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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우리도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

by 싱글즈

지난해 발생한 약 7110만명의 세계 난민 중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비중은 53%다. 우리는 전쟁난민보다 더 많은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국제 NGO 자국내난민감시센터가 발표한 보고서 <그리드 2023>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세계 난민 수는 약 7110만 명이다. 이는 2013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자연재해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의 비중이 53%에 달한다는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난민보다 더 많은 수인 약 3260만 명이 자연재해로 인해 난민이 되었다. 이 중 98%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산불 등으로 발생했으며 나머지는 지진과 화산 폭발 등 지질학적 재해로 인해 난민이 되었다. 우리는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이들을 기후 난민 혹은 생태학적 난민이라 부른다.

기후 위기에도 존재하는 국가 간 불평등

불평등은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도 발생한다. 똑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데 누구에겐 영향이 미미하고 누구는 왜 실존적 위기에 처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들을 위해 쉽게 말하자면 이와 같다. 자, 상상을 해보자. 우리가 보통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25℃ 내외다(여름철 실내 희망 온도나 봄, 가을 무렵의 기온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각 나라의 기후를 생각해보자. 새하얀 눈으로 대변되는 북유럽은 기온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난방비와 겨울철 호흡기 질환 발생 건수가 줄고 노동생산성도 증대한다. 온대 지방의 경우 약간의 기온 상승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 네팔 등 이미 무더운 나라는 현재의 온도로도 고통을 받고 있다. 여기서 기온까지 오르면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 저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폭우 등으로 인한 침수 피해도 심각하다. 그리고 대체로 이러한 국가에는 개발도상국이 많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선진국에 비해 훨씬 미흡하다. 개발을 명목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선진국들이 다 하고 정작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직격탄을 맞는 셈인데, 이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예로 방글라데시가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불과 0.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의 80%가 해안가, 범람원 등 저지대에 위치해 홍수, 침식 피해가 심각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경쯤엔 무려 13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듯 기후 불평등은 국가 사이뿐만 아니라 젠더 간에도 존재한다. 유엔여성기구 전략기획자원효율국장 안나 카린 얏포스는 많은 국가에서 여성의 주요 생계 수단이 기후변화에 민감한 농업이란 점이 원인이라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2023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수단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취업 여성 가운데 66%가 농업 분야에 종사한다. 심지어 임금조차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2센트밖에 받지 못한다.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이 무려 71%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감소는 이 여성들이 빈곤과 식량 불안에 더 많이 시달리게 만든다. 또 농촌 여성은 가정, 식량, 물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은 즉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물을 긷기 위해 더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심지어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의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남아시아 지역을 조사해 연구한 결과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가정 폭력이 6.3% 이상 증가한다고 영국 <가디언>이 인용했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여성을 빈곤,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할 뿐 만 아니라 더 많은 폭력에까지 노출시킨다.

한국은 괜찮을까?

2100년도까지 한국의 기후변화를 예측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연평균 기온은 미래 전반기(2021~2040년)에 약 1.8℃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 추세는 미래 후반기(2081~2100년)에 이르면 한층 더 강화될 예정인데 약 7℃ 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올여름 폭염을 떠올려보라. 여기서 약 7℃가 더 높아진다면 이는 인류에 심각한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치다. 강수량은 미래 후반기에 이르면 약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반도 극한 고온 현상은 현재 대비 증가하고 극한 저온 현상은 감소할 것이다. 또한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해수면은 약 0.83m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산, 인천 등 해안 도시는 침수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는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 정도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100년 이내에 우리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결국 나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기후 재앙은 전 세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하며 국가적 차원의 규제, 기업의 실천 및 개인의 노력까지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야 막을 수 있다. 빨대 사용하지 않기, 식물성 위주의 음식 먹기, 항공 여행 피하기, 소비 줄이기 등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은 이미 모두 알고 있을 터. 그러나 우리는 편리함과 익숙함에 기대 ‘한 번쯤은 괜찮겠지 뭐’라고 합리화하며 현재 처한 절체절명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끔 잊는다.

올해 초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레오폴트 미술관이었다. 아마 다들 ‘아, 에곤 실레를 좋아하나 보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의 작품도 훌륭했지만 그보다 더 강렬했 던 건 비뚜름하게 걸린 몇몇 그림과 그 밑에 적혀 있던 ‘A FEW DEGREES MORE°’란 문구였다. 얼추 캠페인의 한 종류이겠거니 짐작하며 뭘 말하는 걸까 궁금하던 찰나 옆에 붙어 있던 캠페인 설명 글을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전 세계 평균기온이 아주 약간만 더 올라도 이 기울어진 그림처럼 세상은 불편한 곳으로 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보니 비뚜름한 그림은 모두 풍경화였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풍경의 존폐 여부는 지금의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거주하는 10대 환경운동가들은 신문지, 버려진 플라스틱 가방, 카프리썬 주스 봉지로 의상을 만들어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상의 소리를 리믹스해 선보이는 영국 기반의 사운드 프로젝트 그룹 시티즈 앤 메모리는 기후변화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남극과 북극의 바닷속 소리로 제작한 앨범 를 올해 초 발매했다. 45개국의 작곡가 300여 명이 제작한 음원 104개는 혹등고래, 일각고래, 게잡이바다표범, 로스해물범 등 다양한 생명체의 울음소리와 녹아내리거나 붕괴되는 빙하의 소리, 인간의 소음 등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이해진 우리의 마음을 다시 꽉 붙들어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같은 지구별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당장의 나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나는 기후의 영향에 위험해질지도 모르기에.

Credit Info
MAGAZINE 싱글즈
EDITOR 양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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