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3고 현상이 장기화된 ‘3고 시대’다. 3고 시대는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이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수익성을 떨어트리고 물가를 올려 소비 위축을 유발한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개인과 소상공인들의 부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모든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를 주제로 한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다. 지금부터는 3고 시대를 대표하는 신조어들을 모아서 살펴보고자 한다.
벌크형 소비
‘벌크형 소비’란 양이 많고 가격은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맛있지만 비싼 제품이 호황기에는 잘 팔리는 반면, 지금은 소위 ‘인간사료’라 불리는 식료품들이 인기인 시대다. 이는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식비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설문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양이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주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유목민
‘플랫폼 유목민’은 특정 플랫폼에 충성하고 그것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최저가와 무료 행사를 찾아 떠나는 소비행태를 이야기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알뜰하게 소비하는 이들을 일컫는 ‘체리슈머’와도 유사한 개념이다. 체리피커가 케이크 위의 체리만 골라서 먹는 얌체를 뜻하는 반면, 체리슈머는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짠물소비
‘짠물소비’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는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현재는 이와 유사한 형태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최저가 제품을 선호하고, 대용량 제품이나 소비 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짠물소비에 해당한다. 벌크형 소비 또한 짠물소비의 한 갈래라 볼 수 있다.
미코노미족
‘미코노미족’은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뜻하는 것이다. 미코노미의 미는 한자어 ‘맛 미’를 뜻하는 말임과 함께, 나를 뜻하는 영어 ‘me’의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즉, 미코노미는 스스로를 위한 가치 소비를 지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 행태를 뜻하는 것이다. 구내식당, 편의점 등지가 유명 셰프와 활발히 협업하는 것도 미코노미족을 겨냥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비슈머
‘하비슈머’는 취미와 소비자를 합성한 신조어다. 취미 활동에 열정적으로 투자하고 즐기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로, 지속적인 고물가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행태를 가리킨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착으로 직장인의 퇴근 시간이 과거보다 빨라지면서, 경제력을 가진 직장인들이 퇴근 후의 삶을 자유롭게 설계하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요노족
‘요노족’은 욜로족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요노라는 말은 ‘필요한 것은 하나뿐(You Only Need One)’이라는 영어 문장의 약자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물건 구매는 최대한 줄이는 행태를 뜻한다.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실용적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요노족은 물품을 소유하는 데에 중점을 두지 않기에 빌려서 쓰는 경우도 많으며, 자신이 구매한 물건은 즉시 처분하는 성향을 보인다.
퍼펙트 스톰 ‘퍼펙트 스톰’은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직면하게 되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본래 퍼펙트 스톰은 위력이 세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을 만나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태풍으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내수 경기 침체와 고환율 장기화 등을 통해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이것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세이브케이션
‘세이브케이션’은 절약한다는 의미의 ‘세이브’와 휴가를 뜻하는 ‘배케이션’이 합쳐진 신조어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알찬 구성으로 여행을 즐기려는 행태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가성비를 내세운 여행 상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언급량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경제 전반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줄어들지 않는 여행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최근 여행사들이 많이 내세우는 신조어라 할 수 있다.
미닝아웃
‘미닝아웃’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과 드러내다는 뜻을 가진 ‘커밍아웃’이 합쳐진 신조어다. 상품 가격이 비싸더라도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가치소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최근에는 ‘미닝테크’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보호를 기한 기업들의 미닝테크 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양심적인 가게나 물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돈쭐낸다’는 행위가 바로 미닝아웃이라 할 수 있다.
편장족
‘편장족’은 굳이 대형마트를 들르지 않고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을 이야기한다. 편장족의 증가는 1인가구의 증가와 외식물가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형 제품보다는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소량, 소포장 제품이 인기인 이유를 1인가구 증가에서 찾는 것이다. 또한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로 외식보다는 간편식품으로 간단하게 떼우려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한 결과다.
Credit Info 최덕수 press@daily.co.kr 제공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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