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반짝이다 지고 마는 사소한 트렌드가 아니다. 올여름은 물론 앞으로의 FW시즌까지 톡톡히 책임질 보헤미안 스타일. 그 자유로운 매력 속으로.
우리는 여전히 자유를 원한다
과거여행을 떠난 패션계의 타임머신은 아직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Y2K와 인디슬리즈라는 걸출한 트렌드들을 복귀시킨 것도 모자라 이젠 2000년대를 강타했던 보호 시크(Boho-Chic)까지 소환할 예정. 이쯤 되면 패션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미 실전으로 충분히 체감하고 있으니.
Ermanno Scervino 2024 SS, Stella McCartney 2024 SS ⓒvogue.com, ⓒwwd.com
그러나 이 트렌드의 근원을 파악하려면 보다 더 깊은 과거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약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보헤미안 미학의 시초를 정확히 짚어내긴 어렵겠지만, 이 용어는 줄곧 유목민적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데에 쓰여왔다. 기성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문명과 물질에 휘둘리는 삶대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에 열중했던, 그들의 삶을 말이다.
1914년, 폴 푸아레(Paul Poiret)의 보헤미안 무드 ⓒvogue.com
70년대 보헤미안 열풍이 불었던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관습과 전통을 거부하고, 다양한 억압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급진적인 사회 분위기가 당시 젊은이들의 패션까지 뒤바꾸어 놓은 것. 특히 1969년 8월, 우드스탁(Woodstock) 페스티벌에 모였던 뮤지션과 관객들의 차림은 그중에도 엑기스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착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미 핸드릭스(좌)와 제니스 조플린(우)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풍경 ⓒvogue.fr
보헤미안 스타일은 현대에 와서 종종 보호 시크라 불리우게 되었는데,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지만 원조 보헤미안 룩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보다 럭셔리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엔 강렬한 색감과 레이어링으로 화려한 느낌을 강조한 반면, 지금은 간소한 스타일링과 미니멀한 메이크업으로 본연의 청초함과 우아함을 상기시키는 쪽에 가깝다. 나아가 자유롭게 나부끼는 실루엣과 부드러운 원단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룩의 핵심이다.
GUCCI 2025 RESORT, Cristiano Burani 2024 SS ⓒvogue.com
보헤미안 코드로 컬렉션 분석하기
Chloé가 간만에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새로운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가 2024 FW에 선보인 보헤미안 코드가 극찬을 받으며 패션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기 때문.
셰미나 카말리
Chloé의 특징인 페미닌함과 세련됨이 잘 표현된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직관이 주제다. 셰미나는 여성으로서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직관을 믿어야 함을 강조하는데, 일단 직관이고 뭐고 다 떠나서 단 한 피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컬렉션 속 모든 룩들이 알차다. 보헤미안 룩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 프린지 장식, 레더 샌들과 부츠, 꿈결 같은 은은한 컬러감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Chloé 2024 FW ⓒvogue.com
Rabanne의 FW에도 보헤미안 코드가 심어져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Chloé보단 웨어러블한 느낌이 강하다. Raban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줄리앙 도세나(Julien Dossena)는 이번 컬렉션의 힌트를 파리의 거리와 지하철 속 여성들의 출근복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일상과 엮인 그녀의 영감이 보헤미안의 판타지한 감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상쇄시킨 셈이다.
Rabanne 2024 FW
Rabanne의 룩에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또 다른 핵심인 레이어링이 두드러진다. 빈티지한 무드와 도회적인 무드의 아이템을 적당히 믹스 매치함으로써 독특함 화려함을 가미한 것. 마치 바로 이것이 2024년의 뉴 보헤미안이다!라고 외치는 듯 하다.
Rabanne 2024 FW
Credit Info 에디터 주단단 제공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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