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황홀한 핑크빛 노을의 비밀

by 웨더뉴스

한낮엔 여전히 다소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누그러지기 시작한 더위만큼이나 가을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해 질 무렵 황홀할 정도로 예쁜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입니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느낌마저 드는 이 핑크빛 하늘, 아직은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 하늘이 주는 선물 같은 이 노을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요?

‘핑크빛 노을’, 대기 중 수증기가 빛을 산란시켜 만드는 현상

해 질 녘 하늘이 핑크빛이나 주황빛으로 물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해가 지는 서쪽 하늘에 구름이 적거나 없어서 대기를 통과한 빛이 구름에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쪽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면 태양 빛이 구름에 가려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구름의 아랫부분을 비출 수 없게 돼 노을이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좁은 구름대들이 동쪽에 분포하고 서쪽이 맑을 때, 서쪽에서 해 질 무렵 비추는 햇빛이 동쪽에 자리한 구름에 산란되면서 선명한 빛깔의 노을이 지게 됩니다.

특히, 구름의 높이가 높게 위치할수록 구름이 머금은 수분 입자가 뭉치지 않고 흩어지게 돼 노을빛이 넓게 퍼져서 하늘을 예쁘게 물들일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적고 수증기가 많을수록 밝고 선명한 노을이 보여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기 중에 미세먼지가 적고 수증기가 많아야 합니다.

빛은 색광에 따라 파장이 다른데, 빛의 파장 영역은 0.71μm~0.45μm로 보통 푸른색 계열은 붉은색 계열에 비해 파장이 짧습니다.

파장이 짧다는 것은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푸른색 계열의 빛이 붉은색 계열의 빛보다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방해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요, 즉, 태양의 위치가 낮아지는 해 질 무렵에는 태양 빛이 낮보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기 때문에 푸른빛은 대부분 대기 속에서 산란 돼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고, 대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우리 눈에 많이 도달하게 됩니다.

이때, 산란되는 각도에 따라 빨간색이나 주황색, 분홍색 등 색깔도 다채롭게 나타나는데요,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에도 붉게 물든 노을을 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선명하지 못하고 뿌연 색의 노을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미세먼지와 수증기 모두 대기 중의 빛의 산란을 활성화 시키는 요인이지만, 미세먼지보다는 수증기가 많아야 밝고 선명한 색의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