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여제라는 칭호로 불리는 다이애나 브릴랜드. 그녀가 패션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패션 에디터라는 직업의 창시자이자, 하퍼스 바자를 거쳐 보그의 편집장까지 역임,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특별 컨설턴트, 1964년에는 국제 베스트 드레서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렸으니 인생 자체가 패션이다.
그런 다이애나의 최애 컬러는 바로 레드. 위의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레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벽지부터 소파, 커튼과 장식, 심지어 가구들까지 거의 모든 게 선명한 빨간빛을 띠고 있다. 그녀는 레드를 훌륭한 정화제라 소개하는데, 밝고, 깨끗하며, 모든 색깔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powerfulgoddess.com
레드를 향한 그녀의 간절한 사랑은 단지 외면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그녀는 오늘날 사회학에서 많이 쓰이는 유스퀘이크(Youthquake)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다. 의미는 청년들의 반란, 즉 청년(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라 보면 된다. 이는 기성 시대와 권력에 저항한 196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지칭하기 위한 표현으로써, 문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주류 문화를 이끌게 되는 힘을 뜻한다. 어떤가. 젊음과 열정의 색인 레드와 딱 어울리는 탁월한 사유가 아닌가?
토니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연출가 캐슬린 마셜(Kathleen Marshall)이 연출한 연극 다이애나 브릴랜드 ⓒdallasnews.com
한파에 맞서는 레드의 강렬함
이번 겨울 시즌 패션 지분의 절반 이상은 레드에게 있다. 올 레드 룩은 물론 레드를 포인트로 한 착장들을 거의 모든 런웨이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THE ROW 2023 FW, Hermès 2023 FW ⓒvogue.com
우선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대는 강렬한 올 레드 코디. 성공의 관건은 채도와 액세서리다. 비슷한 채도로 색감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일순위 조건. 이에 더해 은은한 광택의 실버나 블랙이나 브라운처럼 톤 다운 컬러 액세서리를 매칭해 주면 세련되고 안정감 있는 레드 착장이 완성된다.
LOEWE 2023 FW, Dolce & Gabbana 2023 FW
MARNI 2023 FW, Stella McCartney 2023 FW
VALENTINO 2023 PRE-FALL, Schiaparelli 2024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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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 레드가 처음이라서요... 아직은 레드가 마냥 어려운 컬러인 당신. Hermès나 GUCCI에서 등장한 체리 레드 컬러라면 고민 해결이다. 2024년 SS 시즌의 키컬러 중 하나인 체리 레드는 브라운의 고상함이 느껴지면서도 레드 본연의 에너지틱함을 유지하고 있는 색이기에, 입문 레드로는 최적의 선택. 게다가 마치 얼굴에 조명을 킨 것 같은 화사한 효과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Hermès 2024 SS, GUCCI 2024 SS
Puppets and Puppets 2024 SS, Acne Studios 2024 SS
Del Core 2024 SS, SAINT LAURENT 2024 SS
ⓒvogue.com
데님과 골드, 핑크와 베이지, 그리고 블랙 앤 실버. 레드는 거의 모든 색들에게 환영받는 인기 컬러다. 데님과 골드와 만나면 그 파워풀함이 배가 되고, 핑크와 베이지를 만나면 로맨틱함이 배가 된다.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를 만나면? 섹시함의 극치로 간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만나면 너무 재미난 착장으로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매력. 레드의 친화력은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비껴간다.
그렇다면 이제 레드의 매력에 빠진 셀럽들의 아웃핏을 살펴볼 차례. 특별히 연말 시즌을 겨냥해 엄선했으니, 앞으로 다가올 각종 모임룩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vogue.com, ⓒharpersbazaar.com, ⓒheelscartel.com
이번에야말로 파티의 주인공으로 강림하고 싶은 당신. 레드와 함께라면 어느 자리에서라도 뒤지지 않는 아우라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켄달 제너와 벨라의 치명적인 레드 드레스는 물론 지지와 기네스 펠트로의 레드 슈트 셋업은 올 레드 룩의 산뜻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