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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녹색창 떠난 휠라·푸마… 네이버-무신사 본격 갈등 양상?

신동아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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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전쟁 2차전 향배는?

● 무신사 완패로 끝난 1차전
● 네이버 “사업 확장” vs 무신사 “확장 저지”
● 다윗-골리앗 싸움? 패션업계 사정 달라
● 무신사 ‘지리는’ 냄새, ‘질리는’ 냄새 된다면…

[Gettyimage, 네이버, 무신사]

네이버와 무신사.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회사가 지난해부터 잇달아 부딪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의 갈등이라기보다는 무신사가 네이버를 일방적으로 견제하는 편에 가깝다. IT 공룡 네이버가 기술력과 플랫폼 경쟁력을 발판 삼아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간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하게 다진 무신사가 긴장한 모양새다.

회사 덩치만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이유는 패션 사업 특수성이다. 유통업계 최상위 포식자 쿠팡이 유독 힘을 못 쓰는 시장이 바로 패션 시장이지 않은가. 커뮤니티로 출발해 20년 사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저력을 무시할 순 없다. 두 곳의 패션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 것인가. 최후 승자는 누굴까.

패션 전쟁 서막

2월 16일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와 가품 근절을 위해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무신사가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설립을 주도했기에 업계에서는 이 캠페인이 사실상 네이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무신사]

2월 중소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50여 곳이 한국브랜드패션협회를 창립했다. 신진 브랜드를 주요 입점사로 둔 무신사가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첫 행보는 가품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자는 의미의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이다.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네이버가 연상된다. 사건은 10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 ‘피어오브갓’ 티셔츠를 둘러싸고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과 무신사가 ‘진품 공방(攻防)’을 벌였다. 크림이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피어오브갓 티셔츠를 가품으로 보고 정품 여부를 본사에 검증 요청한 것.

이는 곧 핵심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건 양쪽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무신사의 경우 부티크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에서 가품이 나오면 플랫폼 신뢰도가 한순간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품을 정확하게 검수한 뒤 되팔아야 하는 크림 입장에선 가품이 아닐 경우 첫 단계인 검수부터 치명적 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결과는 무신사의 완패였다. 본사의 검증 결과 해당 제품은 가품, 이른바 ‘짝퉁’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신사는 고객에게 판매 금액의 200%를 보상하고 공식 사과문을 냈다. 당시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한국브랜드패션협회 회원사 휠라코리아와 푸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전면 철수했다. 무신사는 부인하지만 패션업계에선 무신사 요청에 따른 행동이라는 게 정설이다.

패션 사업도 vs 패션 사업만은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선보인 패션 플랫폼 ‘패션타운’.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는 IT 공룡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무신사와 부딪친 건 다소 뜬금없다. 둘은 업종도, 주력 사업도 다르다. 기업 규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럼에도 둘의 갈등은 퍽 필연적이다. 커머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네이버와 이를 저지하려는 무신사의 충돌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패션 플랫폼 ‘패션타운’을 선보였다. 네이버쇼핑에서 운영하던 백화점·아웃렛·디자이너 등 패션 카테고리를 통합한 서비스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패션 상품을 한곳에 모아 이용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단순한 스토어 탐색을 넘어 이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 스토어를 추천하고, 실시간 급상승한 제품 순위 등 최근 쇼핑 트렌드 정보까지 안내한다. 또 브랜드·배송·사이즈·색상·가격 등 이용자별로 원하는 특징만 골라 볼 수 있도록 필터를 더욱 세분화·고도화했다.

네이버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시 네이버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들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패션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처지에서는 대형 플랫폼 네이버에 고객을 내주게 되리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은 국내에서는 상대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2월 실적발표 때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검색 내 브랜드 탐색 경험 또한 개선해 네이버쇼핑에 보다 강력하게 록인(Lock-in) 시킬 계획”이라며 패션 사업 강화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

브랜드 입점을 위한 양쪽의 공세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초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신규 브랜드 스토어 입점을 지속하고, 도착 보장 솔루션을 시작으로 브랜드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며 “검색 내 브랜드 탐색 경험 또한 개선해 네이버쇼핑에 보다 강력하게 록인(Lock-in) 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무신사는 생산 자금이나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면서 브랜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일례로 무신사는 ‘마르디 메크르디에’ 브랜드가 일본에서 성장하도록 일본어로 된 공식 홈페이지 구축을 지원해 현지 공략을 추진한 바 있다.

