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그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물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다채롭다. 물마다 수원지와 함유된 성분이 다르며, 그에 따라 맛도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좋은 품질의 물을 선택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국내 1호 워터 소믈리에인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는 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TDS(Total Dissolved Solids), 경도, pH 지수, 탄산화 정도를 꼽는다. 더불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생수병의 라벨에는 수원지는 물론 칼슘, 마그네슘, 규산의 함유량과 경도 등이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물을 선택하고 싶다면 물병에 부착된 라벨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TDS는 물에 녹아 있는 총용존고형물, 쉽게 말해 미네랄을 의미하며, TDS 함유량은 물의 구조감, 즉 품질을 좌우한다. 하지만 미네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미네랄이 적정량 함유된 물이 좋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TDS 수치가 600㎎/ℓ 이하인 물을 좋은 물로 평가한다. 미네랄이 과다하면 비린 맛이 나고 오히려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 물의 균형감이 좋아 은은한 단맛이 감돌고 인체에도 유익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경도는 물속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의 양을 나타내며, 물의 세기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경도가 낮아 목 넘김이 부드러운 물을 연수(soft water), 경도가 높아 묵직하고 센 물을 경수(hard water)로 구분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경도가 60㎎/ℓ 이하면 연수, 60~120㎎/ℓ이면 중경수, 120~180㎎/ℓ이면 경수, 180㎎/ℓ 이상은 강경수로 나뉜다.
pH 지수는 물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수소이온 농도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pH는 0부터 14까지의 숫자로 표현되며, 7이 중성을 의미하고 7 미만이면 산성, 7 초과이면 알칼리성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pH 7.3~8.0 정도의 약알칼리성을 띠는 물이 좋은 물로 평가된다.
또한, 물은 탄산화 정도에 따라 크게 스틸 워터와 스파클링 워터(탄산수)로 분류할 수 있다. 스틸 워터와 스파클링 워터 내에서도 하위 분류가 세부적으로 나뉘며, TDS, 경도, pH 지수 등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특성을 지닌다. 다양한 종류의 물을 스틸 워터와 스파클링 워터로 구분하고, TDS, 경도, pH 지수와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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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워터(Still Water)
스틸 워터는 탄산 기포가 없는 물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일반 먹는샘물을 말한다. 스틸 워터의 상쾌한 맛을 온전히 즐기려면 12℃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해산물과 함께 마시면 비린 맛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스틸 워터는 탄생하는 생태환경에 따라 광천수, 빙하수, 빙산수 등으로 나뉜다. 광천수는 미네랄이 함유된 물로, 미네랄 함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빙하수와 빙산수는 각각 빙하와 빙산을 채집해 만든 물로, 가볍고 시원한 맛이 돋보인다.
① 국내 청정 수원지에서 퍼 올린 지하 암반수
지리산 물하나
국내 청정 지역인 지리산 천왕봉의 정기를 담았다. 해발 550m 지점에서 지하 200~250m 깊이의 암반 대수층을 발견해 퍼 올린 지하 암반수다. 빗물이 지하 대수층으로 스며드는 과정에서 자연 필터링이 이루어져 불순물이 제거되며, 오존이나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아 깨끗하고 순수한 천연 미네랄 워터다. 2023년·2024년 세계 물의 날 기념 물맛 품평회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할 만큼 품질이 좋은 물이다.
TDS 94㎎/ℓ 경도 94㎎/ℓ(중경수) pH 7.3(약알칼리성)
② 고급화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린 프리미엄 워터
에비앙(evian)
에비앙은 세계 최초로 생수를 상품화한 브랜드로, ‘몸에 좋은 물’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고급 생수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프랑스 동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에비앙 마을에서 생산되는 천연 광천수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라벨에 알프스산맥을 형상화한 그래픽을 담았다. 매년 새로운 한정판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차별화된 패키지를 선보인다.
TDS 357㎎/ℓ 경도 291㎎/ℓ(강경수) pH 7.2(중성)
③ 인위적인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캐나다 빙하수
아이스필드(ICEFIELD)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취수한 빙하수다. 임의 가공 없이 직접 취수하는 방법으로 생산되며, 경도가 매우 낮아 음용 시 구강 촉감이 부드럽다. 각종 성인병과 노화 방지에 좋다고 알려진 천연 육각 구조의 물로,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FDA)과 캐나다 식품 검사청(CFIA)의 요구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 인정받았다.
TDS 30㎎/ℓ 이하 경도 27.5㎎/ℓ(초연수) pH 7.0(중성)
④ 육지와 바다의 특성을 모두 지닌 염지하수
제주 용암수 육지에서 스며든 광천수와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제주 용암 해수가 합쳐져 생성된 염지하수다. 제주 용암 해수는 제주도의 용암 지층 속으로 바닷물이 스며들 때 현무암층의 자연 여과로 생성된 화산암반수로,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을 다량 함유한다. 제주 용암수는 생선회, 스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보이차를 우릴 때 사용하면 차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TDS 93㎎/ℓ 경도 200㎎/ℓ(강경수) pH 8.1~8.9(알칼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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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워터(Sparkling Water)
스파클링 워터는 탄산, 즉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물로, 톡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물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기포성 탄산수인 에퍼베슨트 워터(Effervescent Water), 가벼운 탄산수인 라이트 워터(Light Water), 중간 정도의 탄산을 함유한 클래식 워터(Classic Water), 기포가 많은 볼드 워터(Bold Water)로 구분한다.
