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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테스토어

죠지의 앨범 커버를 그린 작가, 한주원의 이야기

by 젠테스토어

Interview: 한주원 작가

8월의 평양냉면 같은 슴슴함.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커버, 어린 시절 책가방 필수 아이템이었던 스프링 노트, 어린이날을 맞아 방문했던 미술관 소풍. 일상에 스며든 예술가의 그림을 찾아보며 언젠가 나도 멋진 그림 한 점을 방에 걸어두고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젠터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타투이스트, 애니메이션 작업,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주원 작가입니다. 한주원 작가는 8월의 평양냉면 같았습니다. 자극과는 거리가 멀고 꾸밈이 없이 담백하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에 꼭 필요한 메뉴. 육수까지 말끔히 들이켜 드러난 그릇의 바닥처럼, 한주원 작가는 숨김없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에 쌓인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준다.” 피카소의 말처럼 한주원 작가의 인터뷰와 작품을 통해 일상의 순간에서 여유와 쉼을 찾아보세요.

Q. 죠지의 앨범 커버 아트를 담당하셨죠. 아티스트 죠지와의 역사적인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앨범 커버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알려주세요.

6~7년 전, 페이스북을 통해 죠지가 먼저 앨범 커버 작업을 부탁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어요. 만나보니 나이도 같고, 성격도 잘 맞아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FRR 앨범을 들려주며 커버 아트를 부탁했을 때 처음 들으면서 그렸던 에스키스였어요. 죠지가 이런 날것의 드로잉을 마음에 들어 했고, 저도 꽤 마음에 드는 드로잉 작업이라 이대로 커버가 나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죠지 정규 1집 앨범 커버, 죠지 바이닐 

죠지 싱글 <1집 수록곡> 앨범 커버 

Q. 가장 즐겨듣는 죠지의 곡이 있다면?

All Good, Let’s Go Picnic. 이 두 곡을 가장 많이 듣는거 같아요.  

Q: 작가님의 하루는 어떤 모양인가요? 데일리 루틴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작업실로 출근합니다. 여자친구랑 함께 작업실을 쓰기 때문에 같이 와서 그림을 그리거나 각자 할 일을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준비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오히려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니까요.

타투 작업도 하고 있어서 작업실 한편에는 아늑한 타투 배드가 자리 잡고 있는데, 조금만 의지를 잃더라도 침대 위에 벌러덩 눕기가 쉬워서, 최대한 빠르고 민첩하게 작업에 집중할 준비를 합니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게 일상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작가님 그림에는 정교하고 세밀한 드로잉이 많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을만한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 그림에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그림을 시작할 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드로잉으로 손을 푸는 작업을 거칩니다. 무작위로 그려 넣은 선들 사이사이를 색과 면으로 채워 하나의 형상을 완성합니다. 이 과정을 프랑스어로 껠끄쇼즈(Quelque chose)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껠끄쇼즈는 직역하자면 ‘어떤 것, something’을 의미합니다. 대부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나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구구절절 무언가에 대해서 풀이를 늘어놓는 것보다 때로는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주원 작가의 작품은 이런 껠끄쇼즈의 연속인 듯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흥미롭고 초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소소하고…껠끄쇼즈!

Q: 평생 스케치 없이 채색만 하기 vs 채색 없이 스케치만 하기. 작가님은 어떤 걸 고르실 건가요?

저는 평생 채색만 하고 살 것 같아요. 스케치만 계속했기 때문에 커다란 작품과 그 작품을 가득 채우는 색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Q. 그럼 평생 3가지 색만 사용해야 한다면?

회색빛이 감도는 하늘색, 회색, 그리고 검정색. 이 세 가지 색만 있어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거든요.

Q. 마음에 드는 본인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에 그린 것을 아끼는 편이에요. 그림을 완성하면 벽에 걸어두는데, 다음 날 아침에 작업실로 출근해서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고칠 점이 보이는 게 함정이지만요.

한주원 작가의 방. 