최강자 쿠팡도 고전, 强弱 바뀌는 패션 시장

회사 규모로 보면 네이버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사실이지만 이 가운데 패션 시장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종합몰은 기세를 펴지 못하는 반면 특정 품목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플랫폼(전문 몰)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의복·신발·가방·화장품 등) 카테고리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49조8158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전문 몰 성장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운영 형태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을 살펴보면 쿠팡, 11번가, SSG닷컴 등 종합몰의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1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무신사, 에이블리, W컨셉 등 패션 전문 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자가 종합몰에서는 옷을 덜 사고, 전문 몰에서 더 샀다는 의미다.

전문 몰이 인기를 끄는 배경으론 전문화·개인화가 꼽힌다. 한 가지 분야만을 다루기에 상품군 전문성이 종합몰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또 거래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종합몰에선 선보일 수 없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도 용이하다. 소비자 개개인에 맞는 화면 구성과 상품 추천 기능 역시 전문 몰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쿠팡을 통해 네이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은 생활용품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 국내 커머스업계의 대세가 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식품과 식료품 등 성장세가 높은 분야의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가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쿠팡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패션이다.

쿠팡은 패션 사업에서만큼은 유독 존재감이 없다. 2020년 4월 쿠팡은 ‘C.에비뉴’라는 패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직접 엄선한 프리미엄 브랜드만 모아 다양한 스타일의 인기 패션 아이템을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패션 사업 강화 의지를 보였다. 3년이 다 돼가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카테고리별 매출을 공개하진 않아 정확한 실적을 확인할 순 없지만 소비자 구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로 성과를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쿠팡에서 ‘패션 의류’와 ‘패션 잡화’를 구입한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중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각각 16.3%, 16.7%에 그쳤다.

1위 무신사 인기, 부메랑 될 수도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해 1위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7000여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지난해엔 월간 활성 사용자가 400만 명을 넘었다.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의 저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무신사의 첫걸음은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무신사)’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외 최신 패션 관련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 불과했다.

본격 성장은 2019년 세쿼이아캐피탈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열 번째 유니콘 기업에 선정됐다. 패션 플랫폼이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무신사가 처음이다.

무신사엔 약 70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에는 설립 이후 최초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400만 명을 넘었다. 연간 거래액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9년 거래액 90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전문몰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2021년엔 2조 원을 넘어서며 패션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3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여러 플랫폼 기업들과 달리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072억 원이던 매출은 2019년 2197억 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이후 2020년 3319억 원, 2021년 4467억 원을 기록했다. 무신사의 매출은 자체 상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상품 매출과 입접 브랜드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구성돼 있다. 2019년 처음으로 상품 매출이 수수료 매출을 넘어선 이후 그 비중이 상승하는 추세다.

무신사는 축적한 데이터 및 노하우를 활용해 자체 PB를 제작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체 PB 상품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합리적 가격대의 접근성 좋은 물품으로 구성돼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PB 제품으로 유입된 고객은 타 브랜드 상품의 잠재적 구매자가 되기도 해 선순환 효과를 낳는다.

최근 발생한 ‘냄새’ 논란은 무신사의 탄탄한 입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쿠팡플레이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MZ오피스’에서 배우 주현영은 신입 사원(지코)의 옷차림을 보고 “무신사 냄새 지리네”라고 말한다. 20~30대 남성의 획일화된 옷차림을 무신사 냄새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장면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무신사의 인기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다만 개성을 중시하는 패션업계에선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인기의 역설’이다. 특히 무신사에 입점하려는 신진 브랜드에는 ‘흔하고 개성 없다’는 이미지를 가진 플랫폼은 치명적이다. 이런 이미지가 고착된다면 신진 브랜드가 무신사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무신사를 떠나 자사 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유통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패션업계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일단 인지도를 높이면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Credit Info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제공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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