물속에 함유된 탄산가스의 양이 조금씩 달라 구강 촉감과 맛이 각기 다르게 느껴진다. 에퍼베슨트 워터는 13℃, 라이트 워터는 14℃, 클래식 워터는 16℃, 볼드 워터는 17℃로 마셔야 본연의 물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탄산수는 이산화탄소의 출처에 따라 천연 탄산수와 인공 탄산수로 구분할 수도 있다. 탄산수에 이산화탄소가 자연적으로 용해된 경우 천연 탄산수로, 이산화탄소가 인공으로 주입된 경우 인공 탄산수로 분류한다.
① 미식가들이 선택한 물
산펠레그리노(Sanpellegrino)
전 세계 미식가들과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으로부터 사랑받는 이탈리아 탄산수다. [The Emperor of Carpr], [La Dolce Vita] 등 영화 속에 꾸준히 등장한 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알프스산맥의 산 펠레그리노 지방에 위치한 천연 샘물이 수원지이며, 700m 지하에서 솟아오른 광천수에 탄산을 주입해 제조되는 인공 탄산수다. 레드 와인이나 육류처럼 다소 무거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
TDS 1109㎎/ℓ 경도 744㎎/ℓ(초강경수) pH 7.7(약알칼리성)
② 우아한 곡선형 디자인
페리에(Perrier)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근처 베르게즈 마을에 수원지를 둔 천연 탄산수로, ‘광천수계의 샴페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먹는샘물의 고급화를 선도해 왔다. 특유의 세련된 병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인디언 클럽’이라 불리는 리듬체조 곤봉에서 착안해 물방울처럼 우아한 곡선을 띤다. 탄산수 중에서도 기포가 많은 볼드워터로 분류되며, 훈제 연어, 오드볼, 새우 칵테일 등의 전채 요리와 뛰어난 궁합을 자랑한다.
TDS 475㎎/ℓ 경도 380㎎/ℓ(강경수) pH 5.5(산성)
③ 베니스 부유층이 즐겨 마신
산 베네데토(San Benedetto)
이탈리아 베니스 북부에 위치한 온천마을에서 취수한 지하수다. 9~18세기 베니스의 귀족과 부유한 상인들이 즐겨 마신 유서 깊은 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가 인공으로 주입된 인공 탄산수이며, 다른 탄산수에 비해 탄산 함량이 높지는 않지만 탄산 입자가 조밀하고 부드러워 자글자글 잔잔하게 피어오른다.
TDS 240㎎/ℓ 경도 238㎎/ℓ(강경수) pH 7.3(알칼리성)
④ 온천 마을에서 샘솟는 천연 탄산수
비쉬 카탈란(Vichy Catalan)
스페인 게로나의 칼데스 데 말라벨라 마을 온천에서 샘솟는 천연 탄산수로, 비쉬 카탈란은 로마 시대부터 유명한 온천으로 알려져 왔다. 나트륨과 중탄산염이 많아 소화에 도움이 된다. 쇠고기 안심구이, 닭고기 요리, 하몽 요리 등과 특히 잘 어울린다.
TDS 2900㎎/ℓ 경도 61㎎/ℓ(중경수) pH 8.0(알칼리성)
⑤ 가볍게 즐기는 청량감
페라렐레(Ferrarelle)
이탈리아 나폴리 남쪽 화산 지대 근처의 산악지역에 내린 빗물이 화산암을 통과하며 탄생한 천연 탄산수다. 기포성 탄산수인 에퍼베슨트 워터로, 탄산가스의 농도가 0.5%로 미세하고 부드러운 탄산을 형성한다. 따라서 목 넘김이 자극 없이 편안하며, 입맛이 없는 사람의 미각을 돋우는 데 도움을 준다. 스파클링 워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탄산수다.
TDS 1480㎎/ℓ 경도 180㎎/ℓ 이상(강경수) pH 6.2(약산성)
⑥ 자연이 빚어낸 순도 높은 탄산수
보스(Voss)
노르웨이 남부 지역의 청정함을 고스란히 담은 빙하수로, 빙하 퇴적층 아래 천연 지하 암반을 뚫고 샘솟는 자분정(자연적으로 분출되는 샘물)에서 취수된 천연 탄산수다. 2022년 세계 물의 날 기념 물맛 품평회에서 해외 수입 탄산수 부문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순도가 높아 깨끗하고 맑은 것이 특징이다. 기포성 탄산수인 에퍼베슨트 워터로, 채소 요리나 샐러드와 페어링이 좋다.
TDS 295㎎/ℓ 경도 19㎎/ℓ(연수) pH 6.4(약산성)
Credit Info 조윤주 에디터 제공 덴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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