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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아마존의 목소리

by 하퍼스 바자

신간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는 원주민의 눈과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이야기한다.“이른 아침 마을 중심에서 그 산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그날 날씨가 좋을지, 침착하게 있는 게 나을지 바로 알 수 있다. 산이 ‘오늘은 대화할 기분이 아니야’라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각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산의 이름은 타쿠크라키. 아마존 인근 브라질 남동부 도시강 한편에 자리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원주민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산의 언어를 듣는다. 마치 가족과 대화하듯이. 지구상 그 누구보다 자연의 심장 가까이 사는 이들은 사물과 자연, 인간을 동등한 방식으로 바라본다.

아마존이 위기에 처한 사실은 십수 년 전부터 익히 알려져왔다. 무분별한 벌목과 광산 채굴, 개간사업으로 아마존은 원래 면적의 약 13%에 해당하는 8천5백만ha 이상이 사라졌다. ‘지구의 허파’ 같은 수식어는 낡은 표현이 됐다. 2021년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발간한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아마존 산림 ‘아마조니아 레가우’의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흡수량을 넘어섰다. 자정작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오염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202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 원주민 보호구역 지정이 늘어나고,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며 긍정적인 소식도 보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아마존의 삶에 대해 아는 사실은 극히 일부다.

지금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2가 위치한 브라질에는 2백40여 부족이 산다. 이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거주지인 숲을 되살리고 영토권을 인정받고자 투쟁해왔다. 브라질 원주민의 권리를 위해 중대한 역할을 해온 활동가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해왔다. 2019년 자신의 핵심 강연문 세 개를 엮은 책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생각들>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출간했다. 짧은 강연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체 당신이 ‘인류’라고 말하는 개념은 무엇이며, 모두들 기후위기를 막을 방법은 다 알지만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물음. 기후 문제는 인간이 처한 과제 중 가장 긴급하며, 이는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인류학과 분리될 수 없기에 세계의 학자들은 그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최근 국내판으로 출간된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는 한국과 프랑스, 브라질 철학·인류학자 5인(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박이대승, 박수경, 장-크리스토프 고다르, 오야라 보니야)이 그의 철학을 분석한 결과이자 일종의 선언문이다. 책을 기획, 번역한 정치철학자이자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이대승 저자에게, 우리가 원주민의 시각을 체득할 수 있는 법에 대해 물었다. 

개간 사업으로 산불 화재를 입은 브라질 판타나우와 세라도 지역.

기후위기를 다루는 서적들이 쏟아지는 요즘, 원주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지구의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와 책에서 자주 회자되지만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시점이라 생각했다. 인류가 과거에 비해 탄소발생량을 유일하게 줄일 수 있던 시기가 코로나 때였다.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쓰는 방식을 바꾸려고 했던 시기. 그런데 지금 다시 그 수치가 이전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어떤 방법을 실천하라는 메시지보다 “우린 다 알고 있지만 왜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게 필요한 때다. 

원주민의 생생한 발언을 읽는 경험이 꽤나 낯설었다. 그간 미디어에서 접한 원주민의 모습은 크레나키의 표현처럼 영화나 일부 다큐멘터리 속 인상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여러 학자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는 원주민을 되게 특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세계 인구의 5%가 넘는다.(2022년 WHO통계 기준 4억7천6백만 명.) 호주와 인근의 섬나라, 남미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와 인도네시아, 폴리네시아 대륙까지. 드웨인 존슨처럼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배우 또한 남태평양 사모아 토착민 출신인 것만 보아도 주변을 보면 어디에든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지금 원주민 사회를 활발히 논의하게 된 건 여러 맥락이 있지만 수십 세기 동안 서양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에게서만 어떤 가르침을 얻으려 해왔는데, 원주민을 연구하다 보니 그들의 사회가 전혀 다른 논리와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들의 삶을 비추어보았을 때 지금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거울로 내 모습을 보면 생김새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려면 타자를 봐야 한다.

크레나키는 우리가 정의하는 하나의 ‘인류’라는 개념 때문에 끊임없이 개발과 소비를 원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부추겼다고 말한다. 사물과 자연,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는 ‘역인류학’의 개념이 도시인에겐 무척 방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서양적인 관점에도, 원주민의 관점에도 가깝지 않은, 동아시아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한 번이라도 우리의 시각은 어디에 가까운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책에서 원주민들의 다자연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그들은 바위나 산을 자신의 형제나 자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결코 문학적인 비유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들에겐 완전히 실제적인 존재인 거다.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지 않는 것. 그렇기에 특별히 자연을 보는 원주민의 관점, 동물을 보는 원주민의 관점이라는 말도 엄밀히 말하자면 틀렸다. 원주민에게는 문화와 구별되는 자연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세계를 보는 믿음을 우리는 흔히 종교적이거나 미신, 비과학적이라 여긴다. 이런 관점을 반대로 보는 게 역인류학의 시작이다.  

크레나키의 주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아마존에 닥친 재앙을 염려한다. 하지만 그건 문명인 중심적인 관점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원주민들은 이미 열강이 침략하던 5백 년 전에 종말을 맞이한 것과 다름없다. SF 영화 속 외계인이 등장해 삶의 터전을 잃는 장면이 그들에겐 실제 발생했던 사건이며 실은 오늘날 포스트아포칼립스 시대에 사는 것과 같은 시각인 거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이렇게 싸우면서 살아왔고, “우리의 세계는 이미 오래 전에 종말을 맞이했고, 이제는 당신들의 세계가 종말을 향하고 있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아닌 당신들이다.”고 말하는 대목이 많은 함의를 시사한다.

과거 한 칼럼에서 “재앙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 적도와 가까운 해안가, 사막과 열대우림이나 산림 지역이 기후위기의 더 큰 피해자라는 사실을 함축한 말이 인상 깊었다. 직접적인 타격은 아마존 그리고 태평양 섬들이 받고 있다. 그 피해가 늦게 도달하는 지역에 살면 사는 동안 재앙을 경험할 확률이 적다. 그렇다면 자신이 누리는 것을 포기할 이유도 없을 거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내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알지만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반성하고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원주민의 관점이 필요하다. 

Credit Info
MAGAZINE 엘르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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