서민음식이라 부르기도 민망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식탁에서 12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자장면의 역사를 알고 나면, 오늘 먹는 한 그릇의 값어치가 특별하게 느껴질 것. 검은 소스처럼 깊고 진한 자장면의 역사를 돌아본다.
황실의 선택을 받은 유목민의 음식 (1800)
중국 산둥성에서 유래한 자장면은 원나라 시절 몽골 유목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청나라 말기, 서태후는 전쟁 중 피난길에서 우연히 맛본 자장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당시 자장면은 현재의 진한 검은색과 달리 춘장을 적게 넣어 거의 하얀색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는 북경으로 돌아온 후 그 집의 주방장을 데려와 자장면을 황실의 음식으로 격상시켰고 이는 북경 전역에 퍼져나갔다. '炸醬麵(자장미엔)'이라 불린 유목민의 음식이 황실의 선택을 받아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국경을 넘어 탄생한 최초의 자장면 (1883)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산둥 출신 중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손끝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자장면의 원형이 태어났다. 청일전쟁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군인들과 달리, 남은 상인과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중화요리점을 열었다. 그들이 야식으로 즐기던 볶은 춘장과 국수의 조합이 점차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후루룩 넘기는 검은 면발에는 두 나라의 역사가 짙게 묻어있다.
대한민국 최초 중국집 ‘공화춘(共和春)’ (1905)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심에 자리했던 공화춘은 한국 중화요리의 출발점이다. 1905년 산둥 출신 화교 우희광이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 식당은 1912년 중화민국 수립을 기념해 공화국의 봄이 왔다는 의미의 공화춘으로 개명했다.
당시 공화춘은 상류층이 즐겨 찾는 고급 청요리 전문점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식 자장면이 최초로 탄생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중화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84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공화춘은 20년간의 공백 끝에 2004년 새 주인에 의해 복원되었다.
검은 면발, 한국식 자장면 탄생 (1948)
1948년, ‘영화식품(전 영화장유)’의 ‘왕송산’ 사장이 대두와 밀가루에 캐러멜을 섞은 '사자표 춘장'을 출시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자장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중국 본토의 자장면과 달리 캐러멜이 더해진 춘장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이 독특한 춘장 덕분에 자장면은 검은색을 띠고 윤기가 흐르게 됐다. 현재 사자표 춘장은 한국 중국집 춘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초의 인스턴트 자장면 ‘짜파게티’ 올해 41살 (1984)
1984년 3월, 농심이 내놓은 '짜파게티'는 자장면을 집에서도 간편히 즐길 수 있게 만든 자장면이다. 당시 외식으로만 접할 수 있던 자장면을 올리브유를 첨가한 고급스러운 소스와 쫄깃한 면발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출시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고, 영화 [기생충]에서 소개된 '짜파구리'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되며 한국 식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출시 40주년을 맞아 농심은 '짜파게티 더 블랙'을 선보이며 지속적인 혁신과 소비자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짜장면’ ▶ ‘자장면’ 표기법 변경 (1989)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되면서 중국어 발음을 기준으로 '자장면'이 표준어로 지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 90% 이상은 '짜장면'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국어학자나 아나운서뿐"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현 작가의 동화 [짜장면 불어요!]에서도 "불어서 퉁퉁해진 면발 같은 소리 하네. 자장며언? 그럼 짬뽕은 잠봉이라고 해야겠네?"라는 장난스러운 대사가 등장할 만큼 대중들은 바뀐 표기법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솔로들을 위한 4월 14일 블랙데이 (1997)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연인들의 축제라면, 블랙데이는 솔로들을 위한 날이다. 원래는 외로움을 달래는 날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쪽으로 기울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장면 먹기 대회나 솔로들을 위한 소개팅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나를 위해 자장면 한 그릇을 나에게 선물하는 날.
맛과 역사가 어우러진 공간, 자장면 박물관 (2012)
2012년 4월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이 등록문화재 제 246호인 자장면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박물관 내부 7개의 상설 전시실에서는 자장면이 노동자의 간편식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1970년대 산업화 시기의 자장면 전성기를 재현한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Credit Info
MAGAZINE 덴 매거진
EDITOR 김진우
※ 서비스 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해당 제공처에 있습니다. 웨더뉴스에는 기사를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불편하시더라도 기사를 제공한 곳에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덴 매거진
알면 쉬운 '독서법', 세종대왕의 백독백습
덴 매거진
꽃 피는 봄날을 위해, 전국 섬 여행 명소
덴 매거진
봄 나들이를 위한 피크닉 아이템 4
덴 매거진
당일치기로 즐기는 트리하우스
우먼센스
집을 감성 카페로 만들어줄, 인테리어 식물 소개
서울사랑(서울특별시)
봄, 서울스프링페스타가 돌아왔다
여성동아
2025 S/S 주얼리 트렌드
골프이슈
더 좋은 스코어 위한 연습, 골프용품의 도움
덴 매거진
‘맛잘알’들의 선택, 지금 꼭 먹어야 할 ‘그 간식’
덴 매거진
빵과 토마토만 있으면 ‘인생 요리’, 스페인 대표 음식 4
덴 매거진
특별한 날에 선물하기 좋은 힙한 전통주 4
덴 매거진
쫄깃한 주꾸미·새꼬막·홍어가 유혹하는 가을
TodayStory의 콘텐츠를 SNS에 공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