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각자가 다르게 체감하며, 또 상황에 따라 달리 느끼게 된다. 괴롭고 힘든 순간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기쁘고 흥분되는 순간은 실로 빨리 지나가기 마련이다. 또한 보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도 지금이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부터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지적 변화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인지적 변화’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뇌 속의 신경 세포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신경 회로가 퇴화하면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전과 다른 정보를 습득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신선한 자극을 덜 받게 되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 변화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신체의 생물학적 변화 또한 사람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대사율은 누구나 떨어지게 되기 마련인데, 이를 통해 근육량이 감소하고 일상의 피로감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활동량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활동량의 감소는 곧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기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인식 변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에는 미래를 무한히 먼 것처럼 느끼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도 느리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미래는 점점 좁아지고 무언가를 실현하고 경험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어린 시절 목표가 많았던 때는 시간을 느리게 느끼지만, 나이가 들어 먼 곳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서 시간의 흐름도 빨라지는 것이다.
개인적 경험
새로운 경험은 사람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그 순간을 굉장히 길게 느끼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이 줄어들고, 반복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 사람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거나 낯선 이들을 만나고 생소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지내는 사람보다 시간을 길게 느낀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차이
나이가 들면 도파민의 분비량도 줄어들게 된다. 단순히 새로운 일을 자주 경험할 일이 줄어들어서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신체의 변화도 수반된다. 나이가 든 사람은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해,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젊은이들보다 신경 회로에 가해지는 자극과 기억의 강도가 모두 약해진다. 이는 지나간 일에 대한 기억을 흐리게 만들고, 강한 기억이 배열될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도파민 분비의 감소는 곧 내 몸 속 생체 시계의 작동이 느려지는 것이며, 그에 따라 내 몸 밖의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마음의 시간
어릴 때의 기억은 마치 사진처럼 매 순간이 생생하기 마련이다. 최근 유러피언 리뷰 저널은 객관적인 ‘시계의 시간’과 심리적인 ‘마음의 시간’의 차이를 측정한 바 있다. 마음의 시간을 흐르게 하는 주된 요인은 바로 ‘이미지’인데, 뇌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이미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같은 시간 내에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인식하는 이미지가 적고, 마음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시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의력의 저하
사람의 주의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주의력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사람은 시간에 주목할 겨를이 없게 되며, 따라서 자연스레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젊은 사람들도 때로는 나이 든 사람 못지않게 시간을 짧게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이처럼 주의력이 요구되는 일을 할 때다. 늙음은 사람의 주의력을 앗아가기에, 일상을 살아가며 시간을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남은 삶에 대한 조급함
인생이 저물어가는 시기가 되면 누구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조급함으로 이어진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면 중요한 일에만 시간을 쓰려고 하게 되며, 조급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때에는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느끼고, 그렇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안심하지 못하고 항시 초조하게 지내게 되는 것이다.
기억력의 감퇴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을 떠올리려 할 때, 긴 세월을 산 이들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쉽게 기억을 해내지 못하게 된다. 금방 기억이 나는 시간이 적으면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이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처럼 시간을 체감하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다. 너무 바빠서 일을 끝내기에 충분한 시간을 얻지 못하는 경험이 축적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시간의 흐름이 빠른 게 야속하다면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게 되지만, 늙지 않더라도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외국어를 새롭게 공부하는 등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익숙한 일도 상황 자체를 보고 즐기며,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며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할 것이다.
Credit Info 최덕수 기자 제공 데일리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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