Q.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 있나요? 무의식적으로 자꾸 그리게 되는 형상이 있다거나.

두 개의 태양이요. 그리고 클라우디라고 구름 인형 같은 친구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림마다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림에는 매번 다른 재미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좋아서 똑같은 건 많이 그리지 않으려 하는 편입니다.

Naive Drawing Series, Naive Drawing Series

 

Q.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열쇠… 계속해서 한 쌍, 커플, 그리고 2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이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인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살면서 2등을 참 많이 한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고무동력기 멀리 달리기에서 2등하고,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도 2등하고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일 수도 있겠네요. idiot idea 로고 

왼쪽 상단 연두색 두 개의 열쇠 

Q. 짝이 지어진 도상이 그림에 나타난다는 건, 그만큼 작가님께서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뜻 같기도 합니다. 연애와 사랑도 중시하시나요?

성실하게 사랑하는 편이에요. 일과 연애 모두.

한주원 작가 집에 걸린 고양이 부부 액자. 

Q. 본인의 작품이 어떤 사람에게 닿길 원하나요?

개인전을 열었을 때 방문했던 관람객 대부분이 능동적으로 그림의 재밌는 점들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었어요.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닿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고비의 순간을 극복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가장 큰 고비로 느껴집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계속해서 그려보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Q.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을 안 그릴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이 든다는 작가님, 이건 그림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요소에 해당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그림이 잘 안그려질 때, 영감이 되어준 아티스트가 있나요?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을 좋아합니다.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라는 작가의 작품도 굉장히 취향에 맞고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오스틴 리(Austin Lee) 작가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에어브러시로 작업을 하고 버츄얼 드로잉과 조각 작업을 하는 분이에요. 아, 그리고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 영상 중 Don't Hug Me I'm Scared라는 영상은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austinleee instagram 

Q. 본인의 생각과 스킬을 모두 탑재한 ai가 탄생했습니다. 함께 작업을 할 것인가요 아니면 오로지 본인의 손끝을 통해 탄생하는 작업 활동만 지속할 것인가요?

같이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뭐든 다 해보자는 편이기도 하고 잘 사용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인간 한주원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지금 ‘Idiot Idea’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훗날엔 회사가 많이 커져서 그림과 굿즈를 함께 선보이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CS팀도 따로 있고, 아트팀도 따로 있고, 제품 생산 팀도 따로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 국내 팬시 브랜드 중에 독특하고 이쁜 제품을 파는 곳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주원 작가가 작업 시 주로 사용하는 재료. 

Q, 협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고 싶으신가요?

STUSSY, Brain Dead. 세계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접점을 이루는 레이블이기 때문인데요, 제가 그린 그림을 넣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릴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Q. 옷을 고를 때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의류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때문에 구매할 때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사려고 합니다. 여기서 튼튼하다는 건 소재의 디테일이 촘촘하고 만듦새가 좋은 옷이라는 걸 의미해요. 좋아하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OUR LEGACY와 Lululemon인데, 최근 중고로 구매한 Lululemon 팬츠는 부드러운 착용감과 활용도가 높아 요즘 가장 잘 입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Q. 그럼 어디에 가장 많은 소비 지출을 하나요?

가장 많이 들리는 온라인 쇼핑몰은 아무래도 화방넷이지 않을까 해요.

Q. 그림을 그릴 때 입는 작가님만의 작업복이 있나요?

단정하고 편안한 옷 위주로 입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 방해되지 않는 옷이요. 오늘은 ‘Idiot Idea’의 샘플 티셔츠를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앞치마도 있기는 한데 웬만하면 잘 사용을 안 하고요.

Q. 작업실에 있는 패션 아이템 중 소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을까요?

여자친구가 선물해 준 Montbell 백팩.

Q. ‘이건 정말 잘 샀다’하는 상반기 잘샀템을 하나 꼽는다면?

중고차를 구매했습니다. 그림에도 자주 등장해요. 너무 잘 타고 다녀서 아주